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공공부문 근로자들 출근율 ↓… “열악한 식량사정에…”

북한 강원도 원산 시내에 있는 공원. 사격장 부스에 보안원들이 몰려있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최근 북한 일부 지역에서 공공부문 근로자들이 출근하지 않아 공공업무가 멈춰서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앙당의 배급 중단에 식량 사정이 나빠진 공무원들이 장사에 나서는 일이 잦아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21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일부지역에서 출근하지 못하는 공무원들이 있어 사회적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며 “주로 먹을알이 없는(뇌물이 없는) 직업군에 속하는 도급, 시급 공무원들이 장사에 빠져 제대로 출근하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일반 주민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챙길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보안서 공민등록과 등 행정처리 업무 담당 공무원들이나 중요 문건을 다루고 보관하는 기요원 등은 일명 ‘뒷돈’도 받지 못하고 중앙 공급도 없는 상황에서 더욱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에 불가피하게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특히 주목해 볼 부분은 보안원(우리의 경찰)들의 출근율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 당국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대량 아사) 시기에 조차 사회질서와 국가안보를 유지하고 당을 뒷받침하는 보안원들에 대해서만큼은 최소한의 식량을 공급해왔다.

소위 ‘철밥통’으로 불리던 보안원 일부가 최근 출근을 못할 정도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고, 이것이 공공분야 업무 마비라는 사회적 문제로까지 비화되고 있는 상황은 그만큼 현재 북한 당국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소식통은 “평안남도 평성시 보안서 일반감찰과의 지도원은 24시간 취해 있을 정도로 술 중독에 빠져있는데, 최근 생활고에 술은커녕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해 오른손을 떨며 다니는 영양 부족 상태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도원은 군에서 입당하고 제대해 인민보안성 정치대학을 졸업한 후 농촌지역에서 공장 담당으로 시작했다”며 “짧은 기간에 시 보안서 감찰과에 올라가 장래가 기대되는 사람이었는데, 국가의 (식량) 공급 미흡으로 이제는 도저히 생활유지가 안 되고 있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더욱이 김정은 위원장이 ‘비리 척결’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안원들이 마음 놓고 자금을 챙길 수 없는 분위기도 형성돼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실제 보안원은 북한 사회 전반에 거쳐 공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어, 뇌물수수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벌어왔다고 한다. 불법적으로 장사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직업으로 여겨져 왔지만, 최근의 사회적 분위기에서는 뒷돈 챙기기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밖에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에는 보건의료 부문 종사자들도 제대로 출근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농촌지역 병원과 공장기업소 병원은 이미 오래 전에 문을 닫았고, 산간지역 병원에서는 의사들이 배치를 받고도 생활고에 출근을 못해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한다. 그나마 겨우 운영되고 있는 시·도급 병원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대놓고 돈이나 쌀 등 진료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교육부문 역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심지어 최근 북한의 농촌지역과 산간지역 학교에서는 ‘학생 출석 보다 교사 출석이 더 문제’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교사들이 생활전선에 뛰어들면서 출근율이 떨어져 한 교사가 5, 6개의 과목을 교수하고 있고, 비전공자가 강의를 담당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하다”면서 “교육의 질이 현저히 떨어져 학부모들의 원망을 사고 있는 현실”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