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50만달러 아파트 등장…‘주택시장’ 체제 변환동력”

통일 한반도, 누구나 꿈꾸는 미래일텐데요. 통일을 위해 각자의 분야에서 연구하고 또 일하고 있는 전문가들과 이야기 나눠보는 ‘통일대담’ 시간입니다. 북한의 신흥부유층인 ‘돈주’들에 의해 사적영역인 시장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평양이나 신의주에서 고급아파트들이 수만 달러에 거래되고 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북한의 무역회사들도 아파트 건설 사업에 투자를 하면서 북한에도 주택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는데요. 11월 27일은 최근 북한 주택시장 동향과 향후 북한에 미칠 영향에 대해 경상대 정은이 교수님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1. 일단 교수님 전공분야에 대해 묻고 싶은데요, 주택시장 등을 통한 북한의 사경제 분야를 연구하시고 계신데, 북한 주택시장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연구하는 이유가 있나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제가 2000년도 이후에 오신 탈북자분들을 통해 북한에도 주택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는 북한 시장에 많은 물건들이 중국을 통해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북중 접경지대로 가서 북한의 시장을 역으로 살펴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많은 중국인 대북 무역업자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그분들이 하시는 말씀들이 있는데 요즘에는 광산이나 수산업에 투자할 필요가 없다고 해요. 오히려 위험만 높고 돈을 못 번다면서 대신 북한 부동산에 투자를 하면 된다는 말씀들을 하셨어요. 이분들은 우리하고 감각이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우리 같으면 소유권이라는 제도가 확실히 정착된 상태에서 투자를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본인들이 직접 겪었기 때문에 북한의 부동산도 아마 전망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것 같아요. 대북 무역업자들을 통해서 북한에도 부동산시장이 형성되고 있구나는 생각을 할 수 있었고 상징적인 의미를 확인해 보기 위해 연구하게 됐습니다. 

2. 북한의 주택시장이 갖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나요?

주택시장은 먹는 것과 입는 것과는 달리 한 번 거래가 성사될 때 굉장히 많은 화폐가 거래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이 예전처럼 굶어죽는다, 못산다는 것은 아니라는 거죠. 이제는 그만큼 시장도 확대되고 있고, 마치 중국의 80년대 개혁개방과 같은 식이라고 확대해석 해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3. 어찌됐든 북한이 사회주의를 표방했기 때문에 주택은 국가 소유입니다. 그러나 지난 몇 년간 국가 소유의 주택이 거래되면서 사실상 북한 사회주의 시스템이 붕괴되었다는 평가를 할 수 있을까요?

사회주의 국가라고 해서 시장요소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북한은 50년대 사회주의 체제가 성립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꾸준히 있어왔습니다. 예를 들어 제사를 지내야 된다, 또는 결혼을 해야 된다, 친구가 놀러왔다 등 이런 상황에서는 배급 시스템으로 충당할 수 가 없습니다.

또한 1950년대 말 해외로부터 재일조선인, 북송교포라고 하죠, 이런 교포들이 많이 유입이 됐어요. 교포들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져온 물품들이 있을 것 아닙니까. 그런 물건들이 시장에 방출이 됐고 그들이 가져온 엔화나 달러들이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시장이 점차 확대됐고 고난의 행군 시기에는 더욱 확대됐던 것입니다.

따라서 현재 북한의 주택시장이 확대됐다고 해서 북한의 시스템이 붕괴되는 것이 아니라 시장과 계획경제가 공존하는 시스템에서 시장적인 요소가 좀 더 커졌다는 것이죠. 그러나 북한 정치적, 체제적 입장에서 본다면 이런 시장적인 요소들이 너무 커지면 체제불안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보면 배급이 붕괴된 상황에서 볼 때 체제를 존속시켜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상황에서 제도개혁을 실시하지 않으면 부정부패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에 부작용이 상당히 커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4. 올 초 중국 단둥에 가셨던 것도 같은 이유셨을 것 같은데요. 북한의 변화를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하셨을 것 같습니다.

대북 무역을 하시는 분들을 통해서 북한에 아파트가 굉장히 많이 지어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또한 북중 접경지역에 북한 무역상들이 많이 오지 않습니까. 이들이 집 설계나 인테리어 등을 많이 북한으로 가져간다고 합니다.

5. 북한의 주택시장 동향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을 꼽는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두드러진 변화 중에 하나를 꼽자면 우리도 새 아파트가 있고 오래된 아파트가 있지 않습니까. 둘의 가격 차이는 굉장히 큽니다. 가격차이가 큰 이유는 그만큼 현대적인 설계에 따라서 편리한 구조로 지어졌다는 것을 뜻하죠. 북한도 최근에는 예전 사회주의 시스템 설계에 맞춰 짓는 게 아니라 현대적인 설계로 짓는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최근 지어지는 아파트들은 평수도 넓어지고 전망도 중요시된다고 합니다. 또한 층도 높아지고 창문 유리를 전망이 잘 보이도록 통유리를 쓴다고 하고, 거실이라는 개념도 도입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또 예전 같으면 아파트를 건설할 때 북한의 자재를 많이 썼는데 요즘엔 수입된 중국식 자재를 많이 쓴다고 합니다. 특히 2000년대부터 쓰인 ‘레자’라는 장판이 있는데 그게 상당히 고가에 거래가 됐었습니다. 또한 집안에 색깔도 우중충한 색이 아니라 밝은 화이트 톤을 선호하는 변화가 오고 있습니다.

6. 최근 북한에서 새롭게 짓고 있는 것이 바로 초고층, 초호화 아파트입니다. 김정은의 치적사업으로 짓고 있는 것인데요, 이러한 아파트들도 거래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는데, 어떻습니까. 거래된다면 얼마에 거래될까요?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거래되는지도 궁금합니다.

현 시점에서 본다면 북한에서 아파트를 짓는 주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사회주의 시스템에 의해 국가가 짓는 아파트, 두 번째는 기관기업소 자체에서 짓는 아파트, 세 번째는 개인들이 기관의 이름을 빌려 짓는 아파트로 나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국가가 짓는 아파트라고 해도 (지어지는 과정들을 보면) 기관기업들이 구역별로 나눠줍니다. 그러나 기관에서 나눠졌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자금이 없을 경우에는 돈주들을 모집한다고도 합니다. 따라서 이런 세 가지 시스템이 혼재되는 속에서 지어지고 있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분양되는 것을 보면 아무리 국가에서 지었다고 해도 개인의 돈주들이 다 투입되기 때문에 일부는 국가시스템에 의해서 배정이 됩니다.

7. 주로 얼마에 거래되고 있나요?

지역적인 격차가 상당히 심합니다. 평양 같은 경우 어느 구역은 노동자가 많이 살고 중구역 같은 경우는 고위관료들이 많이 살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비싸다고 해요. 제가 조사한 바로 최고가는 한화로 2억 정돈데 지금은 3,4,5억 짜리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8. 이렇게 사회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주택과 아파트까지 거래되고 있는 이유가 궁금합니다. 돈이 되면 무엇이든 거래되고 있다는 북한의 시장경제화의 한 단면인 것 같습니다. 돈주들의 영향력이 향상되고 국가 건설 사업에도 투자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면 될까요?

예전에는 국가계획에 의해 집이 지어졌기 때문에 5년, 10년, 15년 이렇게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래서 아파트 한 동을 짓더라도 언제 지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는데 지금은 입지가 좋다면 1,2년 안에 순식간에 지어질 수 있습니다. 2012년 신의주 쪽에 시장이 없어진 자리에 아파트를 세웠는데 거기 아파트가 몇 동이 들어섰는지 몰라요. 이는 돈주들의 힘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9. 북한 주택시장의 활성화 이유 중 하나가 북한 무역회사들의 투자가 있기 때문이란 증언도 있습니다. 이게 사실이면 이들의 주택시장 참여는 주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집니까?

우선 북한 무역회사가 왜 이런 주택시장에 참여를 하는지 봤을 때 첫 번째는 돈이 많기 때문입니다. 북한시장의 주체는 무역회사들이죠. 왜냐하면 국내에는 생필품이 부족하고 그 상황에서 생필품 문제 해결방안은 수입을 통해서 하는 건데 수입이라는 것은 장벽이 매우 높습니다. 아무나 수입을 할 수가 없어요. 그 상황에서 80년대 같은 경우 중국의 개혁개방에 힘입어 북한의 화교나 조선족들, 중국에 연고를 둔 북한 주민들은 보따리로 물품들을 날라 왔어요.

그러다가 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당국이 각 단위들에게 무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줬어요. 그동안 화교들은 보따리로 물건을 날라 왔는데 무역회사들은 차를 이용해 대량으로 나르는 거예요. 때문에 무역종사자들이 돈을 많이 벌게 됐죠. 그렇다고 주택이라는 게 돈만 많다고 건설되는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는 건축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두 번째는 자본주의적인 감각이 있어야 하고, 세 번째는 권력층을 많이 알고 있어야 돼요. 무역회사의 일꾼들은 이러한 조건들을 갖췄다는 것입니다. 

10. ‘이윤’과 연결되다 보니 필연적으로 ‘권력’과도 밀접하게 연관돼 있을 것 같단 생각이 듭니다. 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지배계층의 ‘권력’이 영향을 미치나요?

내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집을 짓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해요. 예를 들면 우선 토지문제를 해결해야겠죠. 또 누가 공사를 하는가, 시공주가 누구인가, 공사설계도 있어야 하고, 준공도 해야 되고, 검사도 해야 되고 이것을 다 마치면 주택분양가로 넘어가서 배정이 돼야겠죠. 이런 일련의 모든 과정들이 권력과 결탁이 돼야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집을 지어주면 지어줄수록 도장을 찍어주는 기관들이 돈을 더 번다는 것이죠. 결탁이 안 될 수가 없어요. 따라서 최근에는 무역회사+권력층이 합쳐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4년 평양 평천구역에 아파트 붕괴사건이 있었잖아요. 거기서 이례적으로 최고위 간부가 나와서 사과하는 장면들이 있었을 거예요. 그 말은 즉 권력층이 아파트 건설에 참여했고, 이익을 돈주와 나눠 갖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아파트가 계획경제에 의해서 분배가 되려면 모든 준공공사를 마치고 주택 배정에 넘어가면서 누구에게 배정될 지가 결정되는 거예요. 그런데 평천구역 아파트 붕괴상황을 보면 아파트가 지어지기도 전에 미리 사람들이 아래층에 들어가서 살아요. 그 말은 시장 매커니즘에서는 이미 배분이 됐다는 것이죠. 거기 돈을 투자한 사람들은 내 집이니까 짓기도 전에 집에 이미 들어가 살고 있다는 것이죠.

11. 이러한 현상으로 최근에는 호화 주택이 있는 부자동네, 낡은 주택이 있는 가난한 동네 등으로 나뉘고 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인데요, 빈곤층의 상대적 박탈감이나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봐야 할까요?

저도 사실 주택문제를 연구하면서 이 문제에 굉장히 관심을 갖고 많은 질문들을 던져봤어요. 왜냐하면 예전에는 빈부격차의 차이가 옥수수를 먹나, 쌀밥을 먹나 또는 방상에 고기반찬이 있나, 생선이 있나 등 그런 식으로 하지만 계속 변천돼 왔습니다. 예전에는 옷이나 먹는 것이 기준이 됐었는데 지금은 집이라는 것이 빈부격차에 기준이 됐다는 것이죠. 그 상황에서 상대적 박탈감이나 사회적 불만이 커지고 있는가를 놓고 봤을 때 아직은 그런 심각한 상황이 포착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단지 옆집이 좋은TV를 갖고 있다고 하면 나도 사야 되는 것처럼 경쟁심리가 생기는 것이죠. 저 사람이 갖고 있으면 나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럼 저 사람은 무엇을 통해 돈을 벌었을까라고 생각하면서 본인도 따라하려는 현상들이 나타난다는 것이죠. 또한 최근 장마당 세대 같은 경우 이러한 경제적 격차를 당연한 것처럼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12. 주택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새롭게 등장한 직업들이 있나요?

주택시장이 생겨나고 있다는 것은 먹는 것, 입는 것을 사고파는 수준을 넘어서 토지가 거래되고, 노동시장이 활성화되고, 자본시장이 사(私)금융 시장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겠죠. 기존에 싹트지 않았던 생산요소 시장이 생겨나기 때문에 새로운 시장과 직업들이 나타날 것입니다. 주택시장이라고 하면 우선 대표적으로 부동산 중계인들이 생길 수 있고 집을 수리하려면 리모델링업자, 인테리어 관련 업자들이 생겨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인테리어 전문 용품을 파는 상점이 생길 수도 있고 등등 여러 가지가 연계돼서 파급효과가 굉장히 큰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난다고 할 수 있습니다.

13. 마지막 질문입니다. 결국 북한도 자본주의 사회처럼 돈 있는 간부나 돈주들은 자신의 경제적 능력으로 호화스러운 주거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입니다. 이러한 주택 시장의 활성화가 북한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주택시장이 북한 체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보십니까?

제가 강조했듯이 주택이라는 것은 상당히 덩치가 큽니다. 예전에는 시장에서 금지품목인 담배를 팔다가 빼앗겼잖아요. 그러면 그냥 뺏겼기 때문에 다시 사서 팔면 되지라는 생각을 상대적으로 가지고 있었을 거예요. 그렇지만 집을 빼앗겼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럼 반감이 엄청 생기겠죠. 즉 주택이 거래가 되고 상속되고, 세습이 된다는 말은 북한 주민들의 소유의식이 굉장히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죠.

그러나 사회주의 체제에서는 원래 개인소유가 거의 없는데도 이렇게 소유의식이 싹트고 있다는 것이죠. 이 소유의식이 싹튼다는 것은 체제이행에서 가장 중요한 소유권의 변화가 일어나서 주택시장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북한의 체제전환을 좀 더 앞당기기 좋은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과 같습니다. 따라서 최근 북한의 변화를 보면 이런 현상을 국가가 따라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유제가 완전한 개인의 것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지만 당국에서 일정한 부분의 소유를 인정하는 현상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