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지난해 도로교통법을 대폭 개정해 차량을 이용한 돈벌이와 이동증명서가 없는 주민을 태우는 행위에 대한 제재를 신설·구체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돈벌이를 목적으로 운행한 차는 최대 2개월간 억류하고, 개인이 구입한 차를 기관에 등록해 돈벌이에 이용한 경우에는 차를 몰수하고 편제에서도 삭제하도록 했다. 출장증명서나 여행증명서가 없는 승객을 태운 차 역시 억류 대상이 된다.
데일리NK는 2025년 5월 27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1926호로 수정·보충(개정)된 북한 도로교통법을 입수했다. 이 법은 총 8장 124개 조문으로 구성돼 있으며, 2021년 개정된 구법과 비교해 1개 장과 21개 조문이 늘었다.
우선 개정법은 운전자격 심사와 차량 등록·기술검사, 도로 안전통행, 법적 책임 등을 별도 장으로 재편해 금지 행위와 처벌 규정을 이전보다 세분화한 것이 특징이다.
법의 목적에도 변화가 생겼다. 구법 제1조는 도로교통의 ‘안전성과 신속성’ 보장을 강조했으나 개정법은 안전과 교통상 편의 보장에 더해 ‘도로교통의 효율’을 높이는 것을 명시했다. 구법에 있던 ‘도로교통은 나라의 문명정도를 보여주는 중요척도’라는 표현은 삭제됐다.
서종원 한국교통연구원 동북아북한교통연구팀 팀장은 데일리NK에 “기존의 주철종도(主鐵從道) 정책 아래 도로교통은 중·단거리 연계나 군사, 관광 등 특정 영역을 중심으로 활용돼 왔다”면서 “개정법이 ‘문명의 척도’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효율성을 강조한 것은 도로교통의 활용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돈벌이 운행차 억류…기관 등록 개인차는 몰수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차량을 이용한 영리 행위에 대한 통제 강화다. 개정법은 ‘차를 가지고 돈벌이를 하는 행위’를 운전수(운전사)의 금지 사항으로 명시하고(제54조), 돈벌이를 목적으로 운행한 경우 차를 최대 2개월간 억류하도록 했다(제108조 제7호).
특히 직무용 또는 사업보장용 승용차로 돈벌이하거나, 개인이 구입한 차를 기관에 등록해 돈벌이에 이용한 경우에는 차를 몰수하고 편제에서도 삭제하도록 제재 수위를 높였다(제116조 제5호, 제11호).
또한 개인이 구입한 차를 기관에 등록시켜 돈벌이에 이용하도록 한 책임자에게도 3개월 이하의 무보수 노동 또는 노동교양 처벌을 내리도록 했다(제121조 제14호). 차량 돈벌이를 조장하거나 묵인한 책임자 역시 처벌 대상으로 명시한 셈이다.
구법에서는 돈벌이를 목적으로 자전거 짐틀에 사람을 태운 경우 자전거를 몰수하거나 자격증을 회수하도록 한 정도였지만, 이번 개정으로 자동차를 이용한 영리 행위가 별도의 금지·제재 대상으로 규정됐다.
등록 단계의 통제도 강화됐다. 차 등록 신청 때에는 차량 배정 또는 구입 출처를 밝히는 근거 문건을 제출해야 하고(제36조), 구입 출처가 없거나 정확하지 않은 차는 등록할 수 없도록 했다(제41조).
다만 법은 기관·기업소·단체와 함께 공민도 차량 등록 주체로 명시하고 있다. 개인의 차량 보유·등록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구입 출처를 명확히 밝히도록 하고, 개인 차량을 기관 명의로 등록해 영리 운행하는 관행을 집중적으로 통제하는 구조다.
이와 관련해 데일리NK는 북한이 개인 명의 자가용에 부과하는 차량 보유·도로 이용 부담금을 2025년 하반기부터 차량 한 대당 분기 20달러에서 50달러로 올렸다고 보도한 바 있다. 개인 차량은 제도권 안에서 등록시키고 부담금을 부과하면서도 이를 이용한 운수 영업은 억류·몰수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세금도 올랐는데 때마다 뒷돈도 내야…北 자가용 보유자들 불만)
여행증명서 없는 승객 태워도 차 억류
주민 이동통제와 차량 운행을 직접 연결한 조항도 신설됐다. 개정법은 출장증명서나 여행증명서가 없는 사람을 태우고 운행한 경우를 차 억류 사유로 명시했다(제108조 제12호). 같은 행위를 두 번 이상 반복하면 운전자격도 박탈하도록 했다(제115조 제6호).
구법에서 차 억류는 운전자격이나 차량 등록 상태가 확인되지 않거나 단속에 불응·도주한 경우, 교통사고 발생 등 주로 운전자와 차량 자체의 위반행위를 대상으로 했다. 개정법은 여기서 더 나아가 억류 사유를 15개 항목으로 세분화하면서 승객의 이동증명서 보유 여부까지 차량 제재와 연결했다.
차량의 먼 거리 운행에 대한 승인 제도도 유지됐다. 인접 시·군을 제외하고 다른 지역으로 먼 거리 운행을 하려면 사회안전기관 또는 해당 기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제83조). 승인 없이 먼 거리 운행을 하면 개인 벌금 부과 대상이 된다.
이에 따라 운전수는 승객을 태우기 전 출장증명서나 여행증명서 소지 여부를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차량이 억류되고 심지어 운전자격까지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민 이동에 대한 확인·검문 기능을 사회안전기관에만 맡기는 것이 아니라 운전수에게까지 사실상 확인 책임을 부과하는 조치로 볼 수 있다.
2025년 제정된 철도여객수송법도 공민증과 여행증명서 등 필요한 증명서가 없는 주민은 열차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철도에 이어 도로 운송에서도 이동증명서 확인을 운송 주체의 책임과 연결하면서 주민 이동 통제를 교통수단별로 제도화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관련 기사 바로보기: 北, 지난 5월 채택한 ‘철도여객수송법’으로 주민 이동 자유 제한)
북한 헌법 제75조는 공민의 거주와 여행의 자유를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동증명서가 없는 승객을 태운 운전수와 차량까지 직접 제재하는 조항은 헌법상 이동의 자유와도 긴장 관계에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벌금·처벌 세분화…전자지불 방식도 도입
처벌 체계도 한층 세분화됐다. 구법에서는 하나의 조문에 담겼던 벌금을 개인벌금(제109조)과 기관벌금(제110조)으로 분리했다. 공민에게는 5000원부터 15만원까지, 기관·기업소·단체에는 위반 건수와 엄중성에 따라 10만원부터 150만원까지 벌금을 부과한다.
벌금 납부 방식도 달라졌다. 개정법은 위반자 또는 그 가족이 속한 기관이 거래하는 은행기관이나 사회안전기관의 해당 처리장소에서 전자지불수단으로 벌금을 내도록 했다. 서종원 팀장은 “개인벌금을 전자지불수단으로 내도록 한 것은 북한에서 전자금융이 확산되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동시에 벌금 징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금 취급 문제를 줄이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제재 수단 역시 ▲차 억류 ▲벌금 ▲운전자격 정지·박탈 ▲차 몰수 ▲차 편제 삭제 ▲경고·엄중경고 ▲무보수 노동 ▲강직·해임·철직 등으로 세분화됐다. 반면 처벌 수위를 가르는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정상이 무거운 경우’ 또는 ‘그밖에 국가적 조치가 있을 경우’와 같은 포괄적 표현이 남아 있어 실제 집행 과정에서 처벌 범위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개정법은 운전면허증 발급, 차량 등록, 기술검사, 차 억류 등 행정절차와 유효·처리기간도 이전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서 팀장은 “기존 법령은 선언적 규범의 성격이 강하고 실질적인 규정은 내부 규정에 의존하는 것으로 파악돼 왔다”며 “이번 개정은 처리 기한과 억류 기간을 법률에 직접 적고 금지사항과 처벌 대상을 항목별로 세분화해 도로교통법 자체가 집행 규범으로 기능하도록 보충한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전동자전거·평양 교통관리 등 현실 변화도 반영
북한의 변화된 교통환경을 반영한 조항도 새로 들어갔다. 개정법은 사람의 힘과 전동기·발동기 동력을 함께 이용해 움직이는 윤전기재를 자전거의 정의에 포함했다(제2조). 다만 크기와 속도가 오토바이와 유사한 축전지 동력 윤전기재는 자전거로 등록할 수 없도록 했다(제88조).
자전거는 등록하고 이용자별로 자격증을 발급받도록 했으며, 음주 운행과 손전화 사용, 흡연, 횡렬 통행 등도 금지했다. 서 팀장은 이를 “동력자전거 증가라는 북한의 교통환경 변화를 법에 반영한 조항”이라고 분석했다.
차량 수입과 평양시 교통에 대한 별도 통제도 강화됐다. 승인되지 않은 윤전기재의 수입·판매를 금지하고, 국가규격에 어긋나는 윤전기재의 수입 신청은 승인하지 못하도록 했다(제106조).
또 조향륜이 오른쪽에 있는 승용차가 평양시에서 운행하면 차 몰수와 편제 삭제 대상이 되고(제116조 제4호), 검은 연기를 내뿜는 차량이나 평양시 중심도로의 운행 질서를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화물차에도 별도의 제재를 두었다.
종합적으로 이번 개정은 차량 등록과 운전 자격, 영리운행, 주민 이동, 벌금과 처벌을 이전보다 촘촘하게 법률로 규정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개인 차량을 제도권 안에서 인정하면서도 이를 활용한 돈벌이는 강하게 통제하고, 이동증명서 확인 책임을 운전자에게까지 확대한 것은 북한 당국이 도로교통을 주민의 경제활동과 이동을 관리하는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흐름을 보여준다.
다만 자전거 등록과 이용자별 자격증 발급, 지방에서의 벌금 전자지불, 각종 차량 통제 규정이 실제 현장에서 법문 그대로 집행되는지는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
데일리NK 기획취재팀=이상용 기자(AND센터 디렉터), 황현욱 AND센터 책임연구원/법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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