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사회주의 아니라 마피아 체제”

90년대 말 ‘북한민주화론’을 처음 제기한 김영환 <시대정신> 편집위원은 9일 신라호텔에서 열린 ‘북한인권국제대회’에서 “현 김정일 체제는 사회주의 체제가 아니라 마피아 집단”이라고 주장, 관심을 모았다.

대회 이틀째는 이날 오후 김위원은 ‘북한인권개선전략회의’ 세션에서 김정일 체제와 마피아 집단의 공통성을 비교하면서 ▲보스 1인 중심체제 ▲가족, 친지, 측근 중심의 운영 ▲무력을 가장 중시함 ▲공포장치와 공포심을 체제유지의 근간으로 삼음 ▲보스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을 강조함 ▲폭력적 방법에 의하지 않고서는 보스를 바꿀 방법이 없음 ▲이탈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 ▲불법적인 일에 경제를 많이 의존함(마약 거래, 위조지폐 거래, 미사일 매매) ▲다른 사람들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는 일을 일삼음(주변국 협박, 공갈) ▲사회발전의 암적인 존재이며 사회에서 점차 고립됨(김정일 정권은 지구촌의 암적 존재) 등 10가지 유사점을 제시했다.

김위원은 “현재의 북한 체제는 붕괴되는 과정에 있으며, 그 과도기가 비교적 안정되어 보이는 정도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발표문 요지.

김정일 체제의 본질

북한 체제의 본질적 성격은 지난 60년 동안 근본적으로 변했다. 1945년 소련군정 시기부터 1960년대 후반까지를 일반 사회주의 체제라고 한다면 6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까지를 수령절대주의 사회주의 체제라고 할 수 있고 90년대부터 현재까지를 보스 1인 중심의 마피아형 군사독재체제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들어와서 북한 사회는 본질적으로 변화했다. 조선노동당은 북한에서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과 권력이 조금씩 약화되어오다가 90년대 들어와서는 김정일 1인 독재체제의 도구들 중 하나로 전락하게 된다. 김정일은 과거에 당을 통해 군을 장악하는 방법과 직접 군을 장악하는 방법을 겸용했지만 점차 직접 군을 장악하는 방법에만 의존하게 되었다.

이 시기의 국가시스템 붕괴는 모든 면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 중 곡물과 기타 생필품 부족으로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근간의 하나인 배급제도가 붕괴되었다. 배급제가 붕괴되면서 수백만 명이 굶어죽었고 거주이전과 이동을 극히 제한하는 북한 사회에서 수백만 명이 식량을 얻으러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사태를 그냥 손놓고 바라볼 수밖에 없는 사태가 벌어지게 되었다.

그 이전에는 국경이 엄격하게 통제되어 있었고 감히 국경을 넘으려고 시도하는 사람이 극소수였으나 이 시기가 되어서는 불법적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사람이 연인원 1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되었다. 원래 북한은 사적인 매매업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었지만 이 시기에 이르러서는 국가의 배급제도가 붕괴된 조건이라 사적인 매매업을 막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게 되었다. 따라서 법으로는 금지되어 있지만 여기저기서 공공연히 사적 매매업을 하는 상황이 지속되었다.

이 시기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우상화 세뇌작업에 의한 지도자에 대한 자발적인 복종, 자발적인 존경이 더 이상 북한 체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둥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80년대의 탈북자들은 남한에 와서도 상당기간 동안 김일성, 김정일을 함부로 부르지 못했던 반면 요즈음의 탈북자들은 아주 쉽고 자연스럽게 김정일 욕을 한다. 우상화 체제가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일에 대한 존경의 표현은 과거나 다름없이 여전히 전 국가에 울려 퍼지고 있지만 그것은 우상화에 의한 자발적 존경심보다는 주로 공포심, 다시 말해 내가 이런 말과 행동을 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거나 거친 비판을 받거나 심하면 감옥이나 정치범수용소로 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늘 앞서게 되는 것이다.

북한의 소유제도도 근본적인 변화가 있었다. 원래 북한은 국유제와 공유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었다. 공유제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협동농장은 국유농장처럼 운영되기 때문에 실제로는 국유제 단일체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70년대부터 국가재산이 김일성, 김정일에 의해, 특히 김정일에 의해 사유화되는 현상이 조금씩 강해져서 90년대 들어오면 완전히 김정일의 사유재산으로 변하게 된다.

현재 북한은 형식적으로 국유제를 유지하고 있지만 브루나이와 같은 조그마한 토후국들처럼 1인 사유제로 이미 질적으로 변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주민은 김정일 사유의 공장과 농장에 고용되어 있는 노동자일 뿐이다. 아니 실제로는 아무 자유도 없으니 노동자라기보다는 노예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국유제가 김정일에 의해서만 파괴된 것이 아니다. 북한의 지하경제 활동의 규모나 지하자본의 규모는 지상경제의 3∼4배가 된다는 것이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러한 지하자본은 당연히 모두 사유화되어 있다. 광범한 관료들도 이러한 지하경제에 가담하고 있다. 지상경제는 김정일에 의해 사유화되고 지하경제는 다양한 일반인들에 의해 사유화되어 현재 북한에서 국유제는 껍데기만 남고 말았다.

국유제만 파괴된 것이 아니다. 계획경제도 파괴되었다. 북한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하경제가 계획경제의 범주에 들어올 수 없다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리고 반(半)지하경제라고 할 수 있는 장마당도 역시 계획경제의 범주에 들어오기는 힘들다. 식량난으로 인해 생긴 각종 국가시스템의 붕괴는 계획경제를 거의 의미 없게 만들어버렸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의 3대 핵심요소인 공산당독재(이론적으로는 프롤레타리아독재), 국유제, 계획경제가 모두 파괴되었다. 북한은 더 이상 사회주의 사회가 아니다. 북한의 사회주의적 요소는 60년대 후반부터 파괴되기 시작했는데 점점 그 파괴속도가 빨라져서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완전히 파괴되었다.

북한 사회는 전근대 봉건왕조와 군사독재체제와 마피아집단을 적당히 섞어놓은 것과 같은 사회이다. 이 중에서 특히 마피아집단과 유사점이 가장 많다.

북한 체제와 마피아와의 유사점을 본다면 1)보스 1인 중심체제 2)가족, 친지, 측근 중심의 운영 3)무력을 가장 중시함 4)공포장치와 공포심을 체제유지의 근간으로 삼음 5)보스에 대한 무조건적 충성을 강조함 6)폭력적 방법에 의하지 않고서는 보스를 바꿀 방법이 없음 7)이탈자에 대한 가혹한 처벌 8)불법적인 일에 경제를 많이 의존함(마약 거래, 위조지폐 거래, 미사일 매매) 9)다른 사람들을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는 일을 일삼음(주변국 협박, 공갈) 10)사회발전의 암적인 존재이며 사회에서 점차 고립됨(김정일 정권은 지구촌의 암적 존재) 등이다.

또 현재 북한 체제를 떠받치고 있는 가장 중요한 힘은 다음 몇 가지이다. 1)자연인 김정일과 김정일에게 고도로 집중된 권위와 권력 2)각종 공포장치와 공포심 3)각종 정보와 차단된 폐쇄 체제 4)복잡한 장치와 관계를 이용해 김정일에게 집중되어 있는 막강한 군사력 등이 그것이다.

북한은 사회주의적 요소가 거의 대부분 붕괴했지만 그렇다고 그 어떤 새로운 이론에 의해 안정된 사회를 건설한 것도 아니고 개인독재를 강화하며 그냥 굴러가는 대로 굴러가다가 현재의 체제로 온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북한 체제는 붕괴되는 과정의 과도기가 비교적 안정되어 보이는 정도일 뿐이다.

※ <북한인권국제대회>가 열리는 8~10일 DailyNK는 인터넷을 통해 행사를 현장 중계합니다. 국제대회의 진행상황을 가장 빠르게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국제대회 특별취재팀 dailynk@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