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북핵해법, 한-중이 협력하면 모범답안

11일 CNN에 출연해 북핵문제 외교적 해결을 강조한 라이스 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은 11일 CNN에 출연, “북한 핵문제는 외교적 수단을 사용해 풀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북한 핵문제의 외교적 해결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한 언급이다.

라이스 장관은 “우리는 북한을 침공할 계획이 없다”면서 “대통령은 다른 선택방안들을 테이블 위에서 결코 치우지 않지만 외교로 풀 수 있는 상황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가 군사행동을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6자회담을 통한 평화적 해결 원칙을 분명히 밝혀온 미국의 원칙이 라이스 장관의 이번 발언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수 차례 ‘필요한 모든 수단은 검토 대상이 될 것이나 지금은 6자회담을 통한 북핵 해결이 최우선적 과제’임을 분명히 해왔다.

북한이 핵실험 징후를 보이고 예상보다 빠르게 11일 폐연료봉 인출을 강행하면서 ‘필요한 모든 수단’에 대한 내용과 그 적용 시기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직은 미국이 6자회담 재개에 무게를 싣고 있는 것이 분명하지만 5자회담 개최, UN안보리 회부 등 그 중심이 이동할 시간도 멀지 않았다는 전망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무게중심이 옮겨가는 시기는 북한의 핵실험이 될 것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北주재 서방대사 “중국의 레드라인은 북한 핵실험”

한편, 최근 북핵문제의 상황 악화 조치를 막고 북한을 6자회담에 불러내는 데 ‘뉴욕접촉 유용론’이 자주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미-북 양자접촉을 6자회담 무력화 공간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어 미국은 적극성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북한이 원자로 가동 중단에 이어 폐연료봉 인출을 조기에 강행하면서 대화를 주장하는 미국 내 목소리는 위축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의 소식통은 최근 북한의 행동에 미 행정부 관리들은 좌절감을 넘어 분노마저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여건에서 미-북 뉴욕 접촉은 개최를 낙관하기 힘든 상황이다. 뉴욕 접촉이 열린다 해도 지난해 11월과 12월에 열린 양자접촉처럼 상호 험한 소리만 오가는 상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북핵 문제 분수령은 북한 핵실험 실시 여부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한 대북소식통은 ‘중국이 설정한 레드 라인(red-line)은 북한 핵실험’이라는 북한 주재 서방 대사관의 발언을 전했다.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도 12일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북한의 입장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초 중국을 방문한 강석주 북한 외무성 제1 부상이 “우리는 핵무기를 보유하였으며, 북한만 대상으로 하는 비핵화는 있을 수 없다”며 6자회담의 군축회담으로 전환을 요구하는 등 회담 성격의 변화를 주장하고 있다.

北 핵실험 강행, 주변국 대응 오히려 쉬워져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북한이 핵을 보유하기 위한 행동을 지속하고 있기 때문에 현재는 (6자회담 재개)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어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면 오히려 주변국의 입장이 통일되는 결과를 가져와 대응이 쉬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핵실험 등 핵 보유 공식화에 대응하는 미국의 수단은 다양하게 열려있는 것 같다. 결정적 변수는 한국과 중국 정부이다. 두 국가의 협조 여부에 따라 미국의 행동은 공조를 통한 외교적 해결에서부터 강력한 경제봉쇄까지 폭넓게 선택 가능하다.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중국과 한국정부는 안보리를 통한 대북 제재에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다. 안보리에 회부되면 의장 성명에서부터 경제제재까지 제재 수위는 계속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강력한 대북 봉쇄 결의에 중국과 한국이 반대하거나, 북한이 굴복하지 않으면 미국 내에서는 단독 군사행동 카드가 다시 힘을 얻을 수 있다.

미, 중국 통한 북정권 교체 시도 가능성

이춘근 자유기업원 부원장은 “미국은 부시 정권에 레임덕이 오기 전에 북한 문제를 해결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한국과 중국이 적극 협력하면 평화적 해결이 가능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최악의 상황에서는 군사 옵션을 고려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군사 공격은 채택하기 어려운 수단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천명했다. 라이스 장관은 최근에도 “북한은 이라크와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따라서 군사적 방법은 북한과 주변국을 압박하기 위한 수단이며, 미국의 선택은 결국 중국을 통한 북한 정권 교체가 될 것이라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본격적인 게임은 이제부터가 될 것 같다. 아직도 북한에게 기회는 남아 있다. 미국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확실한 것은 중국과 한국 정부의 선택이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이다. 더욱 분명한 것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미국은 핵문제를 체제전환 문제와 결부시키게 된다는 것을 김정일 정권이 분명히 인식해야 된다는 것이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