영혼이 죽어버린 사람들

▲ 국가인권위에 항의서한 전달하는 탈북자들

<국가인권위원회>의 의뢰로 동국대 북한학연구소가 작성한 북한인권실태 보고서의 내용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던 것들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국가인권위>에서 발표한 자료라 해서 언론에서 요란하게 보도하고 있다. 북한정부를 자극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국가인권위>가 발표를 잠시 보류한 것은 그들의 영혼상태가 어떤지 너무나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금까지 <국가인권위>는 북한인권 참상을 무시하고 외면해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03년 이라크 전쟁과 관련한 ‘반전(反戰)성명’을 채택할 때나 최근 노사문제를 비롯한 일련의 사회적 이슈에 입장을 표명하면서 정부와 이견을 보여왔다. 그처럼 ‘자주적’인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작 세계최악의 反인권 독재정권의 눈치를 보다니, 이것이 도대체 말이나 되는가?

독재자를 ‘자상하다’고 말하는 썩어버린 영혼

근원(根原)은 분명하다. <국가인권위> 위원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의 영혼이 썩었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죽었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국가인권위>는 기관의 사명이자 인권의 생명인 ‘보편성’을 스스로 포기한 추악한 기득권자들임을 보여주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처럼 영혼이 썩거나 죽은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지난 2000년 독재자와의 만남에 흥분해 감격의 시를 낭송했던 시인도 영혼이 썩은 사람이고, 북한의 진실은 그토록 외면하다가도 독재자의 우상문학을 만들던 사람들과 만나 ‘민족문학’과 ‘통일’을 논하겠다는 사람들 역시 영혼이 죽어버린 사람들이다.

그래도 이런 정도는 약과로 봐줄만도 하다.

21세기 최악의 독재와 인권탄압을 일삼는 북한 독재자를 광적으로 지지하는 <한총련>이나 그 부류의 <통일연대>는 심하게 썩어도 심하게 썩고, 죽어도 추하게 죽은 영혼을 가진 집단이다.

김정일은 수백만 북한 인민을 기아로 내몰아 몰살시키면서도 외국의 요리사를 불러 초밥을 먹으면서 “다랑어 뱃살 원 모어(one more)”를 불러댄 인물이다. 그러면서도 굶어죽지 않기 위해 가축을 훔치고 옥수수를 훔쳤다는 ‘죄 아닌 죄’를 지은 인민의 머리에는 총탄을 쏘는, 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공개총살형을 집행하도록 한 독재자다. 이런 사람을 “자상하고 소탈하다”고 평하는 사람 또한 영혼이 부패하다 못해 죽어버린 상태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것이다.

북한인권에 눈을 뜨는 ‘새 영혼’을 가져야

자신들의 자유와 인권에는 절대적이다 싶을 정도로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는 사람들이 인간의 상상을 초월하는 북한의 인권침해에는 너그럽기 그지없다.

<국가인권위>나 <통일연대>, 일부 개인들이 북한인권을 무시하고 외면해왔던 진짜 이유는 민족과 통일을 위해서도 아니요, 국민을 위해서도 아니다. 대한민국의 과거를 ‘극우보수’와 ‘독재’라 비난하는 그들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지독스러울 정도로 추악하고 악랄한 기득권자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기득권은 자신들이 추구하는 이데올로기나 권력일 수 있고 그들만의 정당성일 수도 있으며 유형, 무형의 이익일수도 있다.

최근 북한은 대남(對南) 유화정책에 자신들의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고 있다. 민족과 통일의 망상에 빠져 정의와 진실을 외면한 썩고 죽은 영혼을 가진 사람들과 단체를 확장하여 ‘김일성민족’이라 이름지은 독재자의 노예민족에 남한 국민들을 편입시키기 위해서다.

지금 자신이 누리고 있는 자유와 정의와 인권이 영원하기를 바란다면 이제라도 그 썩고 죽은 영혼을 버리고 북한의 독재와 인권에 눈을 뜨는 신선하고 생기있는 새 영혼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김승철 / 북한연구소 연구원 (함흥 출생, 1994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