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택 암시장, ‘집데꼬’ 조직 활개…월세방도 등장”

북한에서 전문적으로 음성적 주택거래를 중개하는 ‘집데꼬(주택거래중개인)’ 조직이 생기고 ‘월세방’까지 등장하는 등 사적 주택거래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내부 기자들의 직접 취재를 통해 제작되고 있는 계간지 ‘림진강’은 8월호 특집기사 ‘조선의 부동산 암시장’을 통해 오늘날 북한의 주택상황과 부동산 암시장의 모습, 부동산 거래의 문제점 등을 종합적으로 진단했다.

잡지는 “북한에서 돈을 주고 주택을 거래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주택의 절대부족과 빈부격차로 인한 주택매매 수요가 급증해 주택 암시장을 발전시켜 왔다”고 주장했다.

북한에서는 국가로부터 집을 배정받을 때 “국가 살림집 이용 허가증(입사증)”을 발급받아 주택에 입주하게 된다. 이 ‘입사증’은 엄밀히 말하면 주택에 대한 소유권이 아닌 사용권 개념이지만 ‘입사증’에 특별히 주택에 대한 사용 기한이 명시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한번 입사증을 취득하면 사실상 해당 주택에 대한 소유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잡지는 “국가주택 배정받기가 어찌나 ‘하늘의 별따기’인지, 제대하고 고향에 온 인민군대 군관이나 새로운 배치지에 전근해 온 보안원 같은 핵심계층 주민들도 요즘은 국가주택을 배정받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며 “현재 조선에서 주택 수요자는 돈을 가지고 암시장을 통해 직 간접적으로 주택을 구매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설명했다.

잡지는 그러나 “주택을 사려고 할 때(입사증의 명의를 변경하려 할 때) 공정이 대단히 복잡하기 때문에 개인이 국가주택 구매 수속을 추진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며 “이런 불법적인 구조를 고맙게 여긴 전문성 높은 거간꾼(중개업자)들이 발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거간꾼의 우두머리들은 각급 인민위원회 주택과나 보안서, 재판소 등에 연줄이 깊은 사람이며, 보통 여러 명이 조(組)를 지어 주택거래를 주선하고 있다고 잡지는 전하고 있다.

잡지는 “현재 평양시에만 약 10여개 조가 암약하고 있다”며 “이러한 주택 암시장은 연관된 권력계층이 아주 광범위한 까닭에 들어 낼래야 들어낼 수 없고 지금껏 성장일로만을 걸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집데꼬’들의 수수료는 보통 장사꾼들의 매상 이윤율인 10%선을 훨씬 뛰어 넘는다”며 “입사증 수속에 드는 비용만 북한 돈 5~7만원 선이니 거간(중개)수수료가 높을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이들이 없으면 현재와 같은 주택시장은 조선에 존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한편, 북한에서는 주택거래 자체가 불법이다 보니 주택매매 과정에서의 분쟁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잡지는 “주택거래에서 액수, 주택가치가 실제와 다른 문제 등으로 인해 분쟁이 많이 생긴다”며 “보통 주택매매 10건 중에 5건 정도는 꼭 분쟁이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이런 분쟁 과정을 조정해 줄 공공기관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잡지는 “이런 분쟁을 공공적으로 해결할 곳이 나라에 없다 보니 결국 당사자들끼리의 싸움이 되어 버리고 만다”며 “이런 분쟁은 오히려 공무원들이 뇌물을 받을 수 있는 기회만 제공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잡지는 또한 “장기간 외지에 나와 있는 군인, 건설돌격대원 혹은 대학생들이 거의 ‘월세’에 가까운 형식으로 인근 주민들의 방을 사서 주거상 편의를 취하는 경우도 많다”며 북한식 ‘월세방 실태를 소개했다.

잡지는 “이 수속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해당 부서에서 ‘동거입사증’이라는 주택 이용권을 발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와 같은 동거에도 음성적 매매관계가 발생한다”며 “동거 문제를 포함해 오늘날 조선에서 주택 문제는 점점 더 다양한 모습을 띄며 발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통권 제3호를 발행한 ‘림진강’은 북한의 내부 소식을 묶어 전하는 북한 지하 저널리스트들의 잡지로 전 조선작가동맹 소속 탈북 시인 최진이(48)씨가 편집인을 맡고, 아시아 독립 저널리스트들의 네트워크 이시마루 지로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가 발행을 맡고 있다.

이번 호에는 ‘특집-조선의 부동산 암시장’을 비롯해 ▲조선의 경제관료 극비 인터뷰 ▲해설-08년 상반기 식량위기의 실태와 원인을 파헤친다 ▲연재-지금 조선의 학교는 ▲조선의 환갑, 진갑, 결혼식 잔치 등 다양한 북한 내부 정보와 스틸사진이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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