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在日 박두진 고문] “국수적 민족주의 부추기지 말라”

▲ 끝내 등을 돌리게 된 한-일 외무장관

2월 23일 다카노 도시유키(高野紀元) 주한 일본 대사는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타케시마는 명백한 일본 영토”라고 주장한 데 이어, 3월 16일 시마네현 의회는 오전 본회의를 열고 2월 22일을 ‘타케시마의 날’로 정하는 조례안을 가결했다. 한국령 독도를 일본령으로 법제화한 것이다.

이러한 일본의 국수적 움직임은 한국의 국수적 반일 감정에 불을 붙여, 3월 17일 노무현 대통령은 강경한 ‘新대일정책’을 발표하게 만들었다. 노 대통령은 23일에도 대국민담화를 통해 “일본과의 심각한 외교 전쟁도 치를 각오가 돼 있다”며 “이번에야말로 근절시키고 싶다”는 등 외교적 표현으로는 어울리지 않는 말로 일본을 비판했다. 그래서인지 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작년 탄핵사태 이후, 처음으로 50%대에 육박하고 있다.

위험한 민족주의 선동

한일 월드컵의 공동개최와 ‘겨울연가’ 붐으로 한일 우호 친선관계가 대중 속에 자리잡고, 한일 간 인적 왕래가 500만 명에 달하는 가운데, 일본이 무슨 이유로 「독도」문제를 꺼내 한국의 반일 감정을 자극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국수적인 민족주의 선동 정책은 양국에 아무런 이익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도, ‘독도’는 한국 영토라는 사실을 확고히 주장하면서 외교적 방법으로 대응하면 좋았을 것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내일 당장 일본에게 독도를 빼앗길 것처럼 감정적으로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소아병적 발상이다. 지금까지의 대일 정책이 미비하거나 부족했다면, 그것을 묻는 구체적 대책과 조치를 착실히 진행하면 될 일이지 소란을 피운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단일 민족’을 자부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그 중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자부심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단국 이래 민족 5千年의 역사를, 일본은 천황의 萬世一系를 자랑한다. 그러나 이러한 ‘자랑’이 나라를 풍요롭게 하는 것일까.

민족주의는 국민 국가가 형성되던 시대에 등장, 20세기 들어 식민지 민족해방운동으로 큰 역할을 했다. 그것은 민족주의라는 이데올로기가 민족 문화나 자국 역사의 우수성, 그리고 그 역사 속에서의 외세 배제의 전통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칫하면 자민족의 역사를 과장한 나머지, 시종일관 상대의 결점만을 찾아들어가는 경향에 빠지기 쉽다. 또 민족의 독립과 발전을 지향해 민족 통일을 실현하려는 이데올로기이기 때문에, 국수주의적 경향을 갖기 쉽고 많은 경우 권력자의 위기 회피 수단으로 이용된다.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세계가 상호협조해야 하는 시대에 민족주의를 부추기는 행위가 과연 현명한 일인가 제대로 생각해봐야 한다.

민족주의를 넘어서자

남한과 북한, 일본의 틈 속에서 살아온 재일동포는 민족주의의 긍정면과 부정면을 몸소 체험했다. 민족허무주의, 사대주의가 횡행하던 시대에는 민족주의가 자신감을 안겨줬다.

그러나 그 수준을 극복하여 ‘인권과 민주주의 가치관, 다문화 공생이 인류 발전의 방향이다’라고 확신하는 현재, 민족주의는 민족의 자랑을 강조한 나머지 민족대립을 초래하거나 자기의 약점을 숨기고, 他者로부터 배우려는 겸허함을 상실하게 하는 등 그 폐해가 많다.

한국의 어느 저널리스트는 한국 정부의 독도 문제 대응에 대해 “한국인은 사소한 일에 동요하지 않는 불독 같은 영국인, 여우처럼 용의주도한 일본인의 기질을 배워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다문화 공생을 지향하는 우리 재일동포는, 자기의 정체성(Identity)을 기르는 민족심은 확실하게 갖고, 이미 終을 告한 민족주의는 극복할 생각이다.

박두진 / 본지고문


-일본 오사카 출생
-(前)在日조선대학교 교수
-통일일보사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