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호된 질타에 北간부들 대거 지방으로 파견돼

농장원 “내각, 중앙당 소속 간부들 2인 1조로 농장에서 숙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중순 함경북도에 있는 발전소 건설현장 등을 방문해 당과 내각, 경제지도 단위 간부들의 사업 태도를 호되게 질타한 직후 중앙당과 내각, 성(省) 간부들이 지방 시군의 농장과 건설 현장에 대거 파견돼 지원 사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이 함북 어랑천 발전소 등을 방문해 현장을 찾지 않는 내각 책임 간부들과 이를 감독하지 않는 당 중앙위 및 조직지도부 간부들까지 싸잡아 비판한 내용이 노동신문에 보도된 날짜가 7월 17일이다.

북한 농업성 간부들을 중심으로 함경북도 농장에 파견된 사실이 내부 소식통을 통해 포착된 것이 7월 하순 경이다. 김정은 격노 이후 10여 일 만에 신속하게 간부 파견이 이뤄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은 8일 “지난달 하순 경부터 농장원 사이에서 ‘평양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내각 농업성 간부들과 중앙당 간부들이 농장원들의 집에서 함께 숙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파견된 간부들은 내각과 중앙당 소속으로 농장마다 2인 1조로 배치됐다. 파견 간부들은 자신들의 임무에 대해 ‘주민들과 동고동락하며 농장의 어려움과 구체적인 실태를 파악해서 닥친 어려움을 해결하고 생산활동을 독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7월 하순부터 파견 간부들에게 숙소를 내주고 일주일 정도 함께 생활한 청진시 D 농장의 한 농장원은 “농장에서 한(1) 킬로(kg)의 식량도 폐를 끼치지 말라는 당의 지시가 있었기 때문에 어떤 특혜도 베풀지 말라고 당부까지 했다”면서 본인들이 직접 공수해온 쌀과 부식으로 식사를 해결하고 있다고 소식통에게 전했다.

농장에 파견된 중앙 단위 간부들은 가을걷이가 끝난 후 평양으로 복귀할 예정이다. 약 석 달간의 파견 기간 동안 평양 방문은 2회 허락된다.

소식통은 중앙 간부들의 지방 파견이 농업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고 주요 건설 현장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해외동포 대상 선전잡지인 ‘류경’은 김정은 위원장 현지 시찰 이후 열흘 만에 어랑천 5호발전소 준공식이 진행됐다고 전한 바 있다.

소식통은 “군당(郡黨) 간부들과 농촌경영위원회, 농장 책임일꾼들은 이 파견 간부들에게 흠을 잡히지 않기 위해 작업 강도를 높이고,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면서 “폭염 때문에 농작물이 타들어가도 속수무책이었는데, 급수대책을 세우고 직접 급수 차량까지 확보하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농장원들도 폭염 속에서도 농장에 출근해 일하는 시늉이라도 내야하는 처지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양강도 농장에도 간부 파견이 확인됐다. 양강도 소식통은 6일 “혜산을 비롯해 소규모 농장과 국경연선까지 간부들이 내려와 있다”면서 “실질적인 가물(가뭄) 해갈 조치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평양 파견 간부들의 눈치를 보는 시군 책임 간부들의 성화로 매일 출근과 생활 총화가 강도 높게 진행돼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부작용도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 고위 탈북민은 “북한에서는 김정일, 김정은 등의 방문이 자주 진행되는 양강도 백암군 감자농장 등에 중앙 단위 간부들이 파견돼왔지만, 함경북도와 양강도 대부분의 농장에 중앙 간부들이 대거 파견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조치”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김정일 시대 3대 혁명소조운동의 일환으로 소조원들이 지방 생산 현장에 대거 파견된 바가 있지만, 이와는 차원이 다르다. 김정은의 간부 기강잡기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광인 코리아선진화연대 소장은 “북한에서는 최고지도자의 말 한 마디에 따라 반드시 후속 조치가 따르게 되어 있다. 이번 파견도 이에 따른 조치로 보인다”면서 “경제에 올인하겠다고 했으니 본인은 경제 현장을 다니고 간부들은 이에 발맞추는 모습을 백성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