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살해 배후’ 김정은 철퇴 전략 마련돼 있나?

4년 전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북한 김정은이 이번엔 이복형 김정남 살해를 지시했다는 정황이 점점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친인척을 고사총·독극물 등 무자비한 방법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제동 장치 마련은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번에 살해된 김정남은 아버지 김정일의 지시로 어렸을 적 이종사촌형 이한영과 같이 성장하였다. 물론 이한영이 몇 살 더 위였지만 김정일이 김정남을 위해 숙소에서 친구 겸 형으로 외롭지 않게 자라도록 배려한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 두 사람은 모두 북한 대남·해외 공작기구에 의해 살해되는 기구한 최후 운명을 맞았다.

이한영은 20년 전 이맘때 북한이 보낸 특수요원에 의해 살해되었다. 북한 사회문화부 소속 테러 전문요원인 일명 ‘최순호 조’가 한국에 침투하여 이한영이 거주하는 분당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앞에서 그를 권총으로 살해한 것으로 우리 정보당국은 보고 있다. 이번 김정남 살해 사건은 더 나아갔다. 북한 정찰총국 주도로 포섭된 동남아시아 여성들이 동원됐고, 북한과 우호적인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사건이 벌어졌다. 북한은 자신들이 목표로 하는 공작대상에 대해서는 남한이나 전 세계 어느 나라라도 쫒아가 살해하는 잔인한 집단이라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또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북한의 공작수법이 보다 교묘해지고 있다는 부분이다. 전술한대로 이번에는 북한 특수요원들이 직접 나서기 보다는 포섭된 제3국인이 청부살인을 하였고, 살해 방법도 총기나 독침 등 종전의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가스 분사라는 독극물을 기화하는 방식을 택하였다. 특히 백주에 유동인구가 많은 공항에서 습격하는 등 살인방식도 점점 대담해지고 있다. 

아울러 북한은 완전 범죄를 꾀하기 위해 ‘생떼’를 쓰기도 하였다. 김정남이 살해되자 강철 주(駐) 말레이시아 북한 대사가 김정남의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나타나 시체를 인수하겠다고 소란을 피웠고, 부검결과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또한 말레이시아가 북한 비판 세력과 결탁했다는 모독 발언도 서슴지 않은 데 이어 사망자가 김정남이라는 점을 언급하지 않고 북한 여권을 가진 ‘김철’일 뿐이라고 강조하는 등 ‘김정은이 살해 배후’라는 본질 흐리기에 나서고 있다.  

북한식 ‘부인(否認) 전략’도 여전하다. 1983년 미얀마 아웅산 테러 당시 북한은 우리 국빈들을 ‘폭탄 테러’로 살해하곤 끝까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잡아뗐다. 관련성을 철저히 차단하기 위해서 체포되거나 사망한 공작원에 대한 ‘꼬리 자르기’에 나섰던 것이다. 심지어 북한은 자신들과 관계가 없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 공작원 시신인수까지 거부하였다. 이런 모습을 볼 때 체포된 리정철에 의해 전모가 밝혀져도 ‘남조선(한국) 및 특정 세력에 의한 모략’이라는 억지 주장을 지속할 가능성도 높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그 어느 독재자보다 악랄한 방식으로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김정은에 맞서는 우리의 모습은 어떤가. 우리의 대북 기관들이 점점 교활해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맞춤 역량을 축적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월등한 공작기법을 개발해 김정은에게 언제든 제거될 수 있다는 공포심을 심어주는 것도 북한 변화 유도에 있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