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 수확기를 앞두고 올해도 어김없이 북한 농촌 지역 주요 이동 경로 곳곳에 ‘낟알 단속 초소’가 설치됐다. 단속원들은 농촌을 오가며 장사하는 주민들의 짐 속에 알곡이 있는지 까다롭게 검사하고 문제 삼으면서 실랑이가 잇따르고 있다는 전언이다.
18일 데일리NK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이달 초부터 개천시를 비롯한 일부 지역의 농촌 진입로와 주요 길목에 낟알 단속 초소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초소 단속원들은 길을 오가는 주민들의 개인 짐은 물론 자전거와 손수레 등 각종 이동 수단에 실린 짐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알곡이 발견되는 경우 이를 무단 유출로 문제 삼고 있다.
낟알 단속은 북한 당국이 수확기마다 햇곡식의 무단 유출을 막기 위해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조치다. 통상 본격적인 추수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군량미 수매가 마무리될 때까지 이어진다.
다만 현지에서는 아직 본격적인 수확철에 접어들지 않았는데도 낟알 단속이 시작됐다며 예년보다 단속 시기가 빨라졌다는 데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소식통은 “아직 본격적으로 햇곡식이 쏟아져 나올 때도 아닌데 벌써 농촌 길목마다 단속 초소가 보이기 시작했다”며 “주민들은 ‘또 그 계절이 왔다’며 한숨을 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특히 개천시는 탄광이 밀집한 지역 특성상 밀주와 엿, 국수 등을 주변 농촌에 내다 팔고 대금을 현금 대신 알곡으로 받는 주민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주민들은 장마당 가격보다 조금 낮은 값에 알곡을 확보한 뒤 되팔아 차익을 남기기도 한다.
이 때문에 낟알 단속이 시작된 이달 초를 기해 농촌을 오가는 주민들과 단속원들 사이에 충돌이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쌀 등을 싣고 이동하다 단속에 걸린 주민들은 “낟알 단속은 올해 농사지은 햇곡식이 무단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자는 것 아니냐. 이게 햇곡식인지 아닌지 보라”며 단속원에게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2~3년 전만 해도 단속되면 뇌물을 챙겨주거나 굽신거리며 봐달라고 사정하는 모습이 흔했으나, 이제는 그냥 빼앗기거나 아무 말도 못 하고 당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오히려 단속의 부당함을 따지고 들며 적극적으로 맞서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단속에 무조건 순응하기보다 부당함을 적극 호소하고 있다는 점에서 단속을 대하는 주민들의 태도가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평가다. 다만 주민들도 무작정 강경하게만 나서는 게 아니라 분위기를 봐 가며 대응 수위를 조절하고 있다.
일부 단속원은 ‘당의 지시에 토를 다느냐’며 장사 행위 자체를 문제 삼거나 노동단련대 처벌까지 언급해 위협한다. 이 경우 자칫하면 알곡뿐 아니라 개인 소지품까지 압수당하거나 날이 저물 때까지 인근 농장에서 강제노동을 해야 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한다는 것이다. 반면 일부 단속원들은 주민들이 항의하면 경고만 하고 보내주기도 한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조금 합리적으로 처리하는 사람은 ‘단속이 시작됐으니 햇곡식인지 아닌지를 떠나 앞으로는 이런 식으로 다니지 말라’며 한 번 봐주기도 한다”면서 “당의 지시에 따라 주어진 임무만 수행하는 단속원이 있는가 하면 이를 기회로 삼아 자기 잇속을 챙기려 주민들을 거세게 몰아붙이는 단속원도 있다”고 했다.
한편, 주민들 사이에서는 햇곡식 무단 유출 차단을 명목으로 매년 운영되는 낟알 단속 초소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단속이 이뤄져도 알곡의 불법 유통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단속을 피하거나 무마하기 위해 부담해야 하는 뇌물 비용만 늘어난다는 지적이다.
소식통은 “결국 생계를 위해 움직이는 주민들만 더 힘들어질 뿐”이라며 “한 짐 지고 농촌에 가서 물건을 팔고 알곡 얼마를 받아 먹고사는 사람들에게 매년 돌아오는 낟알 단속철은 생계를 죄는 고통의 계절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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