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2일부터 지금까지 거의 2달 간 밤마다 촛불유령들이 도심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있다. 이것이 문화이고, 이것이 민주주의라면 한국 국민은 문화도 민주주의도 하지 말아야 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것을 다른 말로 호도해서는 안 된다. 지금 서울 한복판에 일어나고 있는 일은 ‘난동’이다.
경찰은 세종로 충무공 동상이 서 있는 곳을 경계로 남쪽은 무법지대로, 북쪽은 통치권을 그나마 유지하려는 듯 경찰버스로 길을 첩첩이 막고 있다. 시위대들은 드라마 연개소문에서 배운 듯 ‘국민토성’을 쌓아 ‘명박산성’을 넘는다고 한다. 오늘 보니 폐차나 다름 없이 망가진 경찰버스의 지붕에 구조물을 용접하여 산성의 높이를 더 높였다. 오늘 밤도 촛불유령들의 공성(攻城)에 대비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좌파 인터넷 TV는 이 장면을 실시간으로 중계하여, 이 신나는 ‘광란의 열기’에 참가하지 못해 속상해 하고 있는 지방의 동지들을 위로하고 있다. 이제 밤마다 일어나는 이 짜릿한 ‘패싸움의 대향연’에 촛불유령들은 중독이 된 듯하다. 문제는 이들을 이처럼 야밤난동에 중독되도록 만든 장본인이 바로 대통령이라는 점이다.
필자는 이 컬럼을 통해서 “정부가 어떤 굴신과 양보를 하기 전에”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과 관련하여 세계적 전문가들을 불러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만일 시간이 없다면, 국내의 전문가들을 총동원해서라도 객관적 판단을 했어야 했다. 그래야 추가협상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받아 내더라도 그것이 정말 한국과 미국 정부의 양보라는 점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또 그래야만 광우병대책위원회와 같은 친북좌파선동세력이 계속 광우병을 트집삼아 정치적 속셈을 숨기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이 위기상황을 더 이상 과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로만 풀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추가협상을 통해서 30개월 이상의 미국쇠고기의 잠정적 수입금지를 미국으로부터 얻어냈다. 그러나 정부는 국제수역협회(OIE)의 규정에 따르더라도 30개월 이상의 미국쇠고기가 원래부터 안전하다는 점을 조금도 주장하지 않았다. 국민정서를 자극할까 겁이 났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정부는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정말 위험한 것처럼 행동했다. 또한 정부는 이런 조치를 통해서 정말로 미국산 쇠고기의 위험성을 믿는 국민들을 시위로부터 분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명박정부의 이런 믿음은 순진하다기 보다는 너무나 비논리적이었다.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에 대해서 한번 밀리기 시작하면, 같은 논리로 계속 밀려 재협상 주장이 불붙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30개월 이상 미국소를 수입금지토록 한 것은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순전히 ‘국민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니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국민들은 30개월 미만 소의 뼈와 내장들도 특정위험물질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이들이 다시 ‘국민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니까!’를 내세워 정부에게 고시취소는 물론, 재협상을 요구하면 정부는 반박할 논리가 없다. 또 미국과 재협상할 명분도 이유도 가능성도 없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이제 그만합시다, 제발~”이라는 하소연 밖에 없고 실제로 지금 총리는 그렇게 말하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이런 약점을 반미시위로 단련이 된 친북좌파 광우병대책위원회와 좌파 언론, 그리고 국민정서에 편승하여 곁불이라도 쬐려는 야권의 정치가들이 놓칠 리가 없다. 애당초 이들의 관심은 이명박 정부를 실신상태로 몰아가려는 것이었다. “미국소=미친소”는 물론 핑계이지만, 그 효용은 퍼도퍼도 끝이 없는 마르지 않는 샘이 되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 광우병 광란의 샘에 물을 대주고 있는 사람은 바로 이명박 대통령이다.
그러나 필자를 더 분노하게 만드는 것은 현재 세종로와 청와대 일대에서 밤마다 일어나고 있는 난동극에서 경찰이 맡은 역할에 있다. 경찰은 법치를 위한 공권력이다. 그러나 경찰은 불법시위에 “엄정 대처”하기는 커녕, 오로지 충무공 동상 이북, 북악산 밑의 청와대를 막는 일로 밤마다 난타당하고 있다.
그렇다면 경찰의 임무에 대통령의 안위를 지키는 일도 포함되는가? 물론이다. 그러나 대통령은 국법을 수호하겠다고 선서한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 상황인가?
이명박 정부는 촛불난동자들과 그 주동자들에게 엄정 대처하기는 커녕, 거꾸로 엄정 대처를 당하고 있다. 폭력을 휘두르는 자들의 안위에 세심한 주의를 하면서 엄정 대처하라는 것은 사실상 대통령의 “엄정 대처”가 말 뿐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결국 이런 이율배반의 이유는 국법을 수호해야 할 대통령이 시위대들에게 기(氣)가 꺾였기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다. 법도 지키고 싶지만 기가 사라졌다. 그러니 말로는 “엄정 대처”이지만 행동은 없다. 바꿔 말해 대통령은 시위대가 조금이라도 다치기라고도 하면 좌파언론과 정치가들이 이를 열배, 백배 증폭시켜 더 큰 시위로 확대시킬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 2달의 행적을 볼 때 대통령은 불법시위를 원칙에 의거해 막을 의도도 없었으며, 이제는 그런 능력이 있는 지도 회의적이다.
그렇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지금 세종로에서 불법시위대들로부터 ‘구타당하는 것’을 임무로 삼고 있는 전경들에게 “법의 유린을 방조함으로써 대통령을 호위하는 역할”을 하라고 명령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그러나 국민은 대통령을 뽑을 때 대통령이 “경찰에게 불법방조를 통해 자신을 보호하라”는 명령을 내릴 권한은 부여하지 않았다. 따라서 이처럼 경찰이 불법난동을 방조하면서 청와대를 방어하는 것은 어떤 명분도 정당성도 없는 행위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제 더 이상 공인(公人)인 대통령의 경호가 아니라, 사인(私人) 이명박의 경호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제 이명박 대통령은 결단을 내려야 한다. 대통령은 전경들에게 왜 불법을 방조하면서, 또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대통령이 있는 청와대를 호위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밝혀야 한다. 또 이 젊은이들이 두들겨 맞으면서 청와대를 호위하고 있을 때, 왜 대통령은 6월 10일 야밤에 청와대 뒷산에 올라가 그를 지키고 있던 전경들의 고통이 아니라 그를 공격하는 시위대의 마음만을 헤아렸는지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대통령은 이 젊은이들을 세종로에서 철수시켜야 한다. 그리고 대통령 자신이 50여일이 넘도록 방치한 촛불시위대와 청와대에서 직접 맞서던지 아니면 이들을 맞이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