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농민들 “위엔 ‘서관히’ 같은 놈들만 있나”

‘농업전선의 최고사령관’이라 불리는 김정일이 또 다시 터무니없는 농업 방침을 내려 북한 농민들이 울상이다.

함경북도 내부 소식통은 22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난 8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농업관련 직접지시문이 전국의 간부들에게 긴급 전달됐다”며 “비료가 없는 조건에서 땅의 지력을 높이기 위해 1가구당 500kg의 풀 거름을 8월 말까지 생산하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 방침을 두고 주민들은 “8월 중순에 풀 거름을 생산하라는 것은 공화국 역사에 처음 있는 일”이라며 “‘위(김정일)에서 농사를 아주 망쳐 먹자고 작정을 했다’고 한탄을 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소식통은 “주민들이 이와 같은 푸념을 늘어놓는 이유는 지금 만든 풀 거름은 내년 농사에 거름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풀 거름 생산은 대체적으로 6월 말부터 7월 20일 이전에 진행돼 왔다. 소식통은 “7월 20일 이후에는 풀에 씨가 생겨 여물기 때문에 그것을 밭에 내면(뿌리면) 그 밭은 그야말로 풀판이 된다”며 “풀에 씨가 생긴 이후에 풀 거름을 생산하지 않는 것은 농민들에게는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매기 때만 되면 살초제(제초제)가 없어서 중학교 아이들까지 총동원해 김을 매는데 그렇게 해도 농장 밭에 가보면 어느 것이 풀이고 어느 것이 곡식인지 알 수 없다”면서 “이제는 아예 농장 밭을 풀밭으로 만들라는 방침이 내려온 것과 같다”고 농민들의 볼멘소리를 전했다.

일부 나이든 농민들 사이에서는 “이런 지시문이 내린걸 보니 아직도 위에는 ‘서관히’ 같은 놈들이 있는 게 분명하다”는 말까지 나올 만큼 이번 지시문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한다.

서관히는 노동당 농업담당 비서를 지낸 인물로, 김정일이 90년대 중반 식량난 책임을 서 비서에게 뒤집어 씌우고 1997년 ‘반체제 혐의’로 총살했다. 북한 주민들은 당국의 선전대로 서관히를 ‘미제 간첩’으로 잘못 알고 있다.

한편, 목표량으로 제시된 1가구당 500kg이라는 양도 농촌의 현실을 모르는 터무니없는 양이라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

그는 “풀 거름 500kg을 생산하자면 적어도 5t 이상의 풀을 베어야 한다”면서 “내가 잘 아는 (농장)작업반장도 ‘풀 거름 500kg을 만들자면 얼마만큼 풀을 베어야 하는지 위(당국)에서 알고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각 도당에 ‘풀 거름 생산 지휘부’가 조직되어 지방과 직장, 인민반별로 거름 생산실적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많이 모이는 네거리(사거리)나 도농촌경리위원회 앞에는 비료실적을 표시하는 경쟁도표들까지 붙어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간부들도 장군님의 지시라니 하는 수 없이 집행하면서도 ‘이러니깐 못 살 수밖에 없다’고 뒷소리들을 한다”며 “간부들 역시 지금 생산한 풀 거름을 밭에 내면 내년도 농사가 심각해 질 것이라는 걱정만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