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시·군 인민위원장 모아 “인민반장들 삼지연 동원보내라” 지시

평안북도·양강도서 인민반장 차출…주민들 삼지연 건설 동원 여전히 기피

삼지연
북한 양강도 삼지연군 건설 현장의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지난 5월 중순 시·군 인민위원장(우리의 시장·군수급)들이 평양에 집결해 회의하고 돌아간 뒤 각 지역의 인민반장들에게 삼지연 건설에 나서라는 특별한 임무를 지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7일 데일리NK에 “당국이 5월 중순에 각 지역에서 평양으로 올라온 시군 인민위원장들에게 자력갱생을 내걸어 당의 주요 정책을 관철할 데 대한 강연 및 회의를 했다”며 “시·군 인민위원장들은 몇 가지 포치를 받아 지역으로 돌아왔는데, 그중 하나가 인민반장을 차출해 현재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삼지연에 노력 동원으로 보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도 ‘당 일꾼들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명목 아래 인민반장 몇 명이 차출돼 삼지연으로 향했다고 설명하면서 “먹을 것이나 생활 물품은 각자 알아서 준비해 간 것으로 알고 있고, 언제 돌아올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신의주에서도 삼지연에 간 사람들(인민반장)이 있다는데, 그중에는 먹을 것을 모으지 못해 가다 도망친 사람도 있고 뇌물을 고여 가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실제 양강도에서도 최근 인민반장들을 삼지연 건설에 동원한 사례가 발생했다.

양강도 소식통은 “당국이 지난달 26일 자정에 보천군 내 인민반장들을 긴급비상회의 명목으로 집결시켰다”면서 “이 과정에서 보천군 당위원회에서는 삼지연 건설에 군내 동사무소 소속 여성 초급일꾼들에 강제 동원 지시를 하달했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보천군 당 위원회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삼지연 건설 돌격대 노력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해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에 따라 군내 동사무소에서 지구별로 인민반장을 2명씩 뽑아 동풍호에 태워 삼지연 건설 현장으로 이동시킬 것을 지시했다.

특히 군 당위원회에서는 인민반장들에게 삼지연 건설 동원 기간이 이틀 정도 된다고 설명했지만, 현지에서는 ‘실제로는 최소 열흘 정도는 삼지연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에 삼지연 건설에 강제로 동원된 인민반장의 가족들은 ‘갈아입을 옷이라도 준비해서 데려가지 추워서 얼마나 고생하겠느냐’라고 토로했으며, 이번에 동원되지 않은 인민반장들 사이에서는 ‘다음에도 이런 식으로 (동원)하면 절대 가지 않겠다’는 아우성이 터져 나왔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북한 당국이 중요 국가 건설사업에 관료들을 투입하는 움직임은 대북제재 여파 등에 따른 경제난에 동요하는 내부를 다잡는 한편, 부족한 건설 인력을 보충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정작 인민반장들은 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여러 수단과 방법으로 삼지연 건설 동원을 기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삼지연 건설에 동원된 북한 주민들은 열악한 노동 환경에 현장을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본보는 지난 4월 소식통을 인용해 삼지연지구 건설 책임자들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현지지도를 준비하면서 성과를 내기 위해 속도전을 벌이면서 하루 20시간 중노동에 시달린 돌격대원들이 현장을 무단으로 이탈한 일이 벌어졌다고 전한 바 있다.

그보다 앞선 지난해 11월에도 혹독한 추위 속에서 새벽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노동 시간에 건설장을 이탈하는 돌격대원이 늘고 있다는 함경북도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보기 – 김정은에 삼지연 건설 성과 보이기 위해 하루 20시간 중노동)
(▶관련기사 보기 – 영하의 날씨에 장시간 노동, 북한 삼지연 건설장 이탈자 늘어)

김정은 삼지연 방문
지난 4월 북한 노동신문이 공개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삼지연 현지지도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한편, 북한 당국은 여전히 주민들에게 삼지연 건설에 필요한 물자지원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지난달 28일 오전 양강도 보천군 신상리에서 삼지연 건설 지원물자를 걷는 정황이 포착됐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인민반장이 집집마다 돌며 북한 돈으로 1000원, 강냉이 500g, 된장 1kg씩 걷어갔다”고 말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10월 말 삼지연군 건설현장을 찾아 완공 시점을 2021년에서 당 창건 75주년이 되는 내년 10월로 앞당길 것을 지시한 바 있다.

이후 김 위원장은 올해 4월 약 5개월여 만에 또다시 삼지연군 건설현장을 방문해 공사 진행 상황을 점검하면서 “당 창건 75돌까지 삼지연군 건설을 결속하여 혁명의 고향집 뜨락인 삼지연군을 현대문명이 응축된 산간도시로, 우리나라에서 제일 잘사는 군으로 꾸려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이 삼지연 건설에 대해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으려는 적대세력들과의 치열한 계급투쟁, 정치투쟁’이라고 강조한 만큼, 북한은 오는 2020년 10월 삼지연군 건설 완공을 목표로 자재와 인력, 물자를 총동원하는 등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