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서 5장 6기 다 갖추면 상류층?…”이제는 옛말 됐다”

북한에서 태양열광판으로 전기 문제를 해결하려는 주민들이 증가하면서 이제는 농촌지역까지 가전제품 사용이 보편화되는 추세라고 소식통이 알려왔다. 전자제품의 보유 대수가 상류층을 가르는 기준이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양강도 소식통은 12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엔 농촌에서까지 전기제품을 사겠다는 주민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태양열광판으로 전기해결을 어느 정도 하고 있는 점이 전기제품 구매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이전에는 5장 6기가 있으면 잘 사는 집으로 인식됐었는데 지금은 전기제품의 가짓수도 많아져 부(富)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면서 “부엌(주방)에서 사용하는 전기제품만 해도 냉장고, 믹서기, 밥솥, (진공)포장기, 전기물고뿌(물주전자)로 이전에 비해 상당히 늘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외에도 컴퓨터, 세탁기, 극동기(냉동기), 사진기, 녹화기, 재봉기, 텔레비전 등을 갖추고 있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면서 “이전에는 까까오(아이스크림)장사를 하거나 돼지고기 판매 등 일부 장사꾼들만 보유하고 있던 냉동기도 일반 가정으로 확대된 상태”라고 소개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가전제품 소유욕엔 북한 여성들이 앞장서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2000년 초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쿠쿠 밥솥과 믹서기 등 주방 용품은 물론 건발기(드라이기), 눈주름제거기 등 미용에 필요한 전자제품 구입에도 적극적이라는 얘기다.

소식통은 “젊은 여성들은 이전과는 달리 최근엔 파마를 하는 것보다 생머리 그대로를 하는 유지하는 편”이라면서 “고데기로 조금만 다듬어도 굽실거리는 멋있는 머리모양을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어 그는 “결혼식이 많은 가을에는 중대형 가전제품을 취급한 장사꾼들은 하루에도 수십 개의 제품을 팔 정도”라면서 “시집가는 여성들이 새로운 살림집에 필요한 전자제품을 먼저 구매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남북 관계 개선 및 교류 활성화 움직임에 따라 한국산 제품 구입에 대한 기대감도 올라가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현재는 냉동기, 선풍기 등 대부분 전기제품이 중국산인데, 앞으로는 한국산이 많이 들어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주민들도 많다”면서 “한국산을 가지고 있으면 잘 사는 집으로 인식될 정도로 인기가 많기 때문에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하는 것”이라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

56=세간 살이 재물인 이불장, 옷장, 찬장, 신발장, 책장 등 5장과 텔레비전, 재봉기, 세탁기, 냉동기, 선풍기, 녹음기 등 6기의 가전제품을 말한다. 2010년대 외국 드라마 열풍에 힘입어 6기에서 녹음기(카세트)가 빠지고 녹화기(DVD플레이어)가 꼽히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엔 변압기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예전에는 5장 6기를 다 갖추면 북한에서는 상류층에 속한다는 평가였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