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농민들 뿔났다…“농촌지원 오지마”

9월 20일부터 공식적으로 가을걷이(추수)를 시작한 북한에서 노동당은 연일 농촌지원에 적극 참여하라는 지시를 내리고 있음에도 불구, 해당 농촌에서는 도시 주민들의 농촌지원을 반대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북한 내부소식통이 전해왔다.

양강도 내부소식통은 21일 ‘데일리엔케이’와의 전화통화에서 “해마다 가을이면 일손이 바빠 농장마다 지원자들을 받겠다고 난리들이더니 올해엔 서로 안 받겠다고 버틴다”면서 “도(道)당에서는 강제로 내리 먹이고 있지만 정작 농장 지도원과 군당 책임비서들은 일부러 구실을 붙여 농촌 지원자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갈등의 발단은 농촌지원자들에 대한 ‘식량 배급’ 문제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9월 10일 양강도당은 농촌지원과 관련해 회의를 열고 ‘각급 기관 기업소들은 자기가 지원하는 농촌에 가서 직접 감자배급을 받으라’고 지시하면서 ‘농촌지원에 나가는 사람은 8개월분의 감자를 배급받게 될 것’이라고 선포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도당 회의 소식이 알려지자 농촌들마다 농촌지원 인력을 못 받겠다고 반발하고 나섰다”며 “농촌 지원에 나온 사람들에게 감자를 나눠주고나면 자기 군(郡) 사람들의 배급량이 줄어들기 때문에 농장원들은 물론 군당 간부들까지 농촌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일부 지역에서는 군당책임비서들이 앞장에서 각 리(里)마다 농촌지원을 받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대부분 농장들은 자체로 감자파기(캐기)를 하겠으니 지원노력이 필요 없다고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각 농장에서 농촌지원에 나오는 도시 주민들에 대한 감자배급을 문제 삼고 있는 이면에는 WFP(세계식량계획)를 비롯한 외부지원 식량의 배급에 대한 불만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군당 책임비서들은 ‘도(道)에 쌀이 좀 들어오면 다 자기들(혜산시 간부들)끼리 나눠 먹었지, 언제 군(郡)에다 한 알이라도 나눠 준 적이 있느냐’고 반발한다”고 전하며, “평소에는 농촌지원도 안 오다가 가을에 잠깐 일해주고 8개월분 식량을 가져간다니 말이 되느냐”는 농장원들의 불평도 덧붙였다.

한편 소식통은 “농촌에서 가을걷이 지원을 받지 않겠다는 말에 도시 노동자들도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그는 “작년에도 기업소들에 ‘(감자를) 능력껏 실어다 먹으라’고 했지만 모두 안 먹었다”면서 “가까운 농장의 감자는 힘 있는 사람들이 다 실어다 먹고, 힘 없는 노동자들은 거리가 먼 농장까지 가야하는데 휘발유 값, 자동차 값을 빼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작년 가을에는 감자 1kg에 50원이고 휘발유 값은 1,500원이였지만 지금은 감자 1kg에 140원인데 비해 휘발유 값은 5,000원이나 한다”며 “간부들이야 다 공짜로 실어다 먹겠지만 노동자들은 정작 감자를 실어와도 본전도 못 뽑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에서는 그렇게라도 해서 배급을 줬다는 명분을 세우고 싶겠지만 실제 입에 들어오는 것이 없는 노동자들이야 얼마나 억울하냐?”며 “차라리 노동자들에게 시간을 주면 장사를 해서 (식량을) 사서 먹을 수 있으니 그 편이 훨씬 낫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