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물려 받은 ‘최고의 비수’…北 ‘중앙당 11국’ 정체는?

[북한 비화] 김정일 시대 설립된 21국, 김정은 집권 후 11국으로 개편…핵·미사일 개발의 핵심조직

김정은_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당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노동신문이 지난달 22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막 벗어나 국방산업의 발전으로 대내외적인 위기를 극복하려 발버둥 치던 2006년. 김정일은 그해 2월 1일 돌연 “21세기 수재들로 중앙당 직속 기술국을 조직하라”는 방침을 내렸다.

김정일의 이 같은 지시에 북한은 김일성종합대학, 김책공업종합대학, 국방대학, 핵물리대학 등 핵심 대학들에 이미 조직돼 있던 ’21실’의 연구사들과 현 국방과학원의 모태가 되는 ‘제2자연과학원’의 각급 연구소 연구사들을 모아 중앙당 산하에 21국을 조직했다.

핵과 미사일을 개발해 단기간에 전력화하는 전략을 추진하던 김정일은 당시 제2자연과학원에 무기 개발과 관련한 중심 연구사업을 진행하도록 했고, 새로 조직한 21국에는 기술과 부품을 수입해 연구하도록 하는 별도의 과제를 내렸다.

핵·미사일 개발에 꼭 필요하지만 북한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기술과 부품을 해외에서 들여와 연구·분석하고 자력화하는 21국의 임무는 전략무기 생산의 정교한 완성도를 높이는 가장 중요한 열쇠로 여겨진다.

그렇기에 21국의 존재와 활동은 지금까지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지고 있다. 북한 국방과학원이 핵·미사일 개발의 주체이자 몸통으로 공공연하게 알려진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때문에 북한 국방과학 분야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21국을 ‘적의 심장을 찌를 비수와도 같은 집단’이라고 불린다.

김정일이 사망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김정은은 집권 초기인 지난 2012년 2월, 21국을 11국으로 개편하고 설립 당시 13개였던 연구소를 18개로 확장했다. 11국은 기존 21국에 주어진 사명과 임무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핵·미사일 고도화’라는 당의 방침에 맞게 기술 수입과 연구개발 사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북한의 각급 외화벌이 기관들은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로 녹록지 않은 여건에서도 김정은의 통치자금이나 핵·미사일·전략무기 연구개발자금으로 쓰이는 당 자금을 벌어들이는 데 애를 쓰고 있지만, 11국은 김정은의 비준(승인)하에 당 자금을 갖고 해외에 나가 활동하고 있다. 당의 전폭적인 지지와 신임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지난해 11월 17일 김 위원장이 11국 성원 15명에게 평양시 중구역에 있는 고급아파트를 선물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그동안 11국 성원들은 비밀유지를 위해 호위국 무장보초와 차단초소에 둘러싸인 특별관리구역에서만 거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김정은의 개별방침으로 사상 처음으로 특별관리구역이 아닌, 그것도 시내 중심의 탁 트인 아파트에서 살 수 있게 됐다.

김 위원장이 개별방침으로 국방 및 군수공업의 핵심 인재들에게 파격적인 선물을 내리면서까지 각별히 챙기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내에서 11국이 국방력 강화, 더 나아가 정권 안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는 방증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