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있는 집 北 청년들, 검열·단속 피해 ‘구닥다리’ 노트텔 찾는다

들고 다니는 건 값비싼 MP7·MP8…"설마 잘 사는 집에서 그런 것 쓰겠나"라는 단속원 생각 역이용

북한 주민들이 외부 콘텐츠를 시청할 때 사용하는 노트텔 기기. /사진=데일리NK

북한 당국이 한국 영화, 드라마 등 일명 ‘불순녹화물’ 시청 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의 청년들이 검열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낡은 노트텔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데일리NK 함경북도 소식통은 “불순녹화물 시청 단속이 심해질수록 단속을 피하기 위한 움직임도 교묘해지고 있다”며 “최근 회령시 청년들 사이에서는 검열과 단속을 빠져나가려 구닥다리 노트텔을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가정의 청년들은 MP7·MP8 등 미디어 재생기기를 들고 다니며 당국이 승인한 영화나 학습자료를 보는 데 사용하고, 집에서는 따로 숨겨둔 낡은 노트텔에 SD카드나 USB를 넣어 단속 대상인 한국 영화와 드라마, 예능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다.

드러내놓고 쓰는 MP7·MP8과 불법 영상물을 보는 노트텔을 분리해 쓰는 방식으로 검열이나 단속에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부 영상 시청에는 중국 휴대전화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화교가 아닌 일반 주민이 중국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다가 적발되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 부담이 크다고 한다.

소식통은 “우리 손전화(휴대전화)에 메모리카드를 넣어 한국 드라마를 보면 흔적이 남아 단속에 걸릴 수 있다”며 “그래서 중국 손전화로 볼 수도 있지만, 그것을 가지고 있는 것 자체가 위험해 청년들은 그보다 MP7·MP8과 노트텔을 용도를 나눠 사용한다”고 전했다.

주목할 점은 청년들이 자기 집의 경제적 수준에 맞는 값비싼 노트텔을 사는 것이 아니라 단속원들의 의심을 덜 받을 수 있는 낡은 노트텔을 일부러 구해 쓰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단속 그루빠 성원들이 ‘설마 저렇게 잘사는 집에서 그런 구닥다리를 쓰겠는가’라고 생각하는 점을 역이용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트텔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전력 소모도 적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영상 시청용으로 널리 사용됐다. 이후 MP7·MP8 등 다양한 기능을 갖춘 기기가 보급되면서 수요가 점차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최근에는 물량이 없어 가격이 오를 정도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전언이다.

실제로 현재 회령시에서는 노트텔 기기의 상태에 따라 중국 돈 500~600위안(한화 약 11~13만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연식이 오래됐거나 성능이 떨어지는 낡은 제품은 이보다 더 낮은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청년들은 노트텔 구매에서 단속원들의 시선을 덜 끌 만한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낡으면 낡을수록 단속을 피해 갈 확률이 크다고 보고 영상 시청 기능에는 문제가 없되, 더 오래돼 보이는 노트텔을 구매하려 한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밖에서는 멀쩡한 MP7·MP8을 쓰며 허용된 영상물을 보고 집에서는 숨겨둔 낡은 노트텔로 한국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허용되지 않은 영상물을 본다”며 “단속이 강해져도 청년들은 시청을 그만두기보다 걸리지 않을 방법을 더 세밀하게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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