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형식 ∙ 내용 초긴장 주목

▲ 2003년 8월 개최되었던 제1차 북핵 6자회담의 주최국 요약문

북한 핵문제에 대한 제4차 6자회담이 오는 7월 마지막 주에 개최될 전망이다. 회담장을 뛰쳐나간 지 13개월 만에야 북한은 회담복귀를 선언했다. 이번 회담은 북핵문제의 전도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이번 회담의 핵심은 『3차를 잇는 4차인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new) 1차’ 인가』에 있다. 북한의 의도가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회담의 성패와 북핵문제의 전개방향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만들어낸 13개월의 공백

우선 그 동안 진행되었던 3차례의 6자회담을 살펴보자.

2003년 8월 26∼29일 개최되었던 제1차 6자회담은 ‘6개국이 한자리에 모인 것 자체가 성과’였다.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는 ‘탐색전’이라고 볼 수 있었다. 의장성명이나 공동보도문 등 일정 수준의 합의를 도출하지 못한 채 ‘주최국 요약문(Summary)’이라는 낯선 회담 결산 방식에서도 1차회담의 성격을 알 수 있다.

2004년 2월 25∼28일 개최된 제2차 6자회담에는 의장성명(Chairman’s Statement)을 채택했다. 이번에도 ‘모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회담이었지만, 다음 회담의 개최시기를 못박고 그것을 준비하기 위한 실무그룹(Working Group)을 구성하는데 합의한다. 회담의 틀을 보다 견고하게 짜기 시작한 것이다.

제2차 6자회담의 결과에 따라 2004년 5월 12∼14일과 동년 6월 21∼26일 두 차례에 걸쳐 실무그룹회의가 진행되었다. 실무그룹회의는 말 그대로 각국의 실무자들이 모인 자리로, 북핵문제의 보다 구체적인 사안들을 협의하기 시작했다.

제3차 6자회담은 2004년 6월 23∼26일에 열렸다. 공동보도문(Joint Press Statement)을 채택하려 했으나 참가국들의 이견으로 역시 의장성명에 그쳤다. 그러나 미국이 이른바 ‘6월제안’을 내놓고 북한이 이에 관심을 표명하는 등 본격적인 해법(解法)을 논의하기 시작한 것에 참가국들은 의미를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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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담은 여기서 그쳤다. “11월 중 개최될 것”이라는 추측성 보도가 있었지만 미국은 대선(大選) 때문에, 북한도 미국 대선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계산에 “해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뤘다. 역시 예상대로 2004년 내에 제4차 6자회담은 열리지 않았다.

북한은 미 행정부가 교체되기를 바랐겠지만 그들의 바람과는 다르게 부시행정부가 재선에 성공했고, 이에 북한은 2월 10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우리는 더는 6자회담에 참가할 수 없으며 이미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선언한다. ‘폭정의 전초기지’ 등 이른바 ‘대북 적대발언’을 문제 삼았지만 실은 일정 정도 휴지기(休止期)를 둘 필요가 있겠다는 북한의 전술적 판단에서 나온 의도적 트집잡기였다.

6자회담 복귀는 북한의 백기투항?

13개월의 휴지기 동안, 보다 정확히 말하면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확정된 이후 7∼8개월 동안 북한을 뭘 했나? 이것을 세부적인 내용을 제쳐두고 굵직한 큰 틀에서 살펴보면 북한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그 동안 북한은 ▲단계적으로 위협의 수위 높여가기 ▲남한과 민족공조 강화하기 ▲반일(反日) 노선 강화 하기 ▲미국과 일대일 대화통로 확보하기 등의 조치를 취해왔다. 이 4가지는 서로 유기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① 단계적으로 위협의 수위 높여가기

핵동결 조치 해제 → 핵보유 선언 → 양산(量産)과 확산(擴散)의 암시 → 핵실험 제스쳐 취하기 → 폐연료봉 인출과 재처리 돌입 → 핵발전소 건설 재개 등으로 쉴 새 없이 위협을 계속해왔다.

이는 북핵문제가 주변국들이 관심의 영역에서 조금이라도 밀려나는 것을 막으면서 주가(株價)를 유지하고, 향후 전개될 협상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 나온 행동들이다.

한편으로, 부시 행정부가 어떻게 반응하는 지를 계속 체크해 봤을 것이다. 무대응에 가까울 정도로 부시 행정부가 냉철하게 나오는 것에 놀랐을 것이고, 핵시설을 비롯한 북한 전역을 쉴 새 없이 감시하고 있다는 것도 새삼 확인하게 됐을 것이다.

② 남한과 민족공조 강화하기

북한은 남한 정부의 두 가지 강박관념을 잘 알고 있다. ▲남북관계를 개선해 어떻게든 평화(?)기조를 이어가야 한다 ▲북핵문제 해결에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다. 강념관념을 지닌 상대를 다루기란 식은 죽 먹듯 쉽다.

▲ 6자회담 휴지기 동안 북한의 가장 큰 성과는 남한을 민족공조의 틀에 더욱 끌어당긴 것.

남북대화를 중단시켜 남한의 애간장을 타게 하고 북핵위기를 고조시키면서 ‘몸값’을 극대화했다. 그 결과 별다른 협상과정 없이 쌀과 비료를 대량 지원받았고, 6.15 민족통일대축전을 통해 남한 지도층 인사들을 대거 평양으로 불러 연북(聯北)의식을 한껏 고취시켰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남북비핵화선언은 유효하다” “6자회담 거부한 적 없다”는 김정일의 앞뒤 안 맞는 말을 그저 경청만 하다 돌아오기도 했다.

6자회담 휴지기 동안 북한이 가장 크게 성공한 대목이 바로 남한과의 민족공조 강화이다. 남북관계 복원과 뒤 이은 이번 6자회담 복귀로 한편으론 남한 정부의 자존심을 한껏 살펴주는 모양새를 취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남한 정부의 착각을 더욱 높여주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③ 반일노선 강화하기

원래 북한은 식민통치에 대한 배상금을 받아볼 요량으로 일본과의 수교를 추진해왔으나 일본인 납치 문제로 뒤틀리면서 이제는 그것이 불가능한 목표라는 것이 확실해지자 완전한 반일노선으로 전환했다. 수교협상이 진행되던 때에는 일본에 대해 우호적인 표현을 이어가다가, 상황이 반전되자 거친 욕설을 섞어가며 연일 논평을 쏟아내고 있다.

지금 북한은 반미(反美)보다 반일을 앞세우고 있으며 이를 민족공조의 매개로 삼고 있다. 한총련 계열의 대학생들이 기존의 반미 깃발을 반일로 바꿔달고 있으며, 선전유인물의 앞면을 반일로 장식하고 있다. 지난 5월 금강산에서 있었던 ‘남북 대학생 상봉 모임’에서도 남북은 독도문제와 역사왜곡문제 등을 전면에 내세웠다. 반미보다는 반일이 남한의 국민감정을 움직어 민족공조를 끌어내기에 쉽다는 판단일 것이다.

최근 북한은 “일이 제대로 되자면 일본으로서는 한쪽 켠에 비켜서서 문제의 해결과정을 구경이나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7월 4일, 민주조선)면서 6자회담에서 일본을 배제시키려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6자회담 참가국 자격을 내놓지는 않겠지만 “회담 진전에 방해만 되는 존재’(7월 2일, 통일신보)라는 것을 부각시켜 일본의 협상 발언력을 조금이라도 낮춰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④ 미국과 일대일 통로 확보하기

북한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6자회담이 깨지는 것이다. 그래서 1993∼94년과 같이 미국과 1:1 협상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협상테이블에서 막말을 할 수 있고, 협상에서 A라고 말해놓고 미국이 그것을 발표하면 ‘우리는 그런 적 없다’고 잡아떼기도 편하다. 6자회담 테이블은 그러한 ‘막 나가는’ 전술을 펼칠 수 없는, 북한으로서는 답답한 자리다.

미국은 10년 전에 당해본 경험이 있어 증언자가 배석하지 않는 북한과의 1:1 회담을 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당시 동아태 차관보 앞에서는 HEU 프로그램이 있다고 시인했다가, 나중에 그것이 문제가 되자 그런 말 한 적 없다고 잡아 떼고 있는 북한의 모습을 보면서 새삼 확인하게 되었을 것이다.

북한은 줄곧 ‘조-미 쌍무협상’을 주장해왔다. 부시가 낙선하고 민주당 행정부가 들어서면 이것이 쉬울 것이라 기대했는데 그렇게 되지 않자 낙담했다. 그래도 일말의 기대를 가져봤지만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북한의 본질을 정확히 표현한 콘돌리자 라이스가 국무장관이 되는 등 대북강경파가 등용되기 시작하자 더욱 낙담했을 것이다. 북한의 2.10 외무성 성명에는 이러한 심정이 잘 드러나 있다.

그 이후 휴지기 동안에도 북한은 갖고 있는 모든 대화통로를 동원해 6자회담 참가국들에게 ‘북한과 미국 간의 1:1회담이 필요하다’고 끊임없이 떼를 써 왔고, 일정 정도 성과를 얻기도 했다. 미국 내부에서조차 북미 양자대화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한편 반일구호를 앞세워 반미구호를 일정 기간 잠재우고, 권투경기에 앞서 미국 국가가 연주되자 관중을 전부 기립하게 하는 쇼를 보여주기도 했다. 미국에 대한 러브콜도 있지만 ‘우리는 이렇게 성숙됐지만 문제는 미국이다’라는 인식을 심어주려는 의도가 더 강하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요지부동이고 이 부분에 있어서는 북한이 거의 포기를 한 것 같다. 이번 6자회담 복귀에 대한 TV 보도를 통해 북한은 “(미국은) 6자회담 틀거리 안에서 쌍무회담을 할 입장을 공식표명하였다”고 말하고 있으나, ‘6자회담 틀 안에서의 쌍무회담’이 어느 정도의 수준일지는 모르나 그 동안에도 미-북간에는 대화 통로가 얼마든지 있었다.

‘6자회담 틀 안에서의 쌍무회담’이란 북한의 자존심을 완전히 뭉개지 않기 위한 표현이긴 하나, 결국 이번 제4차 6자회담은 북한이 6자회담을 인정하면서 백기를 들고 나온 형국이다.

10일 북한은 외무성 대변인이 조선중앙통신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의 보도에서 “이번 조-미 접촉결과는 당사자들이 직접 나서면 문제가 일시에 풀린다는 것을 명백히 보여주었다”며 여전히 양자회담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중 ∙ 러도 발끈한 군축회담론

요컨대 북한은 6자회담을 완전히 깨뜨리거나, 미-북 양자만의 담판 협상을 만들어내거나, 그것도 아니면 세력판도를 유리하게 돌려놓고 6자회담에 복귀하려 했으나 남한을 더욱 강하게 끌어들인 것을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성과가 없다.

그렇다면 제4차 6자회담은 어떻게 흘러갈 것인가. 그 향방은 북한이 이번 회담을 그 동안의 3차례 회담을 잇는 말 그대로의 ‘제4차 회담’으로 생각하는지,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신 1차 회담’으로 생각하는지에 달려있다.

‘제4차 회담으로 간다’는 것은 3차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았던 ‘6월제안’과 남북회담에서 남한이 내놓은 ‘중대제안’ 등을 바탕으로 북한이 핵문제의 실질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핵을 포기하는 듯한 행동을 보여야 하는데, 과연 북한이 내부적으로 그런 결정을 내렸을지는 의문이다. 그런 결정을 내릴 수 있다면 진작에 했을 것이다.

물론 북한이 앞으로 핵을 포기하는 듯한 행동을 취할 수 있으며, 이는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는 전망이다. 하지만 만약 북한이 그러한 판단을 했다면 오히려 일을 더욱 꼬이게 할 공산이 크다. 실제로는 핵을 포기하지 않고 그런 제스처만 취하면서 최대한 시간을 벌어보겠다는 것인데 – 황장엽 전 조선노동당 비서는 “북한의 목표는 미국의 차기 대선까지 시간을 끄는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 국제사회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

6자회담에서 어떠한 결론이 내려진다면 그 실행과정을 감시하는 틀도 6개국을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다. EU 등 제3자와 국제기구가 개입할 여지도 많다. 그런데 만약 그 과정에 북한이 ‘반칙’을 한 것이 드러나면 북한은 이제 ‘최후’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북한은 더 이상 협상의 상대가 아니다라는 인식을 국제사회에 심어주는 정도가 아니라, 중국이 앞장서 북한이라는 존재 자체를 없애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본격적인 체제변형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말이다.

북한이 이번 회담을 ‘신 1차 회담’으로 생각한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진다.

북한은 3월 31일 외무성 대변인 성명을 통해 “6자회담은 마땅히 참가국들이 평등한 자세에서 문제를 푸는 군축회담으로 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래 ‘군축회담론’을 주장해왔다. 북한은 이미 핵을 갖고 있는 보유국이고 미국도 그러하니 어차피 같은 보유국의 처지에서 이제는 전반적인 군축문제를 논의해보자는 주장이다. 북한의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주장은 중국, 러시아 등 우방도 격렬히 반대해왔다. 핵보유국은 중국, 러시아도 마찬가지인데 북한이 핵보유국 행세를 하면서 감축협상을 하자고 하는 것에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이번 제4차 6자회담 재개 발표를 앞두고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동아태 차관보와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베이징에서 물밑 접촉을 갖고 ▲미국이 북한의 HEU 프로그램 시인을 강요하지 않는 대신 ▲북한도 차후 회담에서 군축회담론을 펴지 않는다는 합의를 했다는 AP, 로이터 등 외신 보도가 있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어떻게든 회담의 모멘텀을 마련해보려는 미국의 의도는 이해가 되지만 북한은 있으나마나 카드 한 장을 버린 셈이고 미국은 현 북핵문제 발발의 중요한 원인이 된 문제를 잃어버린 것이 된다. 2차 북핵위기는 북한이 제네바합의와 남북비핵화공동선언을 위반하고 핵무기 개발을 지속해온데서 출발하였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여하튼 북한이 군축회담론을 버리지 않고 다시 들고 나오면서 ‘신 1차 회담’의 틀을 짜려 한다면, 그것은 북한의 중요한 패착(敗着)이 될 것이다. 더 이상 협상을 하기 싫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앞으로 북핵문제는 ‘각자 제 갈 길을 가는’ 심각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이다.

시간은 북한에게 유리하지 않다

▲ 4차회담이 실패하면 북한은 갈 길을 잃게 된다. 그림은 결전을 다짐하는 북한의 선전포스터.

여기서 관심을 끄는 것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 발표 이후 주로 남한 정부 고위관리들을 통해 전해지고 있는 ‘6자회담 형식 변경론’이다. 6회담의 형식 변화가 불가피하는 주장인데, 여기서 ‘형식’이 무엇을 말하는지가 아직은 불투명하다.

일단은 말 그대로의 ‘형식’을 변경하자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6자회담은 각국 대표가 한 명 씩 원탁에 둘러 앉아 심플하게 진행하는 회담이 아니다. 6각 테이블에 중국을 중심으로 시계방향으로 한국, 러시아, 미국, 북한, 일본의 각국 대표 가 5명씩 앉고, 5개 국어가 동원되기 때문에 각각 4개 국어 통역이 그 뒷자리에 앉는다. 거기에 회담 보조 인원이 수십 명씩 따라붙어, 총인원은 100∼200명이 이른다. 거대한 공청회와도 같다.

이렇게 회담을 하다 보니 하루 종일 각국 대표들이 몇 마디씩만 주고받다가 회의가 끝난다. 이렇게 진행되는 3∼4일의 기간 동안 성과가 도출될 리 만무하다. 따라서 일단은 대표단의 수를 줄이거나 회의 진행방식을 바꾸자는 것이 ‘형식변경론’의 배경이다.

하지만 ‘형식변경론’에는 또 다른 함의를 담고 있다. 그 동안의 회담이 너무나 포괄적인 의제를 갖고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논의 테이블에 앉다 보니 공전을 거듭해, 의제에 따라 여러 개의 실무그룹을 나눠 집중적으로 논의를 진행하자는 것이다. 미-북, 북-일, 미-중 등 다양한 양자회담 테이블도 만들자는 것이다.

이런 주장은 일면 이해가 되지만 상당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자칫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이 나중에는 무엇을 위한 회담이었는지 헷갈리게 될 수 있는 점이다. 또한 핵문제 뿐 아니라 “조-미간의 전반적인 문제”를 “일괄타결의 방식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

또한 이러한 논의가 진행되면 북한이 회담의 형식이나 내용 등을 또 다시 들고 나오면서 시간을 끌 명분을 제공해주게 된다. 북한은 그 동안 3차례 회담이나 물밑 접촉에서 논의되었던 것을 전부 무위로 돌리면서 ‘이왕 이렇게 된 것, 처음부터 다시 논의하자’고 주장하면서 ‘신 1차회담’을 만들려 애쓸 것이다.

그럼 만나는데 의의를 두고, 실무그룹회의 만든 데 의의를 두고, 실질적인 방안이 제출된 것이 의의를 두었던 3차례의 회담 과정을 다시 밟게 된다. 이번 4차회담은 다시 만났다는데 의의를 두고, 다음 회담은 본격적으로 회담체계를 개편하고, 그 다음 회담은 또 다시 실질적인 방안을 갖고 논의를 시작하는 등, 북한은 최소한 1년 이상의 시간을 벌게 될 것이다.

여하튼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끌면 북한에게 유리할 것 같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시간이 갈수록 참가국들은 북한의 상투적인 수법을 알게 될 것이고 ‘새로운 행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다. 북한이 이번 회담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취하지 않거나, ‘신 1차회담’을 만들려는 의도를 노골화하면, 이번 회담의 주선자의 역할을 자임해왔던 한국 정부는 난처한 입장에 취하게 될 것이다. 맞선을 봤는데 형편없는 상대가 나오면 중매인을 탓하듯이 말이다.

따라서 이번 제4차 6자회담은 북핵문제 전도에 있어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다. 더 이상 북한은 미적거릴 수 없고, 실질적 행동을 취하자니 그렇게 할 수도 없고, 막 나가자니 관련국들의 행동양상이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복잡한 선택의 기로에 서있다. 애초에 가지 말았어야 ‘핵개발’의 길에 들어선 우울한 결과다.

DailyNK 분석팀

곽대중 기자 big@dailynk.com
양정아 기자 junga@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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