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장·기업소에 “우리식의 경제관리체계 정상화하라” 지시

생산 성과 독려하려는 움직임…내부선 "맨주먹으로 자력갱생하는 시대 지났다" 지적도

2019년 8월 평안북도 삭주군 청수노동자구의 한 공장에서 시커먼 연기가 나오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최근 북한 당국이 공장·기업소 생산단위들에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정상화하라는 내용의 지시문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제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장·기업소의 생산성 향상을 독려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양강도 소식통은 8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지난달 말 국가 경제의 모든 부문들에서 우리식의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정상화할 데 대한 지시문을 대상 공장·기업소에 내려보냈다”고 전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인 2012년 6월 28일과 2014년 5월 30일 새로운 경제개혁 조치를 발표하고 농업 부문에는 포전담당제, 기업 부문에는 사회주의기업 책임관리제를 도입했다. 모두 농장과 공장·기업소에 자율성을 부여해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려는 시도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개혁 조치는 여러 대내외적 악조건 속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올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무역에도 차질이 빚어지면서 전반적인 생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북한 당국은 자율권을 재차 강조하면서 각 생산단위가 책임지고 성과를 내도록 독려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처하고 있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장·기업소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자 경제관리체계를 다시금 확립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선 셈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이번 지시문을 통해 이달 1일부터 김일성 생일 기념일(태양절) 110주년인 2022년 4월 15일까지 모든 공장·기업소가 국가생산계획 외 초과생산분에 대해 자율적인 처분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다시금 강조했다.

이어 초과생산분을 처분해 노동자들의 월 생활비를 일한 몫과 성과에 따라 차등 지급하는 체계를 세우고, 기술을 갱신했거나 특수한 환경에서 열성을 다해 일한 노동자들에게는 상금을 주는 체계 또한 갖춰 공장·기업소를 정상 관리하도록 하라고 주문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북한 당국은 각 인민위원회가 당 위원회와 머리를 맞대고 이를 관철하기 위한 대책안을 6월 27일까지 올릴 것과 이후 비준에 따라 7월 1일부터 5일 사이 단위별로 정상화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특히 북한 당국은 공장·기업소가 새로운 경제관리체계를 받아들이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이롭다면서 ▲공장·기업소 책임일꾼(간부)들이 자력갱생의 요구에 맞게 지혜와 창조력으로 창의 창발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 ▲고향과 나라뿐만 아니라 일터를 지키고 빛내어 나갈 수 있는 분위기를 세울 수 있다는 점 ▲사회주의 생산체계의 우월성을 발휘하는 데에도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 등을 언급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북한 당국은 이번 지시가 경제뿐만 아니라 체제까지 흔들고 질식시키려는 외부세력의 악랄한 반공화국압살책동에도 굳건히 맞설 수 있게 온 나라 인민들이 일을 찾아 하게 하고, 일한 만큼 단위별로 상을 주는 경제관리체계를 다시 정상화하려는 우리 당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덧붙였다는 전언이다.

다만 생산단위의 간부들 사이에서는 새 경제관리체계는 훌륭하나 자재와 전기가 부족해 생산이 어려운 조건에서 과연 합당한 것이냐는 지적과 함께 정부가 무엇부터 먼저 해결해야 하는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일군(일꾼)들 역시 ‘이는 전부 자력갱생해서 하라는 요구인데 맨주먹으로 자력갱생하는 시대는 지났다’ ‘돈 없고 힘도 없는데 무슨 국가계획을 하며 나머지는 또 어떻게 생기겠나’ ‘이런 상태에서 나눠 먹거나 하는 정서가 생길 수 있겠나‘라고 말하면서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