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발사, ‘판 흔들기’ 아닌듯…1~2차례 더 할수도”

앤드루 김 전 CIA 센터장 "美 입장 변하지 않아…양측 소통·이해 과정 필요"

김정은 미사일 발사 참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선인민군 전연 및 서부전선방어부대들의 화력타격훈련을 지도했다고 노동신문이 10일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이달 초 북한의 잇따른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는 대미 비핵화 협상의 판을 흔들려는 목적보다는 내부적인 수요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북한이 앞으로 추가적인 시험발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후에 다시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앤드루 김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코리아미션센터 센터장은 29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2019 글로벌 인텔리전스 서밋’(GIS) 미디어세션에 참석해 “(북한이) 미사일을 개발해서 가지고 있었는데 제대로 개발한 것인지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미국과) 대화가 재개되면 (실험)할 수 없으니 이 기회에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 전 센터장은 “판을 흔들어 본다는 것보다는 필요했던 시기에 한 것”이라며 “(실험 발사가) 성공했으면 앞으로 안 할 것이고 성공하지 못했다면 한두 번은 더 할 것인데, 하고 나면 대화로 나올 수도 있지 않나(생각한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센터장에서 사임한 그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에 깊숙이 관여해 북미 비핵화 협상의 막전 막후와 양측의 입장을 가장 심도 있게 이해하는 인물로 꼽힌다.

김 전 센터장은 ‘최근 국무부가 동시적·병행적 비핵화를 언급했는데, 미국의 입장 변화가 있는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미국의 입장은 기본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미국은) 처음부터 비핵화가 최종적 목적이고 북한이 비핵화를 확실히 보이면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하겠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24일 미 국무부 대변인실 관계자는 “미국은 목표(비핵화·관계개선·평화체제 등)들을 향해 ‘동시적이고 병행적인'(simultaneously and in parallel) 진전을 이루기 위해 북한과 건설적인 논의에 관여할 준비가 여전히 돼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를 두고서는 단계적 비핵화를 요구하는 북한을 상대로 일괄타결식 ‘빅딜’만을 고수하던 미국이 대화 재개를 위해 한 발 물러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김 전 센터장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입장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미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고간 것으로 알고 있고, 듣기로 국무부 발표 내용은 그런 모든 내용을 다 같이 논의할 수 있지만 어떤 게 먼저 가느냐는 협의를 해나가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정상회담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27일 베트남 하노이 메트로폴 호텔에서 진행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단독회담과 만찬 소식을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2월 27일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만찬 당시 모습. /사진=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그러면서 그는 보다 근본적으로 북미 간 교착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양측이 서로 소통하면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김 전 센터장은 “경험으로는 북한이 제일 원하는 게 70년 동안 서로가 불신의 상대였는데 어떻게 하루아침에 그렇게(비핵화를) 할 수 있느냐,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며 “미국식으로 생각하면 새로운 친구가 되자는 뜻인데,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게 소통이 아닌가. 자주 이야기하고 주고받아야 친구가 되는데 소통이 잘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본인들이 원할 때만 소통하고 원하지 않을 때 피해서는 친구를 사귈 수 없다”면서 “그쪽(북한) 사람들 상대할 때 친구가 되겠다면 자주 소통하고 서로 의견을 나누자는 이야기를 했는데, 꼭 그렇게 무거운 주제가 아니더라도 다른 방법으로 서로 소통하면서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그게 첫 번째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이밖에 김 전 센터장은 ‘톱다운’(Top-down)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북한이라는 나라 자체가 굉장히 특별한 나라이지 않나. 원체 나라 구조 자체가 권력이나 기관 자체에 특수성이 있다 보니 통상적인 방법이나 관례로 하기가 솔직히 불가능하다”면서도 그 외 여러 물밑 접촉과 실무협상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밑에서 실무자들은 굉장히 접촉도 많고 이야기도 많이 해서 많은 프레임이 만들어졌다”며 “그런 교류가 오고갔기 때문에 사람들이 톱다운이라고 이야기하는데, 저는 100%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김 전 센터장은 현재 국내에서 논의되고 있는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 “그쪽(북한)에서 원하는 것은 관계개선 의지인데, 이것(인도적 지원)도 의지를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인도적 지원이 그냥 지원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진짜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간다는 확인이 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개인적인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