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주민 일시소개(疎開) 어떻게 가능한가?

신의주 특구 추진설이 나도는 가운데, 신의주 주민들에 대한 소개령(疎開令)이 궁금증을 낳고 있다.

남한에서는 전염병이나 천재지변, 전쟁 같은 위급사태가 아니면 정부가 주민에게 강제 소개령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북한은 언제든 가능하다. 어느날 당에서 ‘당신은 어느 구역 누구 집에 가서 함께 살아라’는 ‘동거명령’을 내리면 일면식도 없는 집에 가서 함께 살아야 한다.

‘추방’과 ‘소개’는 이보다 더하다.

북한 헌법 제 5장 75조에는 ‘공민은 거주, 여행의 자유를 가진다’고 명시되어 있지만, 당국의 지시 하에 진행되는 ‘추방’과 ‘소개’는 주민들의 뜻과 아무 관계없이 집행된다.

‘추방’과 ‘소개’, 어떻게 다르나?

‘추방’은 시한부 없이 즉결 집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추방대상은 △ 체제 반대 △ 김정일 권위 훼손 △ 일반 범법자로서, 당사자는 처형 또는 감금되고 그 일가족은 추방된다. 이는 법의 엄격함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추방 가족들을 계급적으로 고립시키기 위해서다.

한편 ‘소개’는 시한부가 주어진다. 일반 주거지역이 1호 행사(김일성 김정일 행사) 지역으로 결정되거나, 외국인의 영향이 미치는 지역으로 되면 그 지방의 출신성분ㆍ동향ㆍ동태가 나쁜 사람들을 추려내 다른 지역으로 강제 이주시키는 방법이다.

김정일 별장이나 김정일만 다닐 수 있는 1선 도로가 들어설 경우, 그 주변은 행사구역으로 된다. 주위의 수십 킬로미터 이내의 성분 나쁜 주민들을 빼고 핵심군중들을 거주시킨다. 실례로 신의주 송한리 김부자 별장은 반경 10km까지 주변 사람들을 소개하고, 창성별장 주변 약수리의 경우, 마을 전체의 성분 나쁜 사람들을 동창군과 천마군 등지로 강제 이주시켰다.

성분이 좋더라도 주택이 미관상 나쁘면 ‘소개’ 대상이다. 특별행정구역이나, 고속도로 주변이 이에 해당한다. 외국인들이 고속도로를 지나다 초라한 가옥을 보면 ‘공화국의 영상(이미지)이 흐려진다’는 것. 실례로 평양-향산 고속도로주변의 1천여 세대가 95년 이노키(일본 프로레슬러)의 평양방문 때 헐렸다. 이후 집단가옥을 만들어 핵심군중을 입주시켰다.

철거된 주민들은 주택이 없어 직장동료의 집에 ‘동거’ 조치된다. 철거된 사람을 A씨, 직장동료를 B씨라고 하면 직장에서 A씨의 집을 지을 때까지 B씨에게 동거하도록 한다. B씨는 A씨에게 윗방을 내주고 덧거리(달린 방)를 달아 부엌으로 사용하도록 한다. A씨에게 한 칸 내준 B씨는 아랫방에서 아내와 자식, 부모 등 온 가족이 함께 생활해야 한다. 이 때문에 A씨와 B씨는 집 문제로 ‘주인과 종’ 관계처럼 소원해진다.

‘추방’과 ‘소개’에 따른 국가적 보상은 일절 없다. 토지와 집이 국가소유로 등재되어 있어 본인이 대보수(낡은 집을 헐고 그 자리에 신축)했다 해도 소개명령이 내려지면 가장집물(가재도구) 소유권은 주어지나, 집과 토지 값은 없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