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경제성장을 위한 혁명임무 완수 길은 ‘시장’에 있다

평양으로 가는 길 어느 한 마을의 비공식 ‘메뚜기장’. 수십 명의 주민들이 물건을 매매하기 위해 빼곡이 서 있다. /사진=아이디 龙五*狼之吻 중국 블로거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달 6∼7일 평양에서 열린 제2차 전국 당 초급선전일꾼대회에 보낸 ‘참신한 선전선동으로 혁명의 전진동력을 배가해나가자’라는 제목의 서한에서 “경제발전과 인민 생활향상보다 더 절박한 혁명 임무는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북한 주민의 안정과 국가적 발전을 위해서는 경제 우선 전략이 필요하다. 경제를 우선하기 위해서는 여기에 맞는 구호만이 아니라 올바른 성장 전략도 필요하다. 그럴 때만이 핵·경제 병진으로 엄청나게 뒤처진 것을 따라 잡을 수 있다.

전 세계에서 빈곤 인구의 숫자는 줄어들고 있지만 잘 사는 나라와 못 사는 나라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노벨상 수상자인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 교수는 영국에서 첫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18세기에 영국과 빈곤국가의 1인당 소득차이는 2~3배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금은 노르웨이와 북한의 1인당 소득이 80배가 넘게 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시장경제는 인류를 빈곤에서 구해냈다. 2015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앵거스 디턴(Angus Deaton) 교수는 이를 “위대한 탈출”이라고 불렀다. 경제성장의 가장 착실한 효자는 자율적인 시장이다.

그런데 지금 북한 정부는 경제발전의 방향으로 시장을 중시하기보다 주민들에 대한 통제와 세금징수를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다. 실례로 북한의 유명한 도매시장인 평성지역에서 시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있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안남도 도당 위원장과 인민위원장, 평성시당 위원장과 인민위원장, 도 보안국장과 시 보안소장 등이 평성시장과 주변 상점을 함께 시찰했다. 시찰의 목적은 알 수 없었으나 이들이 돌아가자 마자 즉시 규찰대가 대폭 강화되고, 시장관리소 관리원들의 시장 통제가 심해졌다고 한다.

종합시장 주변 질서를 잡는다고 하면서 길거리 상인, 골목상인들을 몰아내고 시장 내 상인들끼리 모여서 잡담하는 것도 금지했다고 한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북미회담 결렬 소식 빠르게 확산…”본전도 못 건지고 돌아왔다”) 김정은 정권의 시장에 대한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주민들에게는 삼지연지구공사, 단천발전소, 원산-갈마지구 공사 지원, 강계-혜산사이 철길 침목교체공사 지원 과제가 계속 내려오고 있다. 그 외 올해 1분기 외화벌이 과제는 1인당 콩 3kg, 잣 500g, 누에고치 500g 등이라고 한다.

세율을 정하는 목표가 가장 많은 세수를 거드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세율이 중요하다. 세수를 최대화 한다는 것은 정부 크기를 최대화 한다는 것이다. 그 보다는 인민경제의 성장을 최대화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 지금은 북한 당국이 경제를 이끌테니 주민들에게는 세금을 바치라고 하는 방식이다.

시장에서의 자유경제제도가 만병통치약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사회주의 국가의 변화와 빈곤국가의 성장에는 시장경제라는 공통점이 있다. 북한도 마찬가지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온 몸으로 체험한 진리는 장마당에서 자유롭게 장사만 할 수 있다면 주민들이 굶어 죽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시장을 자율적으로 열어놓으면 먹고 살기 좋아진다는 것을 경험으로 깨달았다.

우리 선조들이 남긴 말 중에 ‘가난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는 말이 있다. 주변에서 도와주는 것으로는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가난한 주민들이 스스로 가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국가는 이를 보장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았던 나라 중에 이제 원조 공여국이 된 유일한 나라이다. 대한민국 국민들 모두가 이 과정을 경험했다. 책이나 말보다 생생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바로 시장경제에 국민들의 땀과 노력이 더해진다면 북한 주민들은 빠른 시일 내에 대동강의 기적을 이뤄낼 것이라 생각한다.

문제는 북한 집권층의 오만한 자존심과 자력갱생 같은 폐쇄적인 정책이다. 말로만 경제우선이 아니라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하루 빨리 완전한 비핵화를 이뤄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개혁개방을 통해 시장을 활성화 하면 북한경제는 엄청난 플러스 성장을 이뤄낼 것이다. 경제우선을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