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군사교육기관을 대상으로 이른바 ‘불순물’ 유입·유포 행위를 근절하기 위한 대대적인 검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군관들은 휴대전화와 컴퓨터 등 개인이 사용하고 있는 전자기기에 저장된 자료를 정리하는 등 바짝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31일 데일리NK 북한 내부 군 소식통은 “지난 19일 총정치국 지시에 따라 군사교육기관을 대상으로 규율 강화를 위한 검열이 시작됐다”며 “특히 군관들의 사상 동태를 파악한다면서 개인 물품과 가정까지 검열하도록 포치가 내려왔다”고 전했다.
북한에서 군사교육기관의 교육과 연구를 담당하는 교원과 연구원은 대부분 현역 군관으로 구성돼 있다. 당국은 이번 검열에서 이들이 사용하는 휴대전화, 컴퓨터, 이동식 저장장치에 보관된 문서, 동영상 파일은 물론, 개인 책상과 서랍, 숙소, 심지어 가정에 보관된 도서와 인쇄물 등도 들여다보고 있다는 전언이다.
또한 당국은 군관들이 가족과 친척은 물론 주변 인물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자료를 주고받은 전례가 있는지도 세세히 확인하고 있다. 이는 외부 자료의 유입·유통 경로를 면밀히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실제 군사교육기관 내 간부 운전수와 후방부, 경비중대 소속 군인들까지 검열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군사교육기관 내부에서는 언제 검열의 칼날에 걸려들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소식통은 “이전에도 수시로 검열이 진행돼 군관들이 손전화(휴대전화)를 민감하게 다뤘지만, 최근에는 사진을 찍는 것조차 조심할 정도로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개인이 소지한 전자기기에 저장된 자료들을 정리하고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려 주변 사람들과의 연락도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번 검열은 지난 6월 중순 함경북도 청진시 소재 김책공군대학에서 외부 영상물 유포 사건이 적발된 것을 계기로 시작됐다고 한다. 당시 일부 젊은 군관들이 미국과 한국의 보도 내용을 편집한 자료 등을 복제해 돌려봤을 뿐만 아니라 영화와 예능 프로그램, 춤 동영상 등을 함께 시청하고 관련 내용을 두고 대화를 나눈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김책공군대학은 문제시된 군관들을 대상으로 공개 사상투쟁회와 동지 심판을 진행했고, 엄중한 위법 행위를 저지른 군관은 결국 불명예 제대 조치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상투쟁회와 동지 심판은 조직 구성원들이 특정 대상자의 사상적·행동적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하고 처벌을 요구하는 집단 비판 절차다.
북한 당국은 이번 사건을 일부 군관의 개인적 일탈로만 보지 않고 군사교육기관 전반의 기강 해이이자 엄중한 사상적 이탈 행위로 판단했다. 이에 따라 다른 군사교육기관에서도 유사한 불순 행위가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검열의 범위를 전체 군사교육기관으로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당국은 이번 검열에서 외부 자료가 어떤 경로를 통해 유입됐고, 누구를 거쳐 확산했는지 등 인적 유통망을 파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본인에게서 아무것도 나오지 않더라도 가족과 가까운 사람들까지 조사하기 때문에 군관들이 말과 행동을 극도로 조심하고 있다”며 “군사교육기관에서 불순물이 퍼진 사안은 특히나 심각한 일로 여겨지고 있어 검열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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