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한국 드라마 시청 유죄판결’로 본 反인권적 재판 과정

노트텔 mp4
북한에서 유행하고 있는 영상 재생기 노트텔과 mp4.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지난 3월 북한의 양강도 삼수군에서 중국인과 밀수를 하며 전화통화를 하고, 한국 드라마를 보았다는 혐의를 받은 한마을 농민 6명이 공개재판을 받았다. 피고인 3명은 모녀, 이모 관계의 한 가족이다. 나머지 2명도 한마을에 사는 가족(남성 1인은 딸의 남자친구, 1인은 그의 아버지)처럼 지내는 관계이다. 이들은 모두 삼수군 협동농장에서 일하는 농장원들이다.

공개재판은 삼수군 공설운동장에서 진행됐다. 재판을 공개하는 이유는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공개재판에 참여한 주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고 현지 소식통은 전했다. 주민들 대다수가 한국 드라마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지인들끼리는 “국경지역에 살면서 중국 사람과 거래하고, 한국 드라마 본 것이 무슨 문제인가. 이것이 죄가 되는 세상은 하늘 아래 여기 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한다면 반체제 혐의로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

재판에 이르기 전까지의 전 과정이 인권유린의 현장이다. 피의자들은 외부와의 연락이 금지된 채 구금되고, 재판이 시작될 때까지 계속 고문을 받으며 ‘네 죄는 네가 알렸다’ 식의 취조를 받는다.

이러한 가혹한 수사 과정에 북한의 신문과 방송 등은 전혀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이들을 돕는 변호사도 없다. 당국이 지정한 각본대로 움직이는 검사와 변호사, 판사만 있을 뿐이다. 오히려 변호사가 노동당 조직부의 의도를 정의로 규정하면서 앞장서서 죄를 인정한다.   

재판 과정에는 독재적 요소가 더욱 증폭된다. 삼수군 공개재판에서도 구치소에서 고문으로 받아낸 자백을 근거로 검사가 작성한 기소장이 재판 과정에 일방적으로 관철됐다.

재판에서 피의자들의 유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는 어디서도 등장하지 않는 한 여성의 비공개 문서였다. 수사기관이 체포한 한 여성의 은밀한 신체 부분에서 찾아내 문서에 이들이 중국과 거래하는 와중에 내부 정보를 발설했다고 검사는 주장했다.

이 여성은 재판의 전후 과정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고, 이제는 노동당 조직부가 보호하는 대상이 됐기 때문에 알려해서도 안 된다고 전해진다. 문서의 객관성을 다른 방법으로 증명하려는 시도는 없었고, 부정하려는 시도도 이뤄지지 않았다.

재판장은 검찰 측 요구에 따라 기타 여러 가지 요구사항을 기각하고 변호사 역시 ‘고마운 노동당과 수령님의 은덕’을 이야기하며 ‘배은망덕(背恩亡德)은 공민의 사명이 아니’라고 목에 핏대를 세웠다. 실제 이들은 가난한 농장원으로 약초를 중국에 내다파는 정도의 밀수를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마치 공화국의 도덕을 타락하게 만들고 내부 정보를 팔아먹은 반체제 사범이 돼있었다.

재판장은 검사의 기소 내용을 그대로 수용했고, 제대로 된 변론은 없었다. 피고들은 재판에서 유죄선고를 받아 증산교화소로 이송되었다. 그들 중 두 사람은 중국과 전화라도 하였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박한 농민들이었다. 단지 한국드라마를 좋아했다는 것이 징역형의 이유였다.

이들에게 징역형은 너무도 가혹한 판결이다. 북한이 진정으로 정상국가를 원한다면 주민들의 최소한의 인권이라도 보장해야 한다. 2000년대에 봉건 왕조식 재판을 하면서 정상국가를 외치는 꼴이 너무도 비정상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