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장마당 대신 ‘개인집 소매’ 확산

북한 당국이 지난해 말부터 장마당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면서 주민들이 개인 집을 직접 소매점 형태로 만들어 물건을 판매하는 방식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북한의 친척을 방문하고 돌아온 중국 조선족 이철만(가명, 44)씨에 따르면 북한 내 장마당에서는 채소와 옥수수, 기타 간단한 생활용품만 거래되고, 나머지 의류나 의약품, 전기제품 같은 공산품 등은 각 개인이 자신의 집을 이용하여 몰래 판매한다는 것이다.

북한의 장마당에서는 공산품의 판매가 금지되었지만 식량난 이후 주로 중국을 통해 건너온 다양한 공산품이 통제없이 팔려왔었다. 당국의 단속이 있을 때마다 판매상들이 장마당에서 철수, 가정집에서 몰래 판매하는 현상 또한 주기적으로 반복되었다.

평안북도 태천군(泰川郡)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씨는 “이러한 상업행위는 원래 불법이지만 각 기관원들에게 적당한 뇌물을 헌납하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면서 “장마당에서 못파니까 달리 나무랄 이유도 없어 널리 퍼지고 있다”고 했다.

“라디오 봉인 제거하는데 1만8천원”

이 씨는 “장사를 하기 위해 집에 전화를 놓거나 휴대폰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장사하는 사람끼리 한 집에 전화를 두고 인근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신의주에서는 중국 이동통신사에 전화번화가 가입된 휴대폰이 15~30만원(50~100달러)에 은밀히 거래된다”고 전했다.

한편 신의주에 거주하는 북한 내부소식통은 “그런(가정집을 이용해 공산품을 판매하는) 장사는 중국에 있는 친척이 돈이나 물품을 대주는 사람들이 하고 있으며 특히 돈 있는 화교들이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개인 소매점을 활용하면 장마당보다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구입하는 경우가 많고, ‘단골’로서 대접을 받을 수 있어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지난해 12월 함흥에서 탈북한 이순복씨도 1월 데일리NK와의 인터뷰에서 장마당에서 매대를 가지고 장사를 하지 않아도 주변에서 거래처를 확보해 필요한 물품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화기를 설치하는 경우도 많다고 증언한 바 있다.

함경북도 혜산에서 중국산 약품을 구입해 장사했다는 이씨는 “개인적으로 연락이 오면 직접 가져다 주는 방식으로 장사를 했다”면서 “직접 가서 약을 전해주었기 때문에 단골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 씨는 “북한당국은 라디오의 주파수를 봉인하여 외부의 방송을 들을 수 없도록 하고 있는데, 이 봉인을 제거할 줄 아는 사람에게 1만 8천원을 주면 몰래 제거해주고 있다”면서 “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고 라디오를 밀거래 하는 행위도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