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감시원, 화장실까지 따라와 취재영상 삭제 일방요구”

북한이 6일 개막한 제7차 노동당(黨) 대회에 120여 명의 외신 기자들을 취재차 초청했으나, 당 대회 개막 장소인 평양 4·25문화회관으로부터 전방 200m까지는 접근을 불허하고 있어 사실상 당 대회 본 행사는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북한 외신들에 따르면, 북측은 외신 기자들을 회관 근처까지 안내 한 후 대회장 외관까지는 촬영을 허가했으나 대회장 내부 출입을 금지해 당 대회 첫 날 발표된 내용들이 전혀 알려지지 못하고 있다. 외신들은 행사장 근처에 포진한 경호원 등을 통해 김정은과 대회 참석자 수천 명이 회관 안에 들어가 있음을 파악, 보도한 상태다.
6일 오전 영국 국영방송 BBC는 “김정은이 이미 대회장 안에 들어가 있으며 행사장 앞에 그의 개인 경호원들이 경호하고 있다”면서 “김정은의 개인 경호원을 통해서만 그가 회의장 내부에 있다는 사실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AFP 통신도 “취재진의 접근은 행사장으로부터 200m 밖까지로 제한돼 있다”면서 “대회장 내부로는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일본 NHK도 “오전 10시쯤 4·25문화회관 주차장에 대회 참가자를 태우고 온 것으로 보이는 대형 버스와 승용차 등 수십 대가 정차해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면서도 “북한의 국영매체들은 아직 당 대회 개최를 전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일부 외신 기자들은 북측의 취재 통제에 불쾌감을 보이기도 했다.
스티븐 에번스 BBC 기자는 “취재진 4명에게 각자 1명씩 검은 옷의 감시원이 배치됐고, 화장실 안까지 따라붙었다”면서 “우리가 찍은 영상 일부를 삭제하라는 주의도 받았다”고 지적했다.
위 리플리 미국 CNN 기자도 “북한의 (세 차례에 걸친 무수단) 미사일 발사 실패를 취재하기 위해 지난달 파견됐지만 관련 내용을 아는 사람을 한 명도 만나지 못했다”면서 “감시원들이 우리의 일에 대해 편집증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증언했다.
한편 북한 관영 언론 역시 당 대회 생중계는커녕 관련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어 의문을 낳고 있다. 6일 오후 5시 30분 시작한 보도에서도 당 대회와 관련한 내용은 전혀 없이 사리원 농장 상황 등 일반적인 내용만이 소개되고 있다.
이제까지 총 여섯 차례 열렸던 북한 당 대회는 전부 녹화 없이 생중계 됐으나, 이번 당 대회 첫 날의 경우 추후 북한이 편집한 녹화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