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케케묵은 도시락지원과 김정은 평양종합병원 완공 야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을 현지지도 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최근 북한이 평양종합병원 완공을 달성하기 위해 주민들의 지원을 강요하고 있다. 3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 당국은 평양시와 주변 지방 도시(평성, 사리원, 해주, 순천, 안주 등) 지역 주민들에게 평양종합병원 건설노동자들에게 도시락을 지원할 데 대한 긴급 지령을 하달했다. 또한 “당과 수령,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고생하는 건설노동자들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이는 것이 수령의 근심을 덜어주는 충성스러운 행위”라면서 간부들과 당원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기서 평양종합병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올해 노동당창건 기념일(10·10)까지 무조건 완공하라고 지시한 곳이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은 지난달 20일 김 위원장이 병원 건설연합상무로부터 공사 전반 실태에 대한 구체적인 보고를 받고 “심중한 문제점들을 엄하게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종합해 보면 김 위원장이 엄하게 질책한 이후 그 여파가 고스란히 일반 주민들의 재정적 부담으로 돌려지고 있는 셈이다.

이에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주민들은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북한에서 자주 벌어지는 사회적 동원 운동인 ‘도시락지원’은 90년대 중반 극심한 경제난에 의한 “고난의 행군”의 산물이다. 당시 국가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이 굶주리고 있는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당국이 주민들에게 지원을 강요했었다.

30년 세월이 흐른 오늘 또다시 종합병원건설 완공을 위해 지원성, 연대성을 내세우면서 ‘도시락지원’을 강제하는 건 국가가 지켜야 할 사회원칙을 스스로 위반하는 행위다.

평양종합병원 건설 현장에 각지 일꾼들과 근로자들이 마련한 지원물자가 연일 도착하고 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지난 4월 2일 1면에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뉴스1

일단 지원 원칙을 먼저 살펴보자. 이 원칙에 따르면, 각 개인이나 그룹은 자기 힘 및 자기 책임으로 해결할 수 있는 한도에서는 스스로 하도록 해야 한다. 즉, 스스로 돕는 것을 타인으로부터 도움을 받는 것보다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

다만 만약 어려움이 봉착되면 도움의 손길을 내밀 수 있다. 하지만 강요는 하지 않지 않아야 한다. 이게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원칙이다. 하지만 ‘평양종합병원 도시락지원’은 어떤가. 국가가 나서서 개별 주민들에게 권력을 악용해 반드시 내야 한다는 점을 강요하고 있다. 지원의 일반원칙을 무시한 강제행위인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당과 그 추종자들은 ‘당(黨)과 인민의 연대’를 운운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사리에 전혀 맞지 않는 ‘어불성설(語不成說)’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으로서의 ‘연대성’은 특정 사회집단 구성원 간(가족, 지역사회 등)의 상호관계에 의한 윤리적 책임의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도시락지원 운동에서 이 같은 ‘연대성’은 애초부터 없었다.

또한 우리는 북한 당국의 행동도 문제 삼을 수 있다. 원래는 주민들 스스로 공적 목표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절대적 자율성을 보장해 주어야 하고, 지원은 또 철저히 탈중앙적이어야 했지만, 당국은 그러지 않았다.

종합해 보면 북한의 ‘지원 강제’는 체제를 유지하고 경제적 목표까지 달성하려는 독재행위로, 국가가 자기 책임을 다하지 않고 지원성의 원칙까지 무시하는 반인민적 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

북한 당국은 명실상부한 정상국가가 되고 싶다면 최소한 원칙 정도는 지켜야 한다. 정상국가의 원칙은 국가가 국민에게 사회적 부조 및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하는 것이며, 국가가 인간기본권, 특히 개인의 자유 결정을 위한 제도적·물질적 제반 조건을 보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