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마당에서 컴퓨터도 사고 판다”

▲ 북한의 장마당 (2005년 촬영)

펜티엄급 컴퓨터가 북한 장마당에서 30만~150만원(120~50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북한을 드나드는 중국인 무역상이 22일 전했다.

평양과 신의주, 평안북도 일대를 상대로 무역을 하는 중국인 왕웨이(王瑋)씨는 “신의주에서 펜티엄3 컴퓨터가 36만원~100만원, 펜티엄4는 60만원~150만원 정도 한다”면서 “높은 가격이지만 사가는 사람이 꽤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 일반 노동자의 임금은 노동강도에 따라 2,000원~20,000원 정도이며, 환율은 1달러가 북한화폐 3,000원 정도이다. 따라서 컴퓨터 한 대를 구입하려면 산술적으로는 고수입 노동자의 2~6년치 월급을 모두 합한 것에 해당한다.

– 컴퓨터를 사가는 사람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개인 용도로 사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 큰 부자가 아니고서야 북한의 개인집에 컴퓨터가 있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주로 학교나 기업소, 연구기관에서 컴퓨터 보유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사가는 것 같았다.”

– ‘컴퓨터 보유 할당량’은 무엇인가?

“학교에 몇 대, 기업, 연구기관마다 몇 대씩 컴퓨터가 있어야 한다고 당국에서 지시를 내린 것 같은데, 정작 구입 예산은 주지 않고 ‘알아서 갖추라’고 했다고 한다. 자체로 외화벌이를 해서 사들이는 것 같다.”

– 몇 대씩 사가는가?

“보통 한 두 대다.”

– 판매 대금은 현금으로 받나?

“나는 무조건 현금으로 받았는데, 폐철이나 농작물로 받는 사람도 있다고 들었다. 기관에 판매하는 경우 先 주문을 받아 사양에 맞게 중국에서 사서 들여오는 경우가 많다.”

– 컴퓨터를 주로 어떤 용도로 사용하나?

“모른다. 인터넷이 안되니까 문서 작성밖에 더 하겠나?”

– 프린터는 판매하나?

“프린터는 판매할 생각을 못해봤다. 컴퓨터를 갖고 있는 직장에서는 당연히 프린터를 갖고 있을 건데, 잉크가 떨어지면 어떻게 충전하는지 나도 궁금하다. 북한은 자력갱생을 하는 나라니까 어떻게든 리필 잉크를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을 거다.(웃음)”

북한 내부 소식통들은 “수년 전부터 북한에서도 컴퓨터 교육을 하고 있지만 실물(컴퓨터)은 구경도 못해보고 종이에 자판을 그려놓고 배우는 정도”라고 말한다. 최근에는 학교마다 1~2대 정도의 펜티엄급 컴퓨터를 갖추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한다.

왕웨이씨는 “북한에서 판매되는 컴퓨터는 대개 중국에서 고물로 처리되는 수준의 컴퓨터를 수리한 것”이라며 ‘남는 것’(마진)이 많기 때문에 컴퓨터 장사가 “좋은 장사”라고 말했다.

한편 왕씨는 북한의 인플레 현상이 심해, 갈수록 북한 화폐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며 “신의주 1등급 호텔은 1박에 39만원(130달러), 2등급 36만원(120달러), 3등급 15만원(50달러)”라고 전했다. 평양의 일반 여관은 1박에 9만원(30달러)이다.

중국 단동(丹東) = 권정현 특파원 kjh@dailynk.com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