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오토바이 개인등록 허용 의미는?… “김정은 개혁의지 가늠자”

북한 농촌지역 오토바이
북한 평안남도 지역의 한 농촌마을, 논두렁 사이로 오토바이를 탄 주민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북한 인민보안성(경찰청)이 오토바이 개인등록을 허용하면서 관련 업종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오토바이 소유에 대한 욕구가 커지는 것은 물론 장사 등 생계에 이를 활용하려는 주민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 추세다.

오토바이, 단거리 이동·유통에 적격…“곳곳서 눈에 띈다

일단 북한 지역에서 오토바이 증가는 시장화 및 유통업의 확대와 맥락을 같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내부 소식통은 1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가까운 거리를 오토바이로 이용하는 주민들이 많아지면서 관련 업종에 종사하려는 주민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장거리에 특화된 써비차(사람이나 물건을 날라주는 차량)와 달리 오토바이는 단거리 이동과 유통을 꾀하려는 주민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다는 뜻으로, 고객의 편의에 따라 관련 업종이 발달하고 있다는 점도 읽혀진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오토바이도 예전보다는 더 쉽게 곳곳에서 눈에 띄고 있다. 소식통은 “평성(평안남도)에서 간리(평양 형제산구역), 순천(평남) 등 가까운 거리를 달리는 오토바이들이 하루에도 수십 대씩 보일 정도”라고 현지 상황을 소개했다.

북한 당국, 오토바이 개인등록 허용…“자금 확보 전략인 듯

이에 발맞춰 북한 당국은 교통보안원 등 보안 기관 종사자들과 체신기관 등 일부 기관에만 허용했던 오토바이 등록을 개인들도 할 수 있도록 했다. ‘경제력’만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이를 소유할 수 있도록 조치한 셈이다.

그동안 북한은 오토바이 운행 시간을 규제하는 등 관련 통제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온 점을 생각해 볼 때 전향적인 조치라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교통 시장을 통한 자금 확보 전략의 일환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또한 김정은 체제 들어 강조하고 있는 ‘사회주의 기업책임관리제’와의 연관성도 주목된다. 오토바이 개인등록 제한 폐지는 기업소에 경영권을 부여한 ‘책임관리제’ 도입과는 거리가 있는 듯 보이지만, 경제난을 타개하기 위한 ‘자력갱생’ 강조와는 일맥상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북한 교통보안원 오토바이
강원도의 한 지역, 교통보안원이 오토바이를 타려고 준비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비싸더라도 사자”…소유 관념 장착하는 북한 주민들

당국의 시스템 개선에 주민들은 적극 호응하고 있다. 특히 북한에서 돈주라고 불리는 신흥부유층이 적극적으로 사업에 뛰어들면서 관련 산업이 커지고 있는 추세라고 소식통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 2017년 판문점으로 귀순한 전(前) 북한 병사 오청성은 얼마 전 “요즘 북한에서 잘나가는 남자들은 오토바이를 탄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약 2년 전만 하더라도 ‘과시용’에 가까웠던 오토바이가 ‘생계에 필수품’으로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해석해 볼 만한 대목이다.

이 때문에 고가(高價)라는 단점은 구매에 있어 크게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관련 산업의 성장을 몸소 체험한 주민들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평성 시장에서 북한산 대동강표 오토바이는 1100달러, 중국산 양용 오토바이는 850달러 정도로 팔리고 있다. 아울러 가장 인기가 있다는 125cc 북한산 오토바이는 127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2년 전(1200달러)과 비교해 볼 때 조금 오른 수치다.

뇌물 노리는 관련 간부들김정은, 부정부패 척결 나설 수 있나?

이 같은 변화에 좋은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오토바이 등록을 돈벌이에 이용하려는 관련 간부들의 행위가 기승을 부리는 등 북한식 부정부패 현상이 이 분야에서도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운수기재 등록을 담당하고 있는 각 지역 보안서 호안과 보안원들이 호기(好期)를 만났다고 한다”면서 “오토바이 번호를 받고 이용허가증을 발급받는 데 뒷돈(뇌물)을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오토바이 가격만 해도 (북한 돈) 수백만 원이 드는데, 등록하는 데 또 뇌물을 고여야(바쳐야) 한다는 것에 불만을 보인다”면서도 “일부 주민은 적당한 뇌물을 줘야 접수된 서류가 빨리 승인이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현상은 김정은 정권 들어 강조하고 있는 ‘부정부패 척결’과 전면으로 배치된다. 이를 향후에 어떻게 처리할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정상국가화와 개혁의지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주(11일 확인) 북한 물가는?

먼저 쌀 가격은 1kg당 평양 4700원, 신의주 4750원, 혜산 5000원이고, 옥수수는 1kg당 평양 1500원, 신의주 1520원, 혜산 1700원에 팔리고 있다.

환율은 1달러 평양 8090원, 신의주 8110원, 혜산 8190원이고 1위안당 평양 1160원, 신의주 1130원, 혜산 1170원이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2,900원, 신의주 12,500원, 혜산 13,000원에 팔리고 있다.

휘발유는 1kg당 평양 9,860원, 신의주 9,780원, 혜산 10,530원이고, 디젤유는 1kg당 평양 6810원, 신의주 6740원, 혜산 7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 편집자 주 : 그동안 대북 라디오 포맷으로 전해드렸던 ‘강미진의 북한시장 동향’을 기사 형태로 전환하고자 합니다. 이는 관련 소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전해드리는 것보다 세계인들에게 북한 시장 관련 동향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 설명해 주는 게 더 낫겠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데일리NK는 앞으로 ‘북한시장 동향’ 코너를 통해 시장과 기업소의 변화, 나아가 관련 사회 시스템의 변동을 면밀 추적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의식 변화까지 독자들에게 상세히 전하고자 합니다.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