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청진서 목숨 건 ‘어로전투’ 계속돼… “돈 많이 벌어오라니…”

일본 EEZ-‘대화퇴'(야마토타이)에서 오징어잡이를 하고 있는 북한 어선. / 사진 제공=혹코쿠(北國)신문

북한 함경북도 청진에서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무리하게 조업에 나서는 일이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당국의 수산물 증산 정책에 주민들이 소위 ‘목숨을 내놓고’ 바다 조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함경도 소식통은 25일 데일리NK에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무리한 바다조업에) 많이 죽는데 올해도 숱하게 죽었다”며 “당국에서 돈을 많이 벌어오라고 하니까 사람들이 목숨을 바치면서 나가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10년 새 청진 앞바다에 배의 숫자가 약 3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위에서 떨어지는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배를 늘릴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이 제시한 어획량을 채우려면 무리해서라도 조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최근에는 고가 어종인 오징어를 비롯한 수산자원도 줄어드는 추세라 더욱 먼 바다로 조업을 떠나는 일이 많아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실제 일본 수산청을 인용한 북한전문매체 아시아프레스 보도에 따르면 북한 어선은 지난 5월 말부터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 인근에 모습을 드러냈고, 일본 EEZ에서 불법적으로 조업하고 있는 북한 어선은 10월에 급증해 총 5000척에 이른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본보는 지난 5월 일본 특별기획 취재를 통해 일본 해안에서 불법 조업하는 북한 오징어잡이 어선들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다는 일본 현지 어민들의 증언을 전한 바 있다. 당시 일본 어민들은 실제 현장에서 목격한 북한 어선은 바다조업에 적합하지 않은 작은 목선이었다는 공통된 증언을 내놓으며 “그런 배를 타고 바다로 나오는 것은 스스로 죽음으로 나왔다고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북한은 당국 차원에서 수산물 증산을 지속적으로 채찍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 1월 신년사에서 “농업과 수산전선에서 앙양을 일으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으며, 박봉주 내각총리는 이후 4월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6차회의에서 “수산부문에서 과학적인 어로전을 벌려 수산물생산목표를 무조건 점령하겠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북한 당국이 이처럼 ‘어로전투’를 독려하고 있는 것은 대북제재 여파 등에 따른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한 일환으로 풀이된다.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산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북중 접경지역에서는 북한산 수산물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라진에 중국인들이 들어와 생물을 사서 냉동해가지고 바로 중국으로 가지고 간다”며 “지불은 그 자리에서 인민폐로 하는데, 제재를 아무리 해도 옷이고 쌀이고 전부 라진을 통해 바로 중국으로 들어간다”고 말했다.

한편, 바다 조업에 나서는 북한 어민들은 한국 라디오 방송을 통해 날씨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배꾼들이 핸드폰보다 작은 소형 라디오를 가지고 바다에 나가서 한국 라디오를 듣는다”며 “우리(북한)도 날씨(방송)가 있지만 다 거짓말인데, 한국 라디오에서는 동해바다에 파도가 얼마인지 그런 것들을 다 기술하니까 꼭 들으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