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북한 양강도에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민들이 피서 목적으로 백두산 답사를 다녀오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0일 데일리NK 양강도 소식통은 “최근 혜산시에서 먹고 살기 괜찮은 주민들이 가족, 또는 친한 지인들끼리 백두산 답사를 다녀오고 있다”면서 “차량부터 먹을 음식, 간식까지 모두 자체 부담으로 준비하기 때문에 경제력이 없는 주민들에게 백두산 답사는 ‘그림의 떡’”이라고 말했다.
북한에서 백두산 답사는 항일 투사들의 혁명정신 계승을 목적으로 각 단위에서 조직해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소위 ‘돈 있는’ 일부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무리 지어 떠나는 백두산 답사는 여름철 피서가 주된 목적이다.
이런 답사 역시 마찬가지로 백두산 일대 혁명전적지와 혁명사적지를 둘러보며 강사의 설명을 듣는다. 다만 날씨와 개인 사정에 맞춰 답사 날짜를 정하고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적으로 조직하는 답사와 차이가 있다.
소식통은 “혜산시에서는 매년 7월부터 8월 15일 사이가 가장 더운 시기여서 돈 있는 주민들이 차량을 대절해 백두산 답사를 다녀온다”며 “8월 15일이 지나면 백두산 일대 기온이 빠르게 떨어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조직하는 답사는 크게 줄어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차량을 대절해 보통 2박 3일 일정으로 다녀오는데 드는 비용이 1인당 대략 1200위안(한화 약 25만 원) 정도”라며 “돈 있는 주민들은 백두산만 다녀오는 것이 아니라 원산이나 함흥의 해수욕장에 가서 3박 4일 정도 즐기고 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혜산시에 사는 50대 주민 A씨는 지난달 말 장마가 끝난 뒤 가족, 지인들과 2박 3일 일정으로 백두산을 다녀온 데 이어 이달 초에는 3박 4일 일정으로 함경남도 함흥시의 마전해수욕장도 다녀온 것으로 전해졌다.
3박 4일 일정으로 마전해수욕장에 다녀오려면 중국 돈으로 약 3000위안(약 63만 원)이 필요해, 결국 백두산과 해수욕장 피서 비용만 4000~5000위안을 쓴 셈이다. 그런데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주민들 사이에서 여름철 피서를 즐기는 것이 하나의 소비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은 “예전에는 여행을 가면 그 기간에는 돈을 벌지 못하는 데다 돈 쓰는 것을 아깝게 여겨 여행을 잘 다니지 않았는데, 요즘에는 돈을 벌었으면 즐기면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커져 여름이면 어디 한 곳이라도 여행을 다녀오려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피서 여행은 역시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에 국한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백두산 답사 비용인 1200위안이면 북한 시장에서 쌀 약 300㎏을, 해수욕장 여행에 필요한 비용 3000위안이면 약 800㎏을 살 수 있는 금액이다. 하루 벌어 생계를 이어가는 주민들에게는 며칠간의 피서에 이 정도 비용을 쓴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혜산시에 거주하는 40대 주민 B씨는 “우리 동네에서 30세대 중 8세대는 여행을 다녀왔거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10세대 정도는 밥술은 뜨지만 여행을 다녀올 형편은 안되고 나머지 12세대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어려워 여행은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B씨는 “과거에는 잘사는 것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기도 했고 여행 기간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을 아까워했지만, 지금 돈 있는 사람들은 벌어서 즐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형편이 어려운 사람들은 오늘은 강냉이(옥수수) 1㎏이라도 마련할까를 걱정하니 삶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했다.
소식통은 “누군가는 무더운 여름에 피서지를 찾아 떠나지만, 누군가는 먹고살 걱정 뿐이니 상대적 박탈감은 이런 시기에 더욱 커진다”며 “돈 있는 주민들은 갈수록 더 잘사는 모습이라 아무리 애써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 주민들 사이에서 ‘있는 사람만 계속 잘사는 세상’이라는 말이 예전보다 더 자주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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