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아편 진’ 채취 작업에 중학생 동원…사회주의헌법 위배?

아편, 마약, 빙두
함경북도 청진 라남제약공장에서 생산하는 아편가루.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 북부 산간지역에서 노동당 주도 아래 대규모 아편 재배가 계속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아편 진 채취 작업에 학생들이 동원됐다고 소식통이 23일 전했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평안남도 중학교 4~5학년(고급중학교 1~2학년, 14~15세) 학생 대다수가 양강도와 함경남북도의 대규모 아편 농장에 동원됐다”며 “이 학생들은 농장에서 당과 교원(선생)들의 지시에 따라 아편 진액을 받아내고 있고, 아편 꽃대를 말려 가루를 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아편의 원료인 양귀비는 통상 6~7월에 꽃이 핀 뒤 꽃잎이 지고 나면 열매를 맺는다. 아편 진을 채취하기 위해서는 열매가 완전히 익는 9월이 되기 전에 덜 익은 열매에서 유액을 받아내는 작업을 진행해야 한다.

아직 익지 않은 열매에 상처를 내고 그 틈에 스며 나온 유액을 굳혀 60℃ 이하의 온도로 약하게 가열·건조하면 접착성이 있는 갈색 덩어리가 되는데, 바로 이를 ‘생 아편’ 또는 ‘아편 진’이라고 부른다.

소식통이 언급한 진 채취 작업은 덜 익은 양귀비 열매에서 유액을 모으는 일련의 과정들을 뜻하는 것으로, 아편 농장 입장에서는 열매가 완전히 익기 전인 8월에 이 같은 작업을 모두 완료해야 하는 셈이다.

실제 북한은 1980년대 초부터 외화벌이를 위해 함경도와 자강도, 양강도 등 북부 산간지역에 ‘백도라지’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아편재배 농장을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편 진을 채취하려면 많은 인력이 필요한 만큼, 북한 당국은 10대 학생들까지 노동 현장에 동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노동가능연령을 16세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북한 사회주의헌법과 사회주의노동법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실제 북한 사회주의헌법 제31조와 사회주의노동법 제15조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에서 노동하는 나이는 16살부터이다. 국가는 노동하는 나이에 이르지 못한 소년들의 노동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어, 북한 당국이 14~15세 청소년을 노동현장에 동원한 것은 사실상 위헌·위법적 행위로 풀이된다.

북중 국경지역에서 포착된 트럭에 탄 북한 학생들. 어디론가 동원돼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강동완 동아대 교수 제공

아울러 이는 북한도 가입한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위반으로도 간주된다. 아동권리협약은 18세 미만 아동을 단순한 보호대상이 아닌 존엄성과 권리를 지닌 주체로 보고 이들의 생존·발달· 보호·참여에 관한 기본 권리를 명시하고 있으며, 가입국이 아동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입법·사법·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북한은 협약에 가입한 당사국으로서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에 이행보고서를 제출한 바 있는데, 가장 최근인 지난 2016년 제5차 보고서에 “아동노동은 오래 전에 근절됐다”며 “이론과 실무를 결합하는 차원에서 교육과정에 현지실습을 편성해 학생들이 농장이나 공장을 방문하도록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학생들이 정규 교육과정과 무관하게 노동 현장에 동원되는 일이 여전히 벌어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은 지난 6월 발간한 ‘북한인권백서 2019’에서 “북한의 학생들은 교육의 일환이란 명목 하에 농촌작업, 건설작업 등 각종 작업에 수시로 동원되고 있다”며 “학생들을 동원해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는 것은 교육적 의미를 넘어서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본보는 앞서 지난 7월 황해남도 소식통을 인용해 삼천 담배농장에서 담뱃잎 추수를 위한 필요 노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학 중인 중학생들을 동원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황해도 삼천 담배농장 뙤약볕 담뱃잎 수확에 중학교 학생들 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