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남한입국 탈북자 잔여가족 추방령

▲ 중국 공안에 끌려가는 탈북자

최근 북한당국이 남한 입국 탈북자들에 대한 가족조사를 실시, 북한에 남은 잔여가족들을 타(他)지방으로 추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에서 체포 송환된 탈북자들은 물론, 90년대 중반 이후 탈북한 경력이 있는 주민들까지 전면 재조사, 탈북자 처벌을 대대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특히 주중 한국 대사관 문 앞에 다녀온 탈북자 등 ‘죄질’이 무거운 경우, 수용소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2일 북-중 국경 도문(圖們)에서 만난 조명철(함흥 거주, 45세)씨는 “최근 보위부에서 남한 입국 탈북자 가족들에 대한 조사를 실시, 이들 가족을 다른 지방으로 추방하기 시작했다”고 말하고 “중국에서 체포된 탈북자들을 포함, 탈북경험이 있는 주민들까지 모두 재조사, 수용소로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의 친척들을 만나고 함흥으로 돌아가는 조씨는 “남아있는 가족들 때문에 다시 간다”고 말하고 “자칫 잘못하면 다음엔 중국으로 나오지 못할 것 같다”며 착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다음은 조씨와 나눈 일문일답.

– 언제부터 탈북자 가족들을 지방으로 추방했나?

4월 중순부터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 함흥에도 가족째 없어진 사람들이 많다. 우리 동네에 아들이 남조선으로 간 집이 있었는데, 며칠 전에 추방됐다. 동네사람들이 “우린 고난의 행군 하느라 못 먹고 고생했는데, 저 집은 아들이 (남조선에서) 돈을 보내 잘 산다”는 불평이 많았다.

– 어디로 추방하는가?

북쪽에 있는 사람들은 남쪽 지방으로 보내고, 남쪽 지방 사람들은 북쪽으로 보낸다. 사람들을 이리저리 섞어놓는 것이다.

– 어느 기관에서 집행하는가?

보안서와 보위부가 합동으로 한다. 2중으로 감시하는데, 보위부에서 최종 추방결정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추방 대상이 중국에서 잡혔는가, 한국으로 가다가 잡혔는가에 따라 수용소 대상과 교화소 대상으로 갈라진다. 남조선에 가다 잡힌 사람들은 보위부로 끌려가 아직 나온 사람을 보지 못했다.

– 남조선으로 간 탈북자가 있다는 사실을 어떻게 아는가? 자료가 있나?

보위부에서 (남조선으로 간 사람들) 명단을 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 우리 동네에 00이라고 있었는데, 그가 98년에 행방불명 되었다. 한때는 그가 없어졌다고 방치하더니, 몇 해전부터 그의 어머니 집에 감시 붙고, 아들이 한국에 갔다고 소문이 났다.

– 이전에는 탈북자들을 어떻게 처리해왔는가?

“90년대 이전에는 얼마나 살벌했는지 모른다. 93년만 해도 탈출자가 나타나면 ‘민족반역자’라고 역전과 공공기관에 사진을 붙이고, 현지 보위원들이 중국까지 건너가 잡아왔다. 잡힌 사람은 어디론가 없어지고, 가족들은 외딴 산골로 추방 보냈다”

북한당국은 90년대 중반 식량난 시기 중국으로 탈북한 경험자에 대해서는 2000년 경 김정일의 “배고파서 중국에 갔던 주민들은 가지고 온 돈과 함께 복직시켜 살게 하라”는 지시에 따라 ‘관대정책’을 실시한 바 있다. 또 2003년부터는 탈북의 경중에 따라 2~3년 노동교화소에 보낸 후 고향에 보내 감시해왔다.

따라서 최근 북한당국이 남한 입국 탈북자, 재중(在中) 탈북자, 탈북경력 주민의 가족들까지 모두 재조사에 들어간 것은 90년대 중반 이후 처음이며, 향후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이유를 불문,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조씨에 따르면 ▲한국행 시도중 체포된 자 ▲제3국 월경 실패자 ▲한국선교사 및 한국인 접촉자 등에 대해서는 즉각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고, ▲그 가족들은 지방으로 추방하고 있다는 것. 동시에 ▲남한 입국 탈북자 잔여가족들도 일일이 색출, 지방으로 추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일반 생계형 탈북자에 대해서는 조사후 2~3년의 노동교화형에 처하고 있다는 것.

탈북자 일벌백계 이유

최근 북한당국은 2000년 김정일의 지시에 의해 용서되었던 사람들까지 재조사, 다시 감옥으로 보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정일의 지시로 죄를 면했던 사람까지 재처벌에 나서는 이유는 탈북자들이 주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을 반증한다.

북한 당국이 탈북 경험자를 단속하는 이유는 첫째, 중국에서 풍요로운 생활을 경험했던 북송 탈북자들은 비록 자기가 살던 고향으로 갔으나, 북한집단체제에 적응을 하지 못하고 다시 자유를 찾아 재탈북의 길에 나선다.

둘째, 북한주민들에게 주는 영향을 고려해서다. 김정일의 지시로 용서받았던 사람들은 중국에서 가지고 나온 돈을 유용하게 생활에 보태고,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자 주위에 살고 있는 주민들은 ‘저 애는 중국에 갔다가도 멀쩡한데, 우리도 한번 가보자’라는 생각이 싹트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중국에서 살다 잡혀나온 사람들은 ‘중국의 개혁,개방이 좋고, 자본주의 사회가 살기좋다’는 사상을 퍼뜨린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외부정보 유입통로 차단

남한 입국탈북자 잔여가족에 대한 추방조치는 서로 연계를 끊어 외부 정보루트를 차단시키려는 것이다.

체제 유지를 위해 외부정보유입과 내부정보유출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북한은 남한의 각종 정보가 탈북자들과 그 가족들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고 보고있다. 이러한 루트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아예 서로 찾지 못하게 외딴곳으로 추방시켜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는 의도가 깔려있다.

‘관대한 용서’란 있을 수 없어

97년 북한을 탈출해 부산에 정착한 탈북자 전영수(가명, 47세)씨는 “한때 30만이나 되는 탈북자들을 다 처벌하면 적대세력만 늘어난다고 상당수는 처벌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놓아주었다가 다시 잡아들이는 것은 북한이 지금까지 써온 수법”이라며 “독재사회에서 용서는 없다”고 말했다.

전씨는 “지난 77년에도 노동당에서 과거 일을 자수하는 사람은 다 용서해준다고 포고를 낸 적이 있었다. 그걸 믿고 우리직장에 있는 한 사람이 ‘치안대(6.25전쟁 때 국군을 도와준 단체)’에 들었던 사실을 자수했는데, 한 1년이 지나자 쥐도 새도 모르게 끌어갔다”고 말했다.

그는 “탈북자들을 가만두면 주민들에게 주는 영향이 나빠지니, 부랴부랴 다시 시작하는 것”이라고 추방의 본질을 폭로했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
중국 투먼(圖們) = 김영진 특파원 k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