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방송 중단은 실수, 北도 총기사고 잦아”

▲〈DMZ의 봄〉의 저자 주성일

“대북방송을 5년만 더 유지시켰어도 지금의 북한체제를 유지시키기 힘들었을 거예요”

최근 온 국민의 관심이 DMZ에서 발생한 총기사고에 집중됐다. DMZ에서 인민군으로 복무하다 2002년 탈출한 주성일(25)씨는 “북한에서도 총기 사고가 빈번하다”고 밝혔다.

주씨는 1990년대 후반부터 탈북자들이 상시적으로 택하는 중국, 동남아 루트로 입국하지 않았다. 그는 지뢰밭과 고압선으로 가로막혀진 38선을 넘어 온 특이한 경력을 가졌다. 현재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는 공군 장교인 부모님 덕분에 ‘출신성분’이 좋아 당시 DMZ 민사행정경찰로 근무할 수 있었다. 민경부대 대남방송국 방송조장을 맡던 중 방송실수로 어쩔 수 없는 귀순을 택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2004년에 수기〈DMZ의 봄〉(시대정신 刊)을 펴내기도 했다.

전방 북한군 스트레스 심해

북한군에서 총기사고가 잦은 원인에 대해 주씨는 “13년간의 장기복무로 스트레스가 심하고 전방에는 실탄이 지급되며 훈련이 혹독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북한군에서 헌병으로도 복무한 적이 있는 주씨는 자신의 책에서 북한군의 여러 사건사고를 소개하고 있다.

“1998년 무장도주사건이 있었습니다. 전쟁 시 적의 후방에 침투하여 파괴, 교란 작전을 벌이는 특수부대인 경보병부대에서 군인 3명이 훈련을 잘못한다고 자신들을 화장실 물에 뛰어들게 한 교관을 사살하고 트럭을 탈취 후 도주했죠. 3일간의 총격전 끝에 한 명은 투항하고 두 명은 자살했습니다.”

대남방송을 담당했던 주씨는 햇볕정책 이후로 남과 북이 중단한 대남ㆍ대북방송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대북방송 중단, 잘못된 선택

“DMZ에 근무하면 대북방송과 선전물을 통해 남한에 대한 실상을 알고 환상을 가져요. 아무리 출신성분이 좋은 사람들만 모인 전방부대라지만 남한에서 들어온 삐라를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군인들도 있을 정도죠.”

북한에서 최전방에 근무한다는 것은 출신성분이 좋다는 이야기이고, 이들은 제대 후엔 대학을 졸업하고 당원으로서 주요 요직에 앉을 가능성이 아주 높은 사람들이다. 전방부대 근무 중 대북방송으로 남한의 실상을 알게 되면, 북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있다. 주씨가 안타까워 하는 것도 바로 이 대목.

“대북방송 프로그램은 아주 잘 짜여져 있었습니다. 남한으로 넘어 오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에 충분하죠. 그런데 그걸 중단 했으니 이제 따로 사상 교육을 할 필요가 없겠네요. 5년만 더 진행했더라면 북한 사회도 많은 변화가 있었을 텐데요.”

여느 탈북 대학생들이 그렇듯이 처음에는 그도 남한 대학생활에 적응하기 힘들었다. 1, 2학년 때는 점수도 좋지 않고 무얼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 막막했는데 3학년이 되니 대학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겠다고 한다.

학교 안에선 유명인

“1학년 때 교양과목으로 심리학 수업을 들었는데 ‘한국에 와서의 심리적 압박감, 좌절 극복기’란 주제로 발표를 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울었고 그 이후로 매 학기마다 그 수업시간에 초빙돼 발표를 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알아봅니다.”

▲ 그의 취미는 기타연주

점수를 잘 받는 그만의 방법도 개발했다. 교육방식이 전혀 다른 남한 대학생들과는 같은 방식으로 경쟁할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모든 발표는 제가 도맡아 해요. 그래야 교수님들한테 눈도장도 찍죠(웃음). 시험기간에는 집에 들어가지 않아요. 휴대폰도 꺼놓고 도서관에서만 살아요. 단기간 동안 잠자지 않을 수 있는 건 군생활 때문이죠. 나름대로 도움이 되더라고요.”

주씨는 대북지원에 대해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이 함께 존재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독재체제를 유지시키는 것이고, 단기적으로는 북한 주민을 어느 정도 구제할 수 있는 측면이 있어요. 문제는 대북지원물자가 ‘김정일의 리더십’으로 선전된다는 것이겠죠”

어떠한 일이든 김정일 체제 유지 선전으로 귀결

북한 경제가 침체를 벗어 날 줄 모르는 것에 대해 주씨는 “이상한 곳에 쓸데없이 돈을 낭비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국가예산의 상당한 몫이 동상, 연구실 등 김부자 우상화 작업에 쓰이고 미국의 선제 공격설을 퍼뜨리면서 군에 대한 과도한 투자를 하는 것이 경제침체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탈북자가 발생하는 건 당연한 결과라고 볼 수 있어요. 현재 북한이 개혁개방을 시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냥 선전술에 불과해요. 개혁개방을 하는 날엔 체제의 허구가 드러나기 때문이죠. 지금 개혁개방을 하는 척 하는 것은 그저 일시적인 실리추구 정책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앞으로 공부를 더 할 것이라고 했다. 정치를 배우는 입장에서 미국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해 졸업 후 미국에 가서 공부 할 계획이다.

“4년 동안 한번도 휴학하지 않고 졸업하는 것을 남한 사회에 대한 정착으로 알고 싶어요. 졸업후에 미국에 갈 겁니다”

주씨는 앞으로 2~3년 사이 북한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때를 대비해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부에서 받는 33만원으로 임대아파트 관리비를 내고 남은 8만원으로 한달을 살아가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그는 탈북자 사회에서 귀감이 되고 있다.

강창서 대학생 인턴기자 kcs@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