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北 1일 250g 배급’ 실제는 더 떨어진다

▲ 봄나물을 캐고 있는 북한 어린이들 <사진:연합>

최근 북한의 식량사정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4월 29일에 보고된 세계식량계획(WFP) ‘주간 구호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공공배급센터(PDC)의 1인당 하루 곡물 배급량은 250g에 불과하며, 이는 에너지 필요량의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WFP는 또 성인 1인 기준 250g도 6월 중순까지이고, 7월부터는 200g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고했다. 도대체 하루 곡물 배급량 250g은 어느 정도의 양이며, 어떤 생활이 가능한 것일까.

힘없는 주민은 250g도 못 미칠 것

과거 북한의 성인 한 사람당 식량기준은 700g, 고등학생은 500g, 초등학생은 400g, 부양가족(늙은이, 전업주부, 학령 전 아동)은 300g이다. 이 기준은 80년대 말까지 적용되다가 90년대 식량난이 시작되면서 차츰 무시되었다.

이번 WFP가 보고한 250g은 ‘일하는 사람’에 한해서 공급되는 양이다.

세대주가 ‘일하는 사람’이면 식구들은 식량기준에 따라 배급받지만, 세대주가 일하지 않으면 배급이 끊긴다. 이것이 김일성 시대부터 실시해온 ‘양정(糧政)’이다. 당시 곡물 배급 비율이 쌀은 30%, 잡곡은 70%였다. 그런데 90년대 식량난이 닥치기 시작하면서 김일성 때 공급하던 기준을 뒤짚어 엎고, 비율에 구분 없이 양으로만 배급되었다.

북한 주민들은 곡물 식량에 전적으로 의지해 산다. 사람도 먹을 것이 없으니, 돼지 등 가축도 먹일 게 없어 고기를 먹는 건 생각도 못하고, 사시사철 남새(채소)를 키울 수 있는 비닐하우스도 없어 여름철이 돼야만 남새를 먹을 수 있다. 일반 주민들의 밥상엔 다른 반찬이 없다. 여름에 겨우 남새 먹는 것을 제외하면 마냥 곡물식량만 먹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WFP의 보고는 각 가정의 배급량을 일일이 확인한 것이 아니라, 북한의 식량 재고량을 전체 인구수로 나눈 것이기 때문에, 군량미와 특별배급을 타먹는 특수기관 사람들을 빼고 나면 실제로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양은 250g보다 더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4월~6월 보릿고개, 겪어본 사람만 안다

식량 고통은 북한 주민들을 항시적으로 위협하고 있지만, 특히 새 풀이 나지 않는 3월부터 햇감자가 나오기 전인 6월까지는 비참한 보릿고개다. 더욱이 봄철은 사람들이 생리적으로 허기를 느끼고, 졸음이 몰리는 등 영양분을 더 섭취해야 할 기간이어서 이 4월~6월을 넘기기란 수월치 않다. 먹지 못한 주민들이 각종 질병을 앓아 병들어 죽는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먹지 못해 면역이 약해진 것이기 때문에 굶어 죽는 것이다.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 사이에는 식량 한줌에 대한 기막힌 사연들이 많다. 예를 들어 온 식구가 모여 앉아 풀죽에 옥수수 가루 한줌 뿌려 멀건 죽을 먹는다. 거기에 들어가는 풀은 능쟁이, 가막사리, 질경이 등이다. 한 주일만 먹으면 얼굴은 퉁퉁 붓고, 배는 남산 만하게 부풀어 오른다. 풀에 독이 있어 독을 빼지 못하니 부종이 오는 것이다.

또 다른 경우는 벼뿌리, 콩뿌리, 칡뿌리들을 말려서 갈고, 옥수수 가루를 섞어 빵을 만들어 먹는다. 가장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아이들과 임산부, 그리고 노인들이다. 생명을 채 피우지 못하고 바싹 여윈 아이들은 학교를 그만두고 장마당으로 나가 음식을 구걸해 하루하루 빌어먹고, 어떤 애들은 학교를 집어치우고 3월 말부터 호미와 바구니를 들고 벌판을 헤매면서 풀뿌리를 캐곤 한다.

배급표 ‘깡’ 하면 1/5 로 떨어져

북한에서 식량배급은 각종 비리와 부정부패로 얽혀 있다. 우선 힘센 기관들이 다 가져가고 난 다음 일반 주민에게 돌려진다. 힘있는 기관은 군대, 당, 안전부, 보위부 등을 비롯한 특수기관들이다. 이들에게 할당되는 식량은 ‘방침분'(김정일의 지시)으로 우선적으로 전량을 공급해야 한다.

북한에서 식량난이 악화되자 김정일은 ‘군량미를 우선적으로 공급하라’는 지시를 내렸는데, 그래서 어깨에 별을 달고 있는 각 기관들이 저마다 ‘군량미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고 제의서를 올려 비준을 받는 사태가 벌어졌다. 여기에 안전부, 보위부, 심지어 검찰소까지 군량미 대상이 되어 전량을 타먹었다.

군량미는 최고사령관의 명령이기 때문에 군대는 곡식 한 톨 안 남기고 다 가져간다. 만약 협동농장에서 여분이 없다고 군량미를 못 내는 날에는 군 장성들이 총을 꺼내 들고 위협해도 다른 도리가 없다. 총에 맞아 죽으면 ‘선군정치 해독분자’로 응당한 죽음을 당했다고 말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특권층도 식량을 다 타먹는다. 식량을 쥐고 있는 당, 인민위원회 양정과 일꾼들은 국가와 국제사회의 지원 쌀을 제멋대로 빼돌리고 처분한다. 주민들은 인민위원회 양정과에서 발급하는 배급표대로 식량을 타는데, 배급표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배급소에 쌀이 남아있지 않으면 배급표는 휴지가 된다.

하는 수 없이 주민들은 시장에 나가 배급표를 헐값에 판다. 배급표에 쌀 10kg으로 적혀 있으면 2kg의 가격으로 팔아버린다. 그러면 권력기관 사람들은 배급표를 사서 ‘빽’으로 배급을 타내고 다시 시장에 팔아 불법 이득을 챙기는 것이다. 결국 힘없는 백성들만 ‘고난의 행군’을 하는 것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 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