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제품 빼돌려 北 시장서 유통














▲ 북한 장마당 내에서 팔리는 화장품들 (기사내용과는 무관)
개성공단에서 생산된 제품의 일부가 빼돌려져 북한내 시장, 장마당 등에서 광범위하게 불법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개성공단 입주 업체들도 제품 유출 사실을 일부 시인했다.

복수의 북한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2006년부터 개성과 평양 인근지역에서 조금씩 유통되던 ‘개성공단 제품’들이 최근에는 신의주와 용천 일대에까지 광범위하게 유통되는 등 그 규모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평양 락랑구역에 거주하며 현재 친척방문을 위해 중국 옌지(延吉)에 머물고 있는 정 모 씨는 “지난 2006년 하반기부터 개성에서 생산된 완제품과 미완제품, 부식물 등이 평양시 선교시장을 비롯한 주요시장에서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며 “제품의 질이 좋아 높은 가격에 날개 돋힌 듯 팔리고 있다”고 밝혔다.

정 씨는 “거래되는 물품들은 숟가락, 젓가락, 그릇세트, 남녀 의복, 여자 가슴띠(브래지어), 팬티, 남녀 코트 등 다수”라며 “개성에서 가져온 상품이라고 하면 이것저것 물어보지도 않고 거래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 역시 “개성 상품이 평양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것은 시장을 이용하는 사람이면 이미 다 아는 사실”이라며 전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소식통은 “개성과 평양의 가격이 조금씩 다른데, 미완성 숟가락의 경우 개성에서 1500원이면 평양에서는 2000원에 거래되며, 완성품인 경우 가격이 훨씬 높다. 고급 그릇세트는 4만 5천원, 다시다(조미료)는 3~5만원에 거래된다”며 상세한 가격까지 설명했다.

또 “개성에서 흘러나온 라면, 육개장 사발면, 커피, 봉지빵 등도 아주 인기 있는 상품인데, 라면과 사발면은 2천원에, 커피와 봉지빵은 350원 정도면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은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마땅한 대책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개성공단에서 내의(內衣) 등을 생산하는 A업체의 한 관계자는 “그런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며, “직원들이 퇴근시 한 두 벌씩 입고 나가거나 몰래 챙겨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것 때문에 몸수색을 하면 자존심 강한 그들을 자극할 수도 있고 문제가 더 커질 수도 있다”며 단속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업체의 관계자 역시 “우리도 최근에는 시스템을 보완해 그런 일이 많이 줄었지만, 초기에는 분실 사고가 아주 심했다”며 “한국인 직원용으로 공급되는 커피나 초코파이 등도 많이 없어진다. 완성품의 부피가 큰 제품은 모르겠지만 간단한 일상용품의 경우 빼돌려지는 일이 많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남북경협시민연대’ 김규철 대표는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를 통해 “생산 라인에 근무하는 북측 근로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소량의 물건을 빼돌릴 가능성은 아주 높다”며 “각 공장에서 크고 작은 도난 사고가 많다는 이야기는 2~3년 전부터 꾸준히 들어왔다”고 말했다.

내부 소식통들에 의하면 2006년에는 이렇게 빼돌려진 물건들이 속칭 ‘똑똑이’들을 통해 소규모로 은밀히 판매됐으나, 최근에는 장마당을 통해 대량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똑똑이’라는 이름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문을 ‘똑똑’ 두드리며 물건을 팔아 붙여지게 됐다”며 “이들은 주로 집안 형편이 좋아 보이는 집만 골라 흥정을 하고 물건을 팔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개성공단 제품은 비록 은밀하지만 장마당에서도 거래가 되고 있으며, 신의주와 용천 일대에서까지 개성공단 제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개성공단 제품의 유출 규모가 과거에 비해 훨씬 더 커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규철 대표는 “특히 개성공단에 진출한 개별 기업의 경우 북측 근로자의 대표격인 직장장(공장장)이 사실상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물건 빼돌리기도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김 대표는 “지난해 수해를 입었을 때도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이 1억2천 만원 규모의 현물지원을 했다. 아마 그 중 상당수가 빼돌려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내부 소식통은 “어차피 각 공장의 창고지기가 조선(북한)사람이기 때문에 물건 빼돌리기는 땅 짚고 헤엄치기일 것”이라며 “각 공장에서 이런 일들을 모르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당국에 쉽게 항의할 수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통일부 개성공단사업지원단의 한 당국자는 데일리NK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런 소문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라고 일축했다.

기자가 “일부 입주기업의 관계자들로부터 이런 일들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되묻자, “그건 해당 기업 자체의 점검 시스템이 부족해서 그런 것 아니냐”며 “그런 일이 있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개별기업의 케이스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