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Out NK] ‘내부 자화자찬’ ‘외부 정세관망’…김정은 속심은?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달 27일부터 31일까지 열린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를 접한 각계의 반향을 2일 전했다. 사진은 전원회의 결론이 담긴 노동신문을 읽고 있는 중구역의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를 진행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최장기간인 닷새 동안 진행된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2021년 주요 당 및 국가정책 집행정형총화(결산) 및 2022년 사업계획 △2021년 국가예산 집행정형 및 2022년도 국가예산안 △사회주의 농촌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당면 과업 △당 규약 일부 조항 수정 △당 중앙지도기관 성원들의 2021년 하반기 당 조직 사상 생활정형 △조직문제 등 총 6개 의제를 다루고 이를 전원일치로 승인했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1.1)은 김정은이 ‘강령적인 결론’ ‘2022년도 당과 국가의 사업방향에 대하여’를 제시했다고 하면서 200자 원고지 98장 분량전원회의 결과를 보도했다. 신년사를 대체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전원회의 결과는 2022년도 국정방향을 농업에 방점을 찍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중점을 두었다고 할 수 있다. 한편 관심을 모았던 대남·대미에 관련한 언급은 60여 자에 불과한 등 사실상 전무하다시피 했다.

노동신문에 공개된 내용을 중심으로 그 의미와 속살을 하나씩 짚어본다.

【 ‘2021년’ 정세 평가 : 아전인수 식의 자화자찬 】

김정은은 지난 27일 ‘2021년 결산 및 2022년 계획’을 다룬 첫 번째 의제에 대한 「결론」에서 “2021년은 엄혹한 난관 속에서 사회주의 건설의 전면적 발전에로의 거창한 변화의 서막을 열어놓은 위대한 승리의 해라는 것이 당 중앙위원회가 내린 총평”이라며, 특히 경제 문제와 관련 “극난한 환경에서 경제를 안정화시킬 수 있는 방법, 자력으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하나하나 적극적으로 찾아내고 실행하고 있는 것이 경제발전에서의 긍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난해에 거둔 성과로 언급한 것이 ‘평양 송신, 송화지구의 1만 세대 건설 기본적 결속’ ‘삼지연시꾸리기 3단계 공사 완료’ ‘검덕지구 5000세대 살림집 건설 성과적 진척’이었는데, 그야말로 아전인수 식의 자화자찬일 뿐이다. 이른바 ‘미제 식민지 나라’인 대한민국의 중간급 자치 단체가 이룬 것보다 못한 정도를 ‘성과’라고 거론한 것은, 지난해에 내세울만한 결과물이 그만큼 없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라 하겠다.

【 농업 강조 : 선농(先農) 정치 개시? 】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세 번째 토의 의제인 ‘우리나라 사회주의 농촌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위한 당면과업에 대하여’에 대한 토의 내용과 결과에 상당한 비중을 할애하는 등 이례적으로 ‘농업’을 강조했다.

특히 김정은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별도 보고까지 진행하는 등 이례적으로 농업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은 ‘사회주의농촌 건설의 새로운 승리를 향하여’라는 등 구호를 제시하면서 ‘인민 식생활문화를 흰쌀밥과 밀가루 음식 위주로 바꿀 것’을 강조하는 한편 ‘협동농장들이 국가로부터 대부 받은 뒤 상환하지 못한 자금을 모두 면제’하는 특혜조치를 발동하기도 했다.

김정은은 계속해서 “농촌 문제를 성과적으로 해결하자면 과학적인 단계와 목표를 설정하고 연차별 계획에 따라 목적 지향적 투쟁을 전개해야 한다”면서 향후 10년간 단계적 알곡생산 목표, 축산물·과일·채소·공예작물·잠업 생산 목표를 제시하는 등 중장기 발전 전략을 내놓으면서, 구체적 추진 방안으로 △전국 농촌 마을 개선 투쟁 △농촌에서의 사상, 기술, 문화 3대 혁명 촉진 △대학 졸업생 대량 배치 등 농업 근로자의 지식형 근로자화 △과학농사제일주의 전개”할 것을 요구했다. 그리고 이런 사업을 원활히 전개할 수 있도록 ‘농업 부문 투자 비중을 증대하고 설비, 자재, 자금을 계획대로 무조건 보장하는 제도 확립’을 주문했다.

특히 황해남도에 대해 “5개년 계획 기간에 당적, 국가적으로 힘을 집중해 농업 생산에서 기치를 들고 나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곡창지대인 황해남도가 수해와 한발 등 연이은 자연재해를 입어 북한 식량부족 현상의 주요 원인이 된 때문으로 보인다.

북한이 과거 농업 문제를 경제 분야의 하위 개념으로 다뤄온 흐름과는 차이를 보인 것과 관련, 노동신문은 “오늘 농촌을 혁명적으로 개변시키는 것은 엄혹한 난국을 주체적 힘의 강화 국면으로 반전시키고 국가의 부흥발전과 인민의 복리증진을 이룩해나가는 데서 중차대한 혁명과업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른바 ‘선농 정치’를 통해 북한 주민의 식의주를 해결하겠다는 의도인데, 대북제재와 코로나19로 인한 국경봉쇄 여파 등으로 자력갱생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결국은 김일성 대로부터 지속되어 온 ‘구두선(口頭禪)’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할 것이다. 더불어 ‘농사 제일’을 강조함으로써, 북한의 식량 사정이 대단히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스스로 털어놓은 것에 다름없다.

【 국가사업 제1순위 : 비상방역 】

김정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방역사업을 국가사업의 제1순위로 놓고 사소한 해이나 빈틈, 허점도 없이 강력하게 전개해나가야 할 최중대사”로 규정하면서 “나라의 방역기반을 과학적 토대 위에 확고히 올려 세우고 방역부문의 물질기술적 토대를 튼튼히 갖추는 것을 비롯해 우리의 방역을 선진적이며 인민적인 방역으로 이행시키는 데 필요한 수단과 역량을 보강, 완비하는 사업”을 촉구했다.

김정은이 이 같이 비상방역을 강조한 이유는 결코 주민들의 건강을 염려해서가 아니라, 다음 두 가지 저의가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첫째, 폐쇄정책으로 인한 경제난을 코로나19에 일부 전가함으로써 주민 불만을 무마하는 동시에 자력갱생 원칙의 당위성을 주지시키려는 것이다. 둘째, 북한 경제는 기본적으로 대규모 노력(勞力)에 의지하는 구조이다. 그런데 의료체계가 부실한 북한의 현실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한다면, 김정은의 통치기반까지도 위협할 수 있는 비상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태 발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비상방역을 국가사업 제1순위에 둔 것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일 1면에 ‘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4차 전원회의에 관한 보도’를 실었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 전원회의는 지난해 12월 27일부터 31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됐다. /사진=노동신문 홈페이지 캡처

【 정세 관망 하에 대남 위협 능력 강화 】

김정은은 “다사다변한 국제정치 정세와 주변 환경에 대처하여 북남(남북)관계와 대외사업 부문에서 견지하여야 할 원칙적 문제들과 일련의 전술적 방향들을 제시하였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베이징 동계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등 미중 갈등, 한국 대선 등 불확실한 정세를 감안해서, 최소한 1/4분기까지는 어설픈 도발로 긴장 국면을 조성하기보다 정세를 관망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다만, ‘아이들이 조용하면, 사고를 치고 있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우려스런 부분도 있다. 이와 관련 김정은은 “날로 불안정해지고 있는 조선반도(한반도)의 군사적 환경과 국제 정세의 흐름은 국가방위력 강화를 잠시도 늦춤 없이 더욱 힘 있게 추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라고 군사력 강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인민군대에 전군을 당 중앙의 혁명사상으로 일색화하고 당 중앙의 영도에 절대 충성, 절대 복종하는 혁명적 당군으로 강화하기 위한 사업을 끊임없이 심화” “훈련제일주의와 무기, 전투기술기재들의 정상적 동원준비, 강철 같은 군기확립에 총력을 집중” 등을 지시했다.

민간무력에 대해서도 “현대전의 요구에 맞게 민방위무력을 강화하기 위한 결정적인 대책을 세우며 훈련혁명을 일으켜 노동적위군 지휘성원들의 군사적 자질과 지휘능력, 민간무력의 실전능력을 높여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특히 “군수공업 부문에서 당 제8차 대회 결정을 높이 받들고 이룩된 성과들을 계속 확대하면서 현대전에 상응한 위력한 전투 기술기재 개발·생산을 힘 있게 다그치며 국가방위력의 질적 변화를 강력히 추동하고 국방공업의 주체화·현대화·과학화 목표를 계획적으로 달성해 나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로 볼 때, 북한은 휴지기를 이용해 정규군은 물론이고 민간무력의 전투준비 태세에 내실을 기하는 한편 신형 무기체계의 개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대남 위협 능력을 증대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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