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이후의 한반도’ 어떻게 될 것인가?

세계화가 보편화된 국제사회에서 유독 눈에 띄는 나라는 북한이다. 북한은 세계화를 정면으로 역행할 뿐 아니라 철저한 수령중심의 독재체제라는 ‘우물 안’에서 소위 벼랑끝 외교로 버티고 있다.

반면 세계화에 비교적 적응한 남한은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런 차이를 우리가 쉽게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문제가 우리 세대 아니면 다음 세대가 맞이할 통일과 관련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서상목 전 의원은 <김정일 이후의 한반도>(북코리아 刊)에서, 먼저 햇볕정책의 성과와 문제점을 분석하고, 둘째 남북한 경제통합 추진과정을 5단계로 나누어 단계별 전략과 파급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끝으로 통일한국이 동북아공동체 형성에 매개자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이를 위한 접근법으로 실용주의적 접근을 제안하면서, 이와 동시에 과거 외국의 유사한 경험에 비추어 한반도의 통일 해법을 제시한다.

남북의 엇갈린 선택

한반도가 남북으로 분단되면서 남한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북한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기본 정치·경제체제로 받아들였다. 남한은 자유민주주의의 공고화와 시장경제의 확산으로 정치·경제의 발전을 이룬 반면 북한은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김일성, 김정일이라는 특정지도자의 영구집권을 위한 유일지배체제로 변질시켰다.

이것이 남과 북의 근본적인 차이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북한은 식량난과 경제난으로 계획경제가 사실상 붕괴한 실정에서도 선군정치로 국제사회로의 편입을 거부하고 있다. 북한 사회가 수령 개인의 사회로 변해버린 상황에서 체제의 변화와 개혁 개방의 요구를 묵살, 거부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실용주의와 韓美日 공조로 북한의 변화를

그렇다면 세계화에 역행하고 유일지배체제로 변질된 북한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이 점에 대해 저자는 남한의 햇볕정책이 반통일 정책이라고 일침을 가하면서, 특히 독일 통일에서 얻을 수 있었던 정경분리의 원칙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면서 독일의 경우 민간 차원의 경제 협력은 정치적 고려 없이 철저한 시장경제적 차원에서 추진되었고, 정부 차원의 경제 지원은 상호주의적 원칙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저자는 햇볕정책은 시장경제 원리보다 정치 원리가 앞섰고, 상호주의보다 퍼주기식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을 가한다. 더구나 퍼주는 식의 무분별한 지원이 김정일 정권의 경제 개선 의지를 높이기보다는 손쉽게 얻은 돈으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는 착각을 만들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저자는 과거의 사례에 비춰 북한이라는 정권에 압박과 유화정책의 병행이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특히 핵문제 해법에서도 힘이 뒷받침된 정책만이 행동의 변화를 가져왔던 역사적 사실을 들어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미래의 통일 한국은 북한 붕괴에 대한 준비 정도에 따라 희비가 결정되며, 북한의 붕괴 속도가 통일 비용에 영향을 준다고 서술하고 있다. 또한 북한의 붕괴와 통일 한국으로 가는 데 있어서 한·미·일 공조 체계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통일 한국은 북한을 흡수하여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 경제, 문화적 측면에서의 한·미·일 공조는 없어서는 안 될 요소임을 역설하고 있다.

상호주의적 대북정책의 필요성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것은 남한의 역할이라고 주장하면서, 정부의 ‘평화 번영 정책’이 국민적 합의와 초당적 협력을 얻기 위해서는 저자가 일관되게 주장해온 상호주의적 대북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또한 햇볕정책으로 한국 내 보수와 진보진영 간의 갈등과 대립, 그리고 한·미 동맹의 균열이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른 현재, 통일 한국으로 가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면서 북한의 변화와 반응에 따른 채찍과 당근으로 개혁과 개방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상호주의적 대북정책이 국민적 합의와 초당적 협력을 얻기 위해서는 현 정권의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임을 역설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의 이해관계와 정세로 볼 때 ‘김정일 이후의 한반도’를 예측하는 것은 간단치 않다. 그러나 복잡하고 다양할수록 그 원칙을 잘 이해하고 대응하면 의외로 문제가 쉽게 풀릴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한반도의 통일을 국제적 범위에서 조망하고, 유사 국가들의 통일 경험을 전함으로써 자칫 민족적 편견에 빠져 암울해질 수 있는 한반도의 미래를 선명하게 그리고 있다.

김용훈 <세계화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