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 中 전화기 단속 움직임에 국경지역 밀수도 ‘주춤’

북한 국경지역에서 밀수로 보내지는 짐들. /사진=데일리NK 소식통 제공

지난달 중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양강도 삼지연 방문이 사전에 노출되면서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국가보위성 주도의 대대적인 정보 유출 단속과 검열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이런 분위기에 국경 지역에서의 밀수 행위도 주춤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내부 사정에 정통한 중국의 대북 소식통은 18일 데일리NK에 “양강도에서 밀수가 잘 안 되고 있다”며 “최근 김정은 위원장의 삼지연 행사와 관련해 비밀이 새나갔다며 중국 전화기를 사용하는 현상을 뿌리 뽑는다고 한층 검열을 강화하고 있어 밀수도 조심스럽게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양강도에서는 함경북도에 파견됐던 중국 전화기 사용 검열 조직까지 들어와 활동하면서 주민들에게 신고를 종용하는가 하면, 교대로 탐지기를 가동해 중국과 내통하고 있는 주민들을 색출하고 있다.

다만 이 소식통은 “중국 전화기 단속으로 밀수가 통제되면 결국 밀수를 단속하고 통제하는 사람들도 먹고살기가 힘들기 때문에 검열 그루빠들이 나오면 통제하는 척하다가도 얼마 지나지 않고 풀어지는 일이 지속돼왔다”면서 “조선(북한) 당국이 강력한 통제를 앞세우더라도 밀수는 쭉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내부 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중국산 휴대전화를 사용해 외부와 접촉하는 주민들을 단속하고 있지만, 북중 간 밀수가 계속되는 한 북한 주민들의 중국산 휴대전화 사용 현상을 완전히 뿌리 뽑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실제 북한의 개인 밀수업자들은 중국산 휴대전화로 중국의 밀수업자들과 소통하면서 국경경비대 등의 암묵적인 동의 아래 구리, 알루미늄을 비롯한 각종 금속과 약초, 산 열매 등을 넘기고 식료품과 생필품을 들여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밀수업자들 사이에서는 손전등, 변압기와 같은 전기제품과 태양열판 등 소위 장마당에서 잘 팔리는 물건에 대한 수요가 높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의 무역회사가 주도적으로 밀수에 나서고 있는 것도 북한 당국의 강력한 국경 단속을 무색하게 만드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북한의 무역회사들까지 조직적으로 밀수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정보 유출을 막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이야기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무역회사가 직접 나서서 밀수를 조장하고 있다”면서 “무역회사의 밀수 품목은 정광이 대체로 많고 목재 또한 상당한데, 임산사업소에서 나무를 나르는 유벌공들을 통해 중국에 나무를 팔아먹는 양은 생산량 대부분을 (중국에) 넘기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실로 엄청난 수준”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과거의 밀수 방식이 다시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밀수업자들이 물건을 몰래 주고받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최근 들어 야간에 강가에 나가 물건을 거래하는 과거의 방식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밀수 짐을 지고 중국 쪽으로 건너가 하룻밤 혹은 며칠을 지내고 돈이나 물건을 받아가는 경우가 꽤 많았다”면서 “그러나 이런 방법은 국경경비대를 무조건 껴야 해서 들어가는 뇌물이 너무 많아, 최근에는 이 방법을 거의 쓰지 못하고 다시 예전처럼 야간에 강가에 나가서 물건을 넘겨주고 넘겨받는 방식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소식통은 북중관계가 국경 밀수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 “아무래도 변방 쪽에서 이뤄지는 일이다 보니 중국 당국의 직접적인 지시가 잘 먹히지 않는 편이지만, 정치적인 상황에는 매우 민감해 조중(북중)관계가 나빠지면 밀수 또한 최악의 상황이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중국 변방대가 밀수를 강력하게 통제하면 절대로 할 수 없을 텐데, 지금은 신경을 크게 쓰지 않는 것 같고 위에서 밀수를 막으라는 지시 또한 내려진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눈감아주는 편”이라면서 “실제로 시진핑이 조선(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오자마자 밀수를 통해 물건들이 대량으로 조선에 들어가는 경향이 나타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