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제재로 움추러든 북한 돈주, 그 틈을 파고든 화교

택시
북중 국경지역에서 물건을 파는 주민들 사이로 택시가 가로질러 가고 있다. /사진=강동완 전 동아대교수 제공

강력한 대북제재로 인해 북한 돈주(신흥부유층)와 무역일꾼들이 사업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화교(華僑)들이 물품을 발 빠르게 공급하면서 틈새를 공략해 상당한 이익을 얻는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소식통은 24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대북제재로 기존 무역회사 일꾼들의 장사가 맥을 못 추고 있다”며 “최근 제재로 수입이 줄어든 북한 주민들이 꼭 필요한 생필품 외에는 지갑을 열지 않자 돈주들도 힘들어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난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북한 주민들이 지갑을 좀처럼 열지 않아 대량으로 물건을 떼다 상품을 유통했던 무역회사나 돈주들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반면 화교는 큰 장사보다 소규모 장사로 이익을 챙기고 있다”면서 “북한 주민들보다 비교적 쉽게 중국에 오갈 수 있어 그때그때 시장에 필요한 물품만 중국에서 사와 대부분 재고가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화교들은 시장 요구에 맞는 물건을 시의적절하게 판매하다보니 장사가 잘 되는 편이다”면서 “계절에 맞는 상품들을 사 가는 것은 돈주나 화교나 같지만, 화교가 좀 더 발 빠르게 대처해 앞서 나간다”고 부연했다.

여기서 화교는 기본적으로 중국 국적을 가지고 있어 북·중 국경을 넘는 것이 비교적 용이하다. 또한 북한 내 이동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것으로 알려졌으며 물품을 국경에서 들여오는 것과 들여온 이후 물품에 대한 북한 당국의 간섭도 상대적으로 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이점을 활용해 주민들의 요구에 맞는 물품을 신속하게 들여와 이익을 남긴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한 화교는 “1만 위안(약 1,500달러) 상품을 사가면 하루, 이틀이면 물건이 다 나간다”며 “시장이 잘 돌아가서라기보다는 그래도 내가 주민들이 원하는 상품을 빠르게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에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화교 상인들 중 일부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품목을 북한으로 밀반입하는 밀수행위에 적극 가담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또한 직접 대량의 외화를 운반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다만 대북 제재 품목이 원유 및 정제유, 석탄, 광물, 농수산물, 전자장비 등이어서 보따리상을 하는 화교들이 밀수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이며 밀반입을 하더라도 규모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근 일부 북한 시장이 상당히 위축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이에 대북 제재가 인민 경제에도 타격을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 수도 평양도 시장 침체 정황상인 줄고 물량도 감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