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주민 “우리도 외국 브랜드 좋아합네다”

▲ 단둥 세관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트럭ⓒ연합

북한에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제품은 여전히 한국 상품이다. 벌써 4년쯤 되었다.

최근에는 한술 더 떠서 한국상품을 비롯하여 외국 브랜드가 붙은 옷이 인기라고 한다.

중국 단둥(丹東)에서 만난 북한 무역업자 강천호(가명)씨는 “요즘 조선(북) 사람들 속에서 한국, 일본 등 외국상표가 달린 옷을 입어야 대접받는다”며 “조선에도 브랜드 옷을 찾는 시기가 왔다”고 말했다.

강씨는 주민들이 선호하는 상품은 한국과 일본에서 수입한 중고 브랜드 의류라고 한다. 물론 새것이면 더 좋지만, 워낙 값이 비싸 브랜드의 가치를 살리면서 값이 싼 중고 상품이 인기라는 것.

중고의류 100kg 중국돈 1천원에 거래

이에 따라 대표적인 외국상품 유입 통로인 신의주 시장은 중국으로부터 수입되는 중고 상품으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신의주 상인들은 단둥으로부터 일본산 중고 의류들을 넘겨받아 수익을 올린다.

신의주 상인들은 일본산 중고 의류 100kg 보따리 하나에 중국 인민폐 1천원(한화 약 13만원)을 주고 넘겨받아, 이를 소매 상인들에게 300 달러(한화 약 27만원)에 넘긴다고 한다. 물론 이같은 값에 거래되려면 중고 의류가 A급이어야 한다.

신의주에는 한국산 중고 의류도 상당수 유입되고 있다. 신의주 세관은 한국산 상표가 달린 의류나 전자제품을 공식적으로는 통과시키지 않는다. 때문에 세관을 통과하려면 상표를 제거해야 한다. 그러나 시장에 나도는 상품 중에는 한국산 브랜드가 붙은 것이 많다.

청바지는 여전히 통제대상이다. 이 때문에 상인들은 수요가 많은 여성 의류를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강씨는 “여성 바지는 엉치에 딱 올라붙는 검정색 쫄바지를 즐겨 입는다”고 말했다. 한국산 중고 가죽점퍼는 북한돈 약 10만원(한화 약 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고 한다.

신의주 시장에서는 중고품 삼성, LG 컴퓨터, 삼성 카메라 등도 많이 팔린다고 한다. 강씨는 “한국상품을 파는 사람들은 모두 권력기관을 끼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물건들은 내놓고 팔아도 보안원들이 시비를 걸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삼성 제품이라도 중국 현지에서 만든 상품은 괜찮다”고 말했다. 즉 제품에 ‘Made in Korea’는 단속해도 중국 현지공장에서 만든 ‘Made in China’는 괜찮다는 것이다. 그러나 주민들은 중국공장에서 만든 제품보다 한국 본사제품을 더 선호하는 편이다.

한편 대북지원으로 들어가는 한국물품들은 이제 공공연히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강씨는 “대북 지원물자를 관리하는 당 기관 등 대남 부서들이 요즘 살판 났다”며 “한국이 지원한 품목 가운데 일부는 배분하고, 나머지는 장마당에 팔아 폭리를 챙긴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외국에 나갈 기회가 많은 외교관 등이 각광받는 직업이었으나, 요즘은 대남 부서에 배치받기를 원하는 추세”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