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황폐화’ 개선 의지 김정은, 제대로 된 방안 내놓으려면…

[탈북박사의 북한읽기] 자원, 나무 의존도 줄이고 국제 협력 강화해야

가난한 국가의 주민들은 당면한 수입과 소비를 증가시킬 수 있는 경제성장에 집중한다. 때문에 북한과 같은 실정에서 공공 환경의 질 개선은 사실상 “사치”로 취급되곤 한다.

그러나 북한이 개혁과 개방을 통하여 경제협력을 이끌어내고 주민들의 소득이 일정수준 이상으로 증가하게 되면, 질 높은 환경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게 될 것이다. 북한 경제가 성장함에 따라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주민들 스스로 환경적 문제들을 처리할 수단과 의지를 발전시켜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해방 후 70년간 심각한 환경파괴를 경험해 왔다. 오늘날 산림 황폐화 현상은 북한 환경의 질이 최하수준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으며, 궁극적으로는 경제·기술·사회적 힘 등 수많은 제도적 영향의 결과물임을 상기시켜 준다.

우리나라국립산림과학원(이후 KFRI)에서 발표한 인공위성 영상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북한의 산림면적을 전체 916만ha로 추정되고, 그중 약 284만ha가 황폐되어 있다고 한다. 284만ha는 북한 전체 산림면적 의 32%이며, 서울시 면적의 약 46배에 달하는 엄청난 면적이다.

지난 70년 동안 북한에서 환경적 발전을 이룬 지역은 단 한 곳도 없었고 그 결과 해마다 산사태에 따른 막대한 인적 물적 피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다만 최근 북한 정부의 정책결정 과정에서 산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부분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잇다. 특히 지난 7월 초 평안북도 신의주 지역을 시찰하던 김정은은 갈(鞂)생산기지 ‘비단섬’과 갈로 종이와 섬유를 생산하는 신의주화학섬유공장을 시찰하면서 “지금 걸리고 있는 문제의 하나가 종이를 수요대로 충족시키지 못 하고 있는 것인데 나무로 종이를 만들면 산림이 황폐화된다고, 어떻게 하나 갈을 원료로 하는 종이공업을 추켜세워야 한다”고 지시했다고 한다.

북한의 종이공업은 철저하게 나무를 원료로 한 펄프에 의존하고 있다. 펄프는 주로 침엽수를 물과 함께 나무를 갈아 부수어 쇄목(碎木)한 제지원료다. 이렇게 만든 펄프에는 리그닌과 그 밖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값이 비교적 싸지만 변색되기 쉬워 고급용지로는 불가능하고 신문용지 등으로 사용된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등 선전용 책자와 인쇄물들은 거의 나무로 만든 펄프를 원료로 한 종이로 만들어 진다.

북한은 노동신문 용지를 보장하기 위하여 노동당 재정경리부 산하에 “121호 연합기업소”를 조직하고 전국의 산림지역에서 최고의 특권을 가진 산하 채벌사업소를 통하여 전국적으로 해마다 수십만 입방의 나무를 채벌하여 왔다.

이 나무들은 압록강, 청천강, 두만강 등에서 길주, 신의주, 안주지역으로 운반되어 펄프로 만들어 지고 평안남도 안주에 위치한 121호 종이공장에서 최종적으로 신문용지를 생산하고 있다. 북한지역에서 해마다 사용되는 목재의 대부분이 노동신문 종이와 같은 정부의 필요사업에 이용되었고 그 양 또한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해마다 눈에 뛰게 증가하는 산림황폐화가 주민들의 생존을 위한 채벌에 기인된다고 생각하기 십상하지만 사실 산림황폐화의 주범은 북한 당국인 셈이다.

다만 최근 북한이 국토보존에 관심을 돌리고 나무 대신 갈로 종이를 만드는 방식으로 산림환경 개선을 유도한 것은 환영할만한 처사다. 하지만 북한에는 환경문제를 분석할 수 있는 역량과 그것을 개선할 수 있는 재원, 즉 더 깨끗하고 더 효율적인 생산기술을 받아들일 제도적인 구조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대두된다.

사실 북한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국토보호정책을 펴왔다. 일례로 1980년대 말 국토보호기관이 보안성에서 독립되어 ‘국토환경보호총국“으로 독립기관이 됐고, 1998년 4월 정부 경제난으로 일부 정부규모를 축소할 때에도 국토보호기관은 더욱 확장됐다. 또한 새로 명명된 국토환경보호총국이 정부부처의 지위로 승격됐다. 또한 전국의 모든 지방정부에까지 국토환경보호국(부), 산림경영소, 묘목장, 산림감독소 등 국토보호 및 관리가 일원화 체계화됐다.

이 기관들을 중심으로 해마다 봄, 가을에 “국토총동원 기간”을 설정하고 나무심기와 사방야계공사 등에 주민들을 동원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북한의 산림환경은 점점 더 황폐화되고 있다. 이는 산림환경개선도 국가의 경제력에 기인된다는 사실을 증명해준다.

북한의 자력경제정책에 의존하는 경제운영은 자원분야에서 나무의 의존도를 계속 높여 결국 산림황폐화를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으며, 이 때문에 해마다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심한 지역은 산간지역과 압록강 두만강, 청천강 유역으로, 나무 한 대 없는 민둥산은 조금만 비가와도 막대한 토량을 뿜어내고 있다.

최근 데일리NK 소식통에 의하면 평북지역 계단식 수력발전소 공사 주변에서 최근 빗물에 의한 산사태로 막대한 인명피해와 재산피해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는 공사를 하면서 주변의 산림을 마구 채벌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소식통의 전언이다.

북한에서 발전소, 도로 건설 등 토목공사가 벌어지면 주변산은 바로 벌거숭이가 된다. 국가가 공사에 필요한 목재 등을 보장해주지 않아 자력으로 해결하여야 하는데, 주변 나무를 채벌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주변지역 주민들은 이는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라고 대놓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북한은 에너지 사용의 증가를 위해 필사적으로 수력발전소 등 대규모 건설 프로그램에 몰두하고 있으며 이러한 공사는 주변의 산림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산림의 파괴는 북한 경제에 심각한 비용을 부과하고 있고, 이로 인한 주민들의 우려 또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이런 불만은 이제는 ‘자신의 행복까지 앗아간다’는 식으로 점점 노골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가정용 에너지 부족, 자연환경을 복원할 수 있는 경제력 결핍,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계획경제 등은 북한이 직면한 난제들 가운에 하나라고 볼 수 있다. 다만 큰 재앙이 벌어지기 전 더 나은 경제정책을 시행,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낼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북한 당국이 추구하는 산림 복원정책이 사회적, 기술적, 경제적, 시장적 요인의 개선뿐만 아니라 국제적인 협력까지 결합하지 않으면 궁극적으로 실현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북한 당국이 먼저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