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발사, 9·19합의 위반 아니라는 靑…전문가들 생각은?

"부산까지 타격 가능 명백한 적대행위" vs "구체적 금지 조항 없어 위반은 아냐"

미사일 북한
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6일 새벽 신형전술유도탄 위력시위발사를 참관했다고 7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 도발이 9·19남북 군사합의 위반이냐 아니냐를 두고 국회에서 공방이 벌어졌다. 어제(6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근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9·19 군사합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냐”는 질의에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이 아니라는 게 우리 정부의 입장”이라고 밝힌 게 격론의 시발점이 됐다.

이어 정 실장은 “(북한의 최근 미사일 도발은) 큰 위협이 아니라고 본다”며 “우리가 충분히 대응 능력과 요격 능력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현아(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이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지난 5일 국방위 전체회의 때)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했다”며 청와대와 국방부의 입장이 다른 이유를 묻자 정 실장은 “전체적인 답변 취지로 보면 위반이 아니라고 분명히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맞섰다.

북한은 지난달 4일과 9일, 25일, 31일에 이어 지난 6일 또다시 동해상으로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9·19 남북 군사합의 1조는 ‘남과 북은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하였다’고 명기하고 있다. 다만 합의서에는 구체적으로 특정한 무기의 사용을 금지한다든지, 시험 훈련 또는 시험 발사를 적대행위라고 규정하고 있지는 않다.

때문에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9·19 남북 군사합의 위반인지 아닌지에 대한 해석의 여지가 많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팽팽하다. 합의문 1조를 위반한 명백한 군사합의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학자가 있는가 하면 일각에선 합의서 조항만 놓고 엄밀하게 따진다면 합의 위반 사항은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박휘락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교수는 7일 데일리NK에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원인이 되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하지 않기로 했는데 북한이 최근 미사일들의 사거리를 보면 서울을 포함해 부산까지 사정권 안에 들어간다”며 “명백한 적대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9·19 남북 군사합의는 구속력은 없지만 순수한 정치적 신뢰를 약속한 신사합의에 해당한다”며 “구체적 조항보다는 정신이 중요한데 사실상 북한이 신뢰를 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6일 외무성 대변인 명의의 담화를 통해 한미 연합연습을 거론하면서 “남조선(한국)이 그렇게 안보위협에 시달리고 있다면 차라리 맞을 짓을 하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한 처사”라고 비난했다. 북한 당국의 이 같은 대남 비난은 사실상 군사적 위협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연이어 미사일 도발을 하면서 한국 정부에 경고성 발언까지 한 것은 사실상 남북 군사합의 정신을 위반한 것”이라며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9·19 군사합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언급한 정경두 국방부 장관의 발언이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또한 신 센터장은 “취지와 합의 조항이 별개인 것처럼 인식하고 합의사항 위반이 아니라고 못박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형전술무기 시험 발사 현장을 방문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달 26일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9·19 합의의 취지와 정신에는 어긋난다고 할지라도 조항에 위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5월 4일부터 시작된 일련의 미사일 발사 내용을 보면 사거리나 방향 자체가 동북 방향이기 때문에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미사일 관련 개발과 시험 발사 자체를 군사합의에 넣은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위반으로 보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홍 실장은 그러면서 “북한의 행동만 놓고 이것을 합의사항 위반으로 해석한다면 우리도 무기 개발과 관련된 어떠한 실험도 하지 않아야 한다”며 “이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조치이고 9·19군사합의는 세부적인 협정이 명기돼 있지 않은 말그대로 합의”라고 해석했다.

이정철 숭실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북의 미사일 발사가 9·19 군사합의 위반은 아니라는 정의용 실장의 발언이 맞다고 평가한다”며 “남북 합의의 취지에는 어긋나는 것일 수 있지만 조항의 합의 위반은 아니다”라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일치된 의견을 내놨다. 북한에 남북 군사합의 이행에 대한 취지와 남북 신뢰 필요성을 상기시키든, 경고성 의견을 전달하든 정부의 적절한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먼저 합의서의 이행 여부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며 “이행 여부를 평가한 뒤 경고든 합의 이행 중단 혹은 파기 등 명확한 사실을 근거로한 조치가 뒷따라야 한다”고 했다.

9·19 남북 군사합의서 자체는 신뢰 구축을 위한 포괄적인 합의에 불과하므로 구체적인 세부 합의를 위한 남북 군사공동위원회가 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 실장은 “9·19합의로 포괄적인 합의를 담았고 세부적인 규정을 남북 군사공동위원회에서 합의하려고 했던 것이기 때문에 북측에 군사공동위원회의에 대한 조속한 참여를 촉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