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13곳 개·보수 시작…남북 협의는 ‘아직’

화상상봉장
3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에서 작업자들이 화상 상봉장에 설치된 희망 메시지 게시판과 집기들을 철거하고 있다. /사진=연합

국내 이산가족 화상상봉장 13곳에 대한 개·보수 작업이 3일 시작됐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3월의 현장점검결과를 토대로 오늘부터 13개 국내 화상상봉장 개보수에 착수한다”며 “이산가족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편의 제공에 중점을 두고 있고, 기술적으로 선명한 화상이 나올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이날 오전 10시께 서울 중구 대한적십자사 서울사무소 별관 1층에 위치한 ‘묘향 산마루실’의 개·보수가 시작됐다. KT 직원 6명이 기존 상봉장에 설치된 TV 모니터와 영상 송수신 장비 등을 철거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정부는 이날 서울사무소 상봉장 2곳(묘향 산마루실, 칠보 산마루실)을 시작으로 나머지 서울사무소 소재 상봉장 3곳과 지사 8곳에 대해 약 한 달간의 개·보수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봉장이 지난 2007년 제7차 화상상봉 이후 장기간 방치된 데다, 현재는 통신 및 연결 방식이 바뀌어 장비를 교체해야 하는 등 전반적인 개보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재은 대한적십자사 남북교류팀장은 “(장비가) 10여 년 지나 지금은 (작동이) 안 된다”며 “네트워크 장비와 화상 장비, 통신선로 다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화상상봉장이 건물 2층 또는 지하에 있는 대구·광주·춘천·제주 등 4곳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개·보수 공사가 진행된다. 이 중에는 승강기가 없는 건물도 있어 고령의 이산가족들이 접근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상봉장을 1층으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이달 말 개·보수 작업이 완료되면 2주간 시범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최근 국내 13개 화상상봉장의 개·보수와 북측 화상상봉장 장비 지원을 위한 경비 30억 9400만 원을 남북협력기금에서 지원하기로 의결했다.

다만 장비 지원 등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관련한 남북 간 협의는 여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백 대변인은 “현재 유관기관과 협의 중이고, 협의가 끝나는 대로 북측과 실무협의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북측에 구체적인 제의를 한 상황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남북은 지난해 9월 평양에서 열린 정상회담 당시 적십자회담을 통해 이산가족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 문제를 우선 해결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