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포커스] 점점 멀어지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기대감

지난 24일 러시아 하산역에 도착한 김정은 위원장이 러시아 환영단이 준비한 환영행사에 참석한 모습. /사진=노동신문

국제정치의 구조적 시각에서 볼 때 한반도 문제는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은 한국, 일본 등 동맹국을 통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려 해왔고, 중국 역시 러시아, 북한 등 전통적 우방국들과의 연대를 통해 동북아에서의 미국 영향력을 저지하려 해왔다. 이번 북러 정상회담을 전후로 발생한 일련의 움직임은 북, 중, 러 삼국이 이 같은 진영 구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음을 잘 말해준다. 이에 따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는 가시권에서 더욱 멀어지게 됐다는 우려도 나온다.

북러 정상회담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지중해에서는 미 해군이 러시아를 겨냥하여 항모 동시 전개작전을 실시했다. 니미츠급의 에이브러햄 링컨과 존 C. 스테니스 항모 강습단이 참가하여 지중해에서 동시 훈련을 한 것은 2016년 여름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미국 입장에선 러시아를 향해 대북 제재의 대오에서 벗어나지 말 것을 경고하는 차원이기도 했지만, 러시아의 대북 영향력 확대와 동북아에서의 입지 강화를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아니나 다를까.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북러 정상회담에서 김정은과 북러 경제협력을 논의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 회담을 재개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뿐만 아니라 푸틴 대통령은 북한의 안보와 주권 유지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북한에 우호적인 입장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북러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중국도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지난 25일 중국 외교부의 겅솽(耿爽) 대변인은 “지금까지 나온 소식을 보면 비교적 긍정적인 성과를 거둔 것 같다”며 북러정상회담 결과에 만족해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을 환영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과 무역협상을 치르며 진땀을 흘리고 있는 중국으로서는 북한, 러시아 등 대항 진영을 구축하여 미국에 대한 레버리지를 확보해야 할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과 러시아 관계는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근래 들어 두 나라는 군사 연대를 강화하고 있는데 오는 29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앞 서해 수역과 공역에서 ‘해상연합-2019’ 훈련이라는 연합 해상훈련을 실시할 예정이다. 중러 연합 훈련은 미군이 한반도 주변 해상과 공중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한 견제 목적이 있는 동시에 유사시 한반도에 대한 공동 개입 의지를 드러내는 것으로 사료된다. 북러 정상회담이 끝나자마자 푸틴 대통령은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베이징(北京)으로 출국했다. 이 포럼에서도 중국과 러시아는 북러 정상회담의 결과를 높이 평가하며 공고한 우호관계를 과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북한, 중국, 러시아가 밀착하면서 북한 비핵화가 아닌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고 있다. 북, 중, 러 삼국이 기존의 미북 비핵화 협상을 6자 회담으로 전환하여 주한미군 철수, 사드 철수,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전략자산 및 핵우산 철거 등을 주요 목적으로 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는 경우,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목표는 가시권에서 멀어지게 될 것이다. 북-중-러의 대륙진영에 대항하던 전통적인 한-미-일 삼각안보체제는 와해 직전의 단계까지 갔다. 역사문제를 둘러싼 한일 갈등이 걷잡을 수 없는 감정싸움으로까지 비화되어 한일관계가 회복되기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북한에 우호적인 대북정책을 펼치고 있고, 일본 정부는 최근 들어 중국과의 관계정상화 의지를 적극 내비치면서 한-미-일 삼각안보체제에는 원심력만 강화되고 있다. 비관적인 전망이지만 북한 비핵화의 꿈은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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