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아우디’ 타는 신흥부자 생겼네

▲ 신의주 압록강 선착장에서 고급 세단을 타고 여객선을 기다리는 북한 귀부인(?)의 모습 ⓒ데일리NK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이지만 반대로 잘먹고 잘사는 사람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이후에는 국가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되고 중국과의 민간교역이 늘어나면서 북중무역으로 돈을 버는 신흥부자들이 많아졌다.

북한측 무역업자들은 북한에 있는 광물, 특산물, 수산물, 각종 수공업품을 일본이나 중국에 내다 팔고, 소비재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이윤을 챙긴다.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무역회사 사장이나 간부들은 중국측 업자와 짜고 가격을 허위로 작성해 떼돈을 버는 경우도 허다하다.

대략 월 평균 100~500달러(북한돈 30~150만원) 정도를 소비할 능력이 있으면 북한에서는 부자 소리를 듣는다. 월 1천달러(북한돈 300만원) 이상 소비하면 알부자로 통한다.

현재 신의주시장에서 상태가 좋은 북한 햅쌀은 1kg에 1000원, 돼지고기는 1kg에 3000원 안팎이다. 일반 근로자 월급이 2~3천원이다. 따라서 주민들은 장사, 뙈기밭, 지게꾼, 가축 사육, 약초 채집과 같은 부업으로 대개 한 달에 5만원 안팎을 벌어 생계를 이어간다. 물론 장사 수완이 좋거나 중국 친척의 도움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함흥 출신 무역업자로 지난달부터 중국 단둥(丹東)을 왕래하는 김기남(가명·42) 씨는 “지금 함흥시에서 4인가구 기준 1일 평균생활비는 2천~5천원이 들어간다”면서 “월 평균 소비는 5만~10만원으로,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부자들은 80년대 중반과 90년대 후반에 크게 늘었다. 이들은 80년대 중반 이후 조총련을 통한 북-일 무역에서 송이버섯과 해산물(전복, 해삼, 도루묵, 문어) 밀수로 수십만 달러를 끌어 모았고,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북중무역을 통해 큰 돈을 벌어들였다.

광물 가격 조작, 수십만 달러 재산 모아

일례로 송이버섯 1kg에 설탕 3kg이나 밀가루 4kg을 교환하는 형식으로 헐값에 송이를 산지 주민들로부터 사들여 일본에 밀수출하는 방식으로 폭리를 취했다. 여기서 남은 차액은 국가에는 한푼도 내지 않고 고스란히 이들과 이를 눈감아주는 국가기관 근무자 주머니로 들어갔다.

최근에는 90년대 중반 대량아사 시기부터 본격화된 북-중 무역을 통해 큰 돈을 번 사람들이 많다. 여기에는 북한 국가기관에서 운영하는 무역사업소뿐 아니라 중국과 거래하는 대방(무역중개업자)과 물건을 대는 현지 모집책까지를 포함한다.

북한 만충무역회사 김창룡(가명)은 자강도 만포시에서 나오는 광물을 중국 랴오닝성의 모 중국회사에 수출하면서 광물 1t의 가격을 50달러로 상부에 보고하고는 실제로 1백달러에 중국무역업자들과 짜고 팔았다. 그는 1t당 30달러 이상의 폭리로 이미 수십만 달러의 재산을 모았다.

중국 선양(瀋陽)에서 화장품과 여성 속옷 가게를 운영하는 한국인 김진숙(가명·47) 씨는 북한의 신흥부자들을 주 고객으로 하고 있다.

그들의 소비행태를 잘 파악하고 있는 김 씨는 “중국에 주재하고 있는 북한 무역업자들이 이곳에서 고가의 화장품과 속옷을 구입해 잘 알고 지낸다”면서 “비너스(여성용 란제리), 일본산 기능성 속옷, SK-2(화장품) 같이 비싸게는 수천 달러까지 하는 고가품을 구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말하는 수백에서 수천달러에 달하는 돈은 북한돈으로 100만원을 호가한다. 이들의 소비행태에 일반 중국인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 것이다.

고급 냉장고 선물 요구 안들어줘 북한 1년간 못들어가

김 씨는 “이들은 가격이 맘에 들면 중국 사람들과 다르게 흥정을 하지 않고 군소리 없이 구입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일단 한번 가게를 찾으면 2-3천달러 정도를 소비하는 북한 고객도 있다”고 귀뜸했다.

김 씨 고객 중에는 북한의 전 인민무력부장의 손자 며느리와 서광무역회사 박모 씨도 포함돼 있다. 여기서는 90년대 후반부터 문화재와 광물을 취급했다.

또한 중국에 나와있는 북한 식당 운영자들도 돈벌이가 좋다. 선양에서 북한 식당을 운영하는 장모 씨는 여직원 7명과 주방보조, 보위지도원까지 전부 북한에서 데리고 들어왔다. 물론 부인과 심양에 있는 대학을 다니는 딸도 함께있다.

장 모씨는 직접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 개인 자금 15만 달러를 투자했다. 장 모 사장은 1, 2층 식당 홀 임대료만 월 1만달러를 지불하고 있다. 그는 중국에 오기전 스위스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한 경험이 있다.

중국 선양시에서 북·중, 한중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조선족 김모(39) 사장은 북한 세관장과의 에피소드를 기자에게 소개했다.

“북한 국경도시 세관장이 나에게 조선에 들어올 때 최고급 도어형 냉장고(3천달러 이상)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내가 그것을 모른 척했다가 1년간 입국이 안돼 큰 고생을 했다. 당시 우리 어머니가 ‘돈 몇푼 벌자고 남에게 그렇게 큰 액수를 바치느냐. 북한 사람들이 무슨 욕심이 많길래 그런 호사를 부리는가’라며 극구 반대해 부탁을 들어주지 않았다.”

북측 관계자들, 뇌물 없으면 계약 나서지도 않아

김 사장은 이후 꼭 1년 동안 북한으로 들어가지 못해 계약을 한 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김사장은 북한과 계약을 못하니 물건(광물)을 주고받지 못해 1년 동안 더 큰 돈을 잃은 셈이다. 이후 세관장에게 몇 차례 찾아가 읍소하고 최신형 냉장고를 선물하고 북한 출입이 허가됐다.

북한 광물이나 수산물은 품질이 양호하고 가격이 싸서 중국측 무역업자들에게는 인기가 좋다. 따라서 북한측 무역업자들에게 ‘뇌물’을 주고서라도 계약을 성사시키려고 한다. 북한측 관계자들도 뇌물이 없으면 대화에 나서지를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은 일단 북한측 관계자와 좋은 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서 최고급 호텔에서 호화스런 술과 음식, 사우나와 안마, 여기에 접대 여성까지 제공한다.

북한이 인접한 중국 국경도시에서 무역회사 대표로 일하는 박병남(가명) 씨는 전형적인 북한 신흥부자다. 박 씨는 45평 고급 아파트에 지내면서 중국돈 50만 위안이 넘는 신형 아우디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박 씨에게 “북한으로 갑자기 소환되면 어쩔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자동차는 북한으로 가지고 가고 집은 부동산업자에게 맡겨 임대를 주겠다”고 대답했다. 박 씨는 중국 공안에 거액의 뇌물을 주고 중국 국적까지 취득한 상태다.

구역당 비서집까지 사들여 새집 짓는다

박 씨의 누나는 함경북도 청진시 00구역당 책임비서의 집자리에 살고 있다. 박 씨의 누나는 2002년 당시 청진의 00구역당 책임비서 집을 돈을 주고 매입했다. 시설이 잘 돼 있기로 알려진 구역당 비서의 집을 허물고 박 씨 누나는 그곳에 10만 달러를 들여 새집을 지었다고 한다. 내부 장식재료와 가구, 가전제품까지 전부 중국에서 들여갔다.

이 사실을 누군가 중앙당에서 신소를 제기해 검열 그루빠(그룹)가 내려왔으나 이마저도 모두 돈으로 해결했다고 한다. 박 씨 누나는 북한 내에서 닛산자동차를 타고 다닌다고 한다.

박 씨의 말에 따르면 누나의 시아버지가 90년대 후반부터 당시 함경남도 00군 보위부장과 함께 일본 조총련과 북한산 송이버섯 무역을 했는데, 그때 수 백만달러를 벌었다고 한다. 박 씨는 “그런 것에 비하면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고 말했다.

현재 박 씨 누나의 시부모들은 철따라 북한의 명승지(금강사, 묘향산, 칠보산, 개성 판문점)를 관광하며, 평양의 유원지와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며 지낸다고 한다.

북한 부자들은 뇌물과 비리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김정일 체제가 그리 싫지 않다는 반응이다. 북한과 무역을 하는 한 조선족 사업가는 “김정일이 망하는 것을 가장 반대할 사람들이 신흥부자들이지만, 이들은 체제가 무너져도 사업가로 재빨리 변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