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외화벌이 회사에 느닷없이 ‘옥수수 수입하라’ 지시

평안북도의 농촌 풍경. 한 북한 일꾼이 농사일을 멈추고 잠시 쉬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최근 북한 당국이 일명 ‘와크'(무역허가증)가 있는 각종 외화벌이 회사에 농업자재와 식량을 수입하라는 과제를 하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으로 북한의 작황이 부진하면서 곡물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으로 풀이되지만, 그동안 전혀 다른 품목을 다뤄왔던 외화벌이 회사들은 느닷없는 당국의 수입 지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불평을 토해내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올해 농사가 안 돼 각 외화벌이 회사에 수입곡식을 위한 지령이 하달됐다”며 “지금 외화벌이 회사 사장들은 ‘억이 막혀(기가 막혀) 이것도 못해먹을 짓’이라고 불평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소식통에 따르면 평안남도 인민위원회 국토관리국 산하의 외화벌이 회사 ‘삼화’는 피복(의류)가공을 전문으로 하고 있으나, 갑자기 농업자재와 옥수수, 콩, 밀가루 등 식량을 수입하라는 당국의 지시가 떨어졌다.

대북제재로 인해 의류 등 섬유제품 수출이 금지돼 가뜩이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 당국은 이에 대한 고려 없이 과제를 내려 당황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사정에 처한 외화벌이 회사 사장들 역시 ‘당국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토로하면서도 어쩔 도리 없이 부과된 과제를 이행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한편 소식통은 올해 북한의 작황이 실제로 매우 좋지 않다고 전했다. 쭉정이가 가득한데다 벼 한 단의 무게가 3kg도 나가지 않아, 볏단 철수(베어낸 벼를 단으로 묶어 탈곡장까지 가져가는 일)에 동원된 여학생들이 한 손으로도 거뜬히 던질 수 있을 정도라는 것.

또한 해마다 10월이면 총동원으로 가을걷이 전투에 나섰는데, 일부 평안남도 지역은 수확량이 과거에 비해 크게 줄어 총동원도 하지 않고 농촌지원대상자들만 가을걷이에 투입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주민들 사이에서는 ‘올해 농사가 잘 안 됐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며 “때문에 겨울 양식을 미리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해 시장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