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재해 방지, ‘총동원’, ‘총궐기’만으로는 어렵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7월 26일 “최근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폭우, 많은 비 주의경보들이 연이어 발령되고 전국의 여러 지역에서 짧은 시간에 무더기비가 내리는 재해성 기상현상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라며 “일꾼들이 최대로 각성분발해 자연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신속하고도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사진은 함경남도 단천시에서 중장비를 동원해 수해 예방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에서 재해 방지를 명목으로 한 대규모 동원이 이어지면서 지방의 행정 일꾼과 주민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평안남도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최근 장마철에 “모든 일군(일꾼)과 근로자들이 최대로 긴장·각성해 만단의 대응 태세를 견지할 것”을 요구하는 지시를 연이어 내렸다. 이에 따라 지역 행정기관과 기업소, 주민들이 재해 예방과 비상 대응 사업에 동원됐다.

소식통은 당국이 과거 재난 피해의 원인을 말단 행정 일꾼의 무책임한 태도와 주민들의 위기 대응 의식 부족에서 찾고, 재해 예방 사업에 임하는 태도를 당성과 혁명성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으면서 하급 간부와 주민들을 압박했다고 전했다.

한편, 평안남도 청천강과 대동강 유역의 일부 시·군에서는 강과 하천의 제방을 보강하는 작업이 진행됐는데, 당국 차원의 중장비나 자재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주민들이 삽과 흙·모래를 담을 마대 등 작업 도구와 자재를 직접 마련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재해 방지용 자재비 명목으로 가구당 5만원(북한 돈)을 부담하도록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주민들의 부담은 금전적인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여맹(조선사회주의여성동맹) 돌격대와 기업소 노동자들이 ‘총궐기’라는 명목으로 제방 보수와 하천 정비 작업에 동원되기 때문이다. 중장비가 해야 할 작업을 인력으로 대신하면서 장마당 장사나 부업 등 주민들의 생계 활동에도 차질이 빚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재해 예방을 위해 주민과 지역사회의 협조가 필요한 경우는 있다. 그러나 주민 동원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오히려 주민들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취약계층의 생활 부담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한국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법과 제도에 따라 재난 취약 시설을 점검하고, 공공 예산을 활용해 하천·제방 등 방재 기반 시설을 정비한다. 재난이 발생하면 소방과 경찰, 지방자치단체 등 전문 대응 인력과 장비가 투입되고, 재난 문자와 방송 등을 통해 관련 정보가 주민들에게 전달된다.

피해 주민에게는 재난지원금이나 복구비가 지급될 수 있으며, 주택·온실·소상공인 시설 등은 풍수해·지진 재해보험을 통해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물론 한국의 재난 대응 체계 역시 모든 피해를 예방하거나 완전히 보상하는 것은 아니지만, 주민에게 비용과 노동력을 일률적으로 강제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다.

북한이 자연재해 피해를 근본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주민 동원과 사상적 각오에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국가 재정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치산치수와 노후 기반시설 보수에 필요한 투자를 확대하고, 기상 관측과 조기 경보 등 관리 체계를 과학화할 필요가 있다.

재해 예방 및 복구 비용을 주민에게 떠넘기는 방식도 개선돼야 한다. 별도의 국가 재난관리 예산을 마련하고, 자재·장비의 비축과 공급, 피해 지원 절차를 제도화해야 한다.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통해 재해 예방 기술과 장비, 관련 재원을 확보하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자연현상 자체를 특정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물론 방재 시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거나 위험 요인을 방치해 피해가 커졌다면 그 책임을 객관적으로 규명해야 할 필요는 있지만,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하급 간부와 주민들의 정신 상태를 문제 삼는 게 능사는 아니다. 처벌에 골몰하기보다는 예방 조치의 적절성과 피해 원인을 과학적,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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