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역점사업 ‘단천발전소’ 건설노동자 “근로조건 너무 열악”

단천발전소
단천발전소 공사현장. /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전력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단천수력발전소(함경남도) 건설을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현재 건설 현장에 동원된 주민들이 끼니나 기본적인 작업용 도구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열악한 근로 환경 속에 놓여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3일 데일리NK에 “단천발전소 건설에 동원된 노동자들의 작업 강도가 높고 잠자리조건과 식생활이 열악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지만, 위(당국)에서는 아무런 대책도 없다”며 “실제로 (양강도) 혜산방직공장의 노동자로 있으면서 단천발전소건설 돌격대로 6개월 나갔던 20대 초반의 여성이 너무 힘들어 3개월 만에 도망쳐 나왔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공사에 동원된 주민들은 하루 15시간 노동이 기본이고 잠을 자는 시간은 3시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장갑과 같은 기본적 물자도 제공되지 않아 노동자들이 맨손으로 시멘트 혼합물을 만지는데, 손이 터서 피가 나는데도 계속 작업에 내몰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엄동설한에 감탕(물에 풀어져 곤죽같이 된 흙) 처리작업을 하는데 여성이라고 사정을 봐주지도 않아 남성들과 같은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면서 “암반이 나올 때까지 감탕을 퍼내고, 암반이 나오면 맨손으로 물을 뿌리면서 닦아내는 작업을 하는데 체내(처녀)들의 손이 다 터지고 피고름이 흘러도 아랑곳하지 않고 일을 시킨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작업 환경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의 식사 조건도 상당히 열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식당에서 주는 음식은 삶은 통옥수수에 소금국 또는 옥수수 국수가 전부인데, 그것마저 양이 형편없이 적어 먹고 돌아서면 배고픔을 느낀다는 게 소식통의 얘기다.

자금 상황이 비교적 나은 중앙 무역회사소속 노동자들은 그런대로 식생활이 보장되지만, 지방에서 파견된 기업소 돌격대나 군대 등에는 음식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아 현장에서 도망치는 인원이 점차 늘고 있다고 한다.

현재 북한에서 가장 시급한 전기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에서 단천발전소 건설은 김 위원장의 역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대북제재 여파에 따른 재정난과 식량난 등이 겹치면서 건설 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생존, 근로조건도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건설 현장이 주민들이 모여 사는 지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노동자들이 주머니에 돈이 있어도 음식이나 장갑과 같은 일명 ‘노동 보호 물자’를 살 수조차 없는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 같은 상황을 아는 일부 음식 장사꾼들이 일주일에 한 번 정도 건설 현장에 나타나 두부밥이나 인조고기, 인조고기밥, 옥수수빵, 옥수수 국수 등을 팔고 있는데, 가격은 턱없이 비싸지만 일단 나타나기만 하면 배고픈 사람들이 정신없이 달려들어 순식간에 음식이 팔린다고 한다.

단천발전소
단천발전소 속도전청년돌격대 제6여단. /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한편, 소식통은 “이런 조건에 노동자들이 시공규정대로 하지 않아 반복 작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 과정에서 검열자에게 뇌물을 주고 덮어버리는 일도 허다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016년 신년사를 통해 단천발전소 건설을 처음으로 언급한 뒤 그해 4월 7차 당 대회에서 “지금 건설 중에 있는 발전소들의 조업기일을 앞당기고 대규모의 단천발전소를 최단기간에 건설하며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동시에 밀고 나가 전력문제 해결의 전망을 열어놓아야 한다”면서 ‘최단기간 내 완공’을 과업으로 제시했다.

이후 2017년 5월 박봉주 내각 총리가 참석한 가운데 단천발전소 착공식이 진행됐으며, 북한은 현재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의 마지막 해이자 당 창건 75주년을 맞는 2020년까지 완공하는 것을 목표로 건설을 다그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이후 매해 신년사마다 단천발전소 건설을 언급해 역량을 집중할 것을 주문했는데, 실제 올해 신년사에서도 “나라의 전력문제를 풀기 위한 사업을 전 국가적인 사업으로 틀어쥐고 어랑천발전소와 단천발전소를 비롯한 수력발전소 건설을 다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